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소비에서 독립하기

2013.11.26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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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동대문 풍물시장에 갔습니다. 중고물품들이 엄청 많더군요. 카메라, 라디오, 자전거에서부터 신발, 가방, 옷, 시계……낡은 것들도 있고 낡아서 더 멋져 보이는 것들도 있고. 문득 ‘지금부터 상품을 만들지 않고 여기 있는 중고물품들만 사용해도 몇 년은 문제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늘 아무 생각 없이 지갑을 열고, 돈을 쓰며 소비하는 우리들. 혹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해마다 11월 26일, 우리들의 소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세계에서 함께 벌이는 캠페인을 말하는데요. 이 캠페인은 쇼핑을 하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진정 그것을 원하는가
나는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가
직접 만들 수는 없는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재사용, 수선 또는 재활용 할 수 있는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살 수 있는가
공정한 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인가
그 물건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가
더 나은 도덕상의 대안은 없는가

아름다운지구인 캠페인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의 취지를 어떻게 체험으로 전달하면 좋을까 무척 고민을 했습니다. 하루쯤 소비하지 않는 것이야 그리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말이죠. 오늘 사지 않아도 내일 사면 되니까요. 그래서 녹색생활에 관심이 많은 책모임 북카치노(북카치노 모임은 시민모임 소개에서 확인하세요)에서 일단 아이디어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를 하루 미루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인지 되묻고 꼭 필요하다면 사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바로 그 실천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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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정리를 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이었음에도 정리를 잘 해두지 않아서 또 사게 되는 그런 경험 있으시죠? 바로 그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정리를 잘 해두는 습관을 들이자는 겁니다. 두번째로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싫증이 나서 새로운것을 사고 싶은 욕망을 해결하는 방법인데요, 욕망을 꾹-억누르기보다 친구들과 바자회 파티를 열어보는 겁니다. 친구가 입던 것을 내가 입으면 또 달라 보이는 그 느낌, 아시죠? SNS에서 물물교환을 할 수도 있고요. 내가 갖고 있는 책 목록을 공유해서, 필요할 때 대출을 해주는 이웃집 도서관이 되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마지막 아이디어는 가장 어려울 수 있지만 꼭 실천해봐야 하는 것 같은데요, 직접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나요? 살(buy)수 있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불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지 않아도 살(live)수 있다는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상자텃밭 하나, 아주 작은 공간박스 하나, 장바구니도 괜찮아요! 삐뚤삐뚤 못나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그 뿌듯함을 조금씩 익히다보면 “이쯤이야 내가 만들 수 있어” 어느덧 자신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자신감을 조금 더 추켜세우며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소비로부터 독립했노라!”라고 말이죠.

글 : 박효경(상상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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