<2012 녹색순례 3일차> 생명의 속도로 걸을 때 일렁이는 마음속 물결

2012.04.28 | 녹색순례-2012

 







녹색순례는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온 몸으로 소통하기 위해 나서는 길 떠남입니다. 199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녹색연합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하며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자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녹색순례는 설악산 케이블카, 골프장,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의 아픔과 동시에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코스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자연의 봄을 느끼며 나와 함께 걷는 당신을 보는 소중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오호리 경로당에서의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순례를 떠나기 전 바다를 향해 서서 명상을 합니다. 양팔을 살짝 벌리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저마다 자세는 조금씩 다르지만 상쾌한 바닷바람의 소금기와 파도소리를 느끼며 마음의 일렁거림에 귀 기울여 봅니다.


 


배보람 활동가의 감성 멘트로 진행된 순례 3일차 명상


 


오호리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3일차 순례를 시작합니다. 8박 9일의 순례중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는 3일차 순례!      하지만 밝은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네요. 모래사장에 ‘4대강 사업 중단의 소망을 써보기도 하고 바다를 향해 함성도 질렀습니다.


 







바다를 향해 함성! 무엇을 외쳤을까요?

4대강 사업 다음 글자는 ....'중단'이었겠죠? ^-^



걷다보니 교암리에 위치한 천학정에 도착하였습니다.


일출이 장관이라는 천학정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정자에 앉아 소나무 가지 너머 넓게 펼쳐진 바다를 봅니다. 바람에 땀을 식히고 간식도 나누어 먹습니다. 현지 주민분과 이야기도 나누고 포토타임도 가져보았습니다. 자연이 드러내는 색감은 어쩌면 이리 곱고 부드러울까요?  모니터와 핸드폰 액정 화면에 지쳐 건조하고 뻑뻑한 우리들의 눈은 자연의 위로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학정에서 바라본 바다


 


천학정 옆 넓은 바위위에서 찰칵!



다시 청간리를 향해 출발합니다. 오늘은 일반 도로와 들길로 우회해서 걸었습니다.묵직한 배낭을 메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걷다보면, 자동차를 타고 쓱 스쳐지나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오감을 자극합니다. 장다리 도요새의 발짓, 푸른 밀밭, 어린 고사리의 잎들, 그리고 눈을 감으면 더 잘 들리는 새소리. 보고 듣고 느끼며 이 땅위의 생명들과 함께 걸어가는 경험은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가 결리는 아픔을 잊게 할 만큼 즐겁네요.


 


청간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으면서 한낮의 더위에 땀이 나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때마침 바람이 불어줍니다. 가장 힘들다는 3일차 순례는 이렇게 평안하게 마무리 되어갑니다.


 


신수연(녹색에너지디자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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