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곡우에서 대서까지…

2014.07.22 | 행사/교육/공지

올해 녹색연합에선 녹색아카데미를 통해 24절기를 공부하는 시간도 갖고 홈페이지에선 24절기를 통해 자연의 흐름, 그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꾸준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하였습니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까지 사무실 앞마당의 팥배나무가 자라는 모습도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24절기에 관한 여러 책을 바탕으로 절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올렸었죠. 그러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만, 대체 때에 맞춰 살아간다는게, 절기에 맞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산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 더이상 글을 쓸 수가, 절기를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저 바다밑에 아이들이, 사람들이 아직 있는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전혀 이치에 맞지 않게 돌아가는 세상에 갇혀버린 저 생명들을 두고 곡식비가 온다고, 하지 감자를 캐자고, 까끄래기 곡식들의 낱알을 거두는 때를 이야기하는게 대체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에 오래 잠겨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백일 가까이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비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진 곡우,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 만물이 가득찬다는 뜻이지만 정작 보릿고개를 넘는 시기였던 소만, 까끄래기 곡식 즉 밀과 보리를 거두는 망종, 태양이 가장 높게 떠오르는 진정한 일년의 반을 알리는 하지, 고온다습한 여름 기온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하는 소서가 지났습니다.

자연의 시간은 한 치의 어김없이, 봄꽃들은 피었다 지고,  봄에 심었던 푸른 잎채소들은 요사이 따도 따도 줄지 않는 화수분처럼 날마다 새 이파리를 달고 커 가고. 맛난 과일들이 쏟아지고 여름에 캐리라 심었던 양파도 감자도 알알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때때로 자연은 우리에게 예기치 않은 시련을 주지만, 이해할 수 없는 논리적이지 않은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급작스런 기온의 변화와 재해 역시, 이유와 까닭을 찾을 수 있고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여지와 피해갈 수 있는 얼마간의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자연의 흐름을 알기에 우리는 뭔가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대비하기도 합니다.자연스럽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갖가지 일들, 비단 세월호 참사 뿐만 아니라 4대강, 밀양,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 등등은 자연의 흐름, 자연의 이치에 모두 어긋난 일들이기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불편하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갈등과 번민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스러울 리 없습니다.

때에 맞게 산다, 때를 알고 산다, 이치에 맞게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다시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다시 절기를 떠올리며, 그동안 놓고 있었던 절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니, 벌써 대서입니다. 큰 더위. 무더위의 계절입니다. 덥고 습하니 너도나도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피해 떠납니다.
그러나, 대서에 서늘하게 뽀송뽀송하게 지낸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보내야 탈이 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우리의 몸입니다.

더위를 피하지 않고 더위를 잊는 망서를 했다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입니다. 
또 소서와 대서 무렵엔 삼복더위라 일컫는 세 번의 복날도 있습니다. 복날은 24절기도 아니고 음력도 아닌 간지력(60갑자력)으로 정해집니다. 복날의 伏 자가 사람 인변에 개 견자가 붙어 있어 개고기를 먹는 날인가 착각을 하곤 하지만, 복자는 여름 기운을 피해 숨는다는 뜻입니다. 먹을 것이 없던 오래 전엔 이 무더위에 고된 농사일을 하기 위해 몸을 보신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음식이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절에도 보신을 위해 음식을 탐하는 것은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하고 자연을 병들게 하는 일입니다. 시원한 수박 한 덩이로도 얼마든지 더위를 피해 숨을 수 있으니, 자연에도 이롭고 몸에도 이로운 복날이 되어야 겠습니다.

 

KakaoTalk_20140722_170935478-tile

  에어컨이 없는 3층 단독주택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더위를 피하는, 더위를 잊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녹색커텐. 이 녹색커텐은 몸에도 좋은 '여주'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