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우리의 욕심을 얼리고 있는것이 아닐까?

2013.10.07 | 행사/교육/공지

 

보통 가정에서 가장 오랜 시간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하루종일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고장나지 않으면 1년, 2년, 10년 이상 전혀 전원을 끌 일이 없는 것이 바로 냉장고입니다.
요즘은 한집에도 냉장고가 몇 개씩 가지고 있기도 해요. 각 집마다 일반 냉장고는 기본, 김치냉장고, 와인냉장고, 화장품냉장고 등등 말이죠.
선선한 가을과 함께 결혼 시즌이 돌아왔어요~ 결혼을 준비하며 친환경적인 소비를 꿈꾸시는 분 있으시죠? 혹시 냉동고 없는 냉장고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냉동실 없는 냉장고를 사고 벌써 7개월을 지내고 있는 이금희활동가의 실천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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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혼수 준비를 하면서 냉장고 선택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에너지 효율은 쉽게 볼 수 있는 항목이니 당연히 1등급을 선택했지만, 많은 냉장고들의 냉동칸이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칸칸이 기능 조절과 On/Off기능이 되는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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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
아무래도 일반 냉장고 보다는 저장 공간이 적었다.
냉장고가 크면 음식을 쌓아두게 되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에, 오래 보관하지 말고 그 때 그 때 사서 신선할 때 먹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결혼 전 신랑 먼저 신혼집에 들어와 살 때는 냉장고 상중하 3칸 중 상칸만 켜두고 생활했었다. 요리를 많이 해먹는 편도 아니고, 딱히 저장할 음식이 많지 않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신랑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그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해 주어서 너무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신혼생활을 하면서, 냉동칸이 없음에도 크게 불편함 없이, 아니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란다.
기존 냉장고 1/3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냉동칸이 없음에도 불편함이 없다니!
올 여름은 특히 유달리 더웠지만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다.

물론 아쉬울 때도 있다.
지난 봄, 시골에서 어머님께서 큰 봉투에 든 나물을 주시며 “냉동실에 얼려서 두고두고 먹으면 오래 먹을 수 있을게야.” “아… 네~”하고 공손히 대답했지만 마음 속은 벌써부터 복잡해졌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말씀드리기 아직 편하지만은 않은데 이만큼까지 필요없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우선 집에 가서 어떻게 해 봐야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처음 얼마큼은 맛있게 먹었으나 냉장고 속에서 나물은 흐물흐물 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많은 양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제서야 미련을 버리고 쓰레기봉투로 들어갔다.

돌이켜 보면 냉동칸에 꼭 넣어야 하는 경우는 바로 먹지 않고 오래두고 먹으려 할 때 사용하게 된다.
냉동식품을 저장하고, 아이스크림을 저장하고, 생선과 삼겹살을 냉동하고, 가을 강낭콩을 다음 해 봄까지 먹으려고 냉동하고… 모두가 바로 바로 해 먹으면 냉동할 필요가 없는 항목들이다.
어찌보면 욕심을 얼리는 건 아닐까?

우리집의 전기료는 한달 4,000원 안밖으로 나온다.(전기 사용량 50kWh 이하)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항상 켜두어야 하는 냉장고일 것이다.

모임자리에서 우리 집 전기료를 이야기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비결은 착한 냉장고 덕분이라고 강조를 한다.
어쩌면 불편함은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들어내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여러분도 과감히 냉동칸 없는 냉장고 생활에 뛰어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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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한이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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