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8일차] 비와 바람 그리고 남해의 바다

2014.04.28 | 녹색순례-2014

어제에 이어서 비가 오는 남해 길을 걸었습니다. 바다를 마주해서 그런 걸까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운 순례길입니다. 아직까지도 구조되지 않은 세월호의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처연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오늘 순례의 구간이었던 상주 은모래비치에서 천하몽돌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 솔바람해변은 남해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자 ‘남해바래길’의 일부 구간입니다. 여기서 ‘바래’ 라는 말은 남해의 토속말 인데요,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갯벌과 갯바위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채취하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그래서 남해바래길은 남해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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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을 때, 가만히 서 있을 때에도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이 길을 걸었을지,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을 지났고, 또 이곳으로 왔는지. 아니면 떠나갔는지에 대해서요. 바래길에는 남해 사람들의 삶의 지층이 그대로 쌓여왔습니다. 녹색연합 순례단도 그 길 위에 한 층 우리만의 이야기를 다지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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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라보았던 아름다운 바다는 여수와 경상남도 통영, 그리고 거제에 걸쳐 남해까지 1986년 우리나라 최초의 연안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입니다. 아직은 전 세계 어느 곳에 비추어도 부족함 없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의지보다는 지자체와 국가 차원에서 관광지로 활용하기 위한 관광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여 생태계를 위한 절대 보존지역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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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평창에서 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가 개최됩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종 감소라는 위기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1992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채택되었고, 1994년에는 우리나라도 이에 비준하였습니다.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목표에 따라 2020년까지 각 국은 육상/담수 보호구역을 17%, 연안/해양 보호구역은 10%로 확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에 훨씬 못 미쳐 육상과 연안해안을 모두 합쳐 11% 정도입니다. 당사국이라는 이름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한, 수려한 경관으로 모든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남해의 아름다움, 그리고 남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운데, 통영의 미륵산 옆 한려해상국립공원에 골프장이 건설된다는 뉴스 기사가 떠오릅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생명의 다양성과 소중함에 대한 불감의 시대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가만히 바라 본 바다는 그저 말이 없습니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바다이자, 지명이기도 한 남해(南海). 그 땅의 끝자락에서 순례단은 비바람을 맞으며 온 몸으로 걸었습니다. 뒤척이는 파도를 바라볼 여유도 없이 걸었지만, 우비 끝으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은 오히려 함께 걷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따뜻하게 합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믿으며 같이 디디는 발자국. 누구도 쉬이 믿지 못하는 불안한 세상에서 함께 걷는 다는 것의 의미를 상기하며 나부시 지는 하루, 지나간 길을 돌아봅니다.

 

정리 땅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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