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곳, 댐이 왜 필요한가요

2014.08.28 | 4대강

이렇게 아름다운 곳, 댐이 왜 필요한가요

영양댐 들어설 장파천 현장 조사… 담비, 산양 등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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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댐이 들어선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시리도록 차가운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고개를 들어 어느 곳을 바라봐도 감탄이 나오는 수려한 경관을 지녔으며, 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장파천에 영양댐을 짓겠단다. 

하천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렸던 4대강 사업 이후, 한국의 하천 관리 패러다임은 후퇴했다. 일찍이 댐을 지었던 많은 나라들이 댐을 철거하며 하천 복원을 향해가는 이 때, 우리나라는 여전히 댐을 짓기 바쁘다. 2013년 초, 국토부가 발표한 댐 건설 장기계획에는 14개의 신규 댐 건설 계획이 담겨 있다. 영양댐은 그 14개 댐 중 하나로 경북 영양군 수비면 장파천을 사업 예정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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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구미산업단지에 공업용수가 필요하다며 댐 건설이 계획되었다. 하지만 댐 건설 추진 도중 경산산업단지에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댐 건설 명분이 바뀌었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에 많은 물을 확보해 두고도 물이 필요하다며 댐을 계획하고는 갖은 이유를 붙여 댐 건설 명분을 만들어냈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영양댐 건설

일반적으로 댐은 이·치수를 위해 지어지지만 홍수 시 영양댐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게다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는 경제성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불필요한 영양댐이 세워지게 되면, 조용한 산골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수몰 때문에 억지로 이주해야 하는 주민들이 생겨나며,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마을공동체는 해체된다.

영양이 자랑하는 특산물도 그 이름을 잃는다. 무엇보다 댐 건설로 장파천 일대에서 살아가는 야생생물들의 서식처가 사라진다. 이곳 장파천 유역은 매우 뛰어난 생태적 보전가치를 지녔다. 녹색연합은 2013년, 영양댐 건설 예정지를 대상으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장파천 본류에는 수달이 산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수달은 생태계의 현황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종이자 수생 생태계의 질서를 균형 있게 조절해주는 핵심종이기 때문이다. 댐 건설과 같은 하천 개발 사업은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 330호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이 동물의 서식지를 교란한다. 먹이 활동 및 이동, 원활한 번식 및 분산을 저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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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천 유역 산림에도 많은 생명이 서식한다. 영양댐 건설예정지역 산림 주변에는 낙동정맥이 지나간다. 또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분포하고 있어 생태적으로 매우 양호한 지역이다.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 생물로 불리는 '산양(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217호)'이나 우리나라 야생에서 유일하게 생존하는 고양이과 동물 '삵(멸종위기 2급)'이 이곳에 살고 있다. 

또한 호랑이나 표범과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멸종한 우리나라에서 포유류 개체수를 조절해 균형 있는 산림생태계 유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포식자인 멸종위기 2급 담비 역시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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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담그면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그 맑은 물에는 갈겨니와 버들치가 산다. 총 8개의 조사 지점 중 7개 지점에서 갈겨니가, 나머지 한 개 지점(최상류)에서는 버들치가 우점종이었다. 갈겨니는 하천의 중상류 구간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1~2급수에서만 서식하며 물이 흐르는 맑은 여울에 산란을 한다. 

버들치 역시 여울에 산란을 하는 어종으로 1급수 지표종이다. 보통 좁은 산골짜기 계류에 서식한다. 맑은 물과 여울을 필수로 하는 이 두 어종이 장파천의 우점종이라는 것은 장파천의 수생태계가 매우 맑고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장파천에서 발견된 한반도 고유어종은 모두 6종으로, 50.0%의 매우 높은 고유화 빈도를 나타냈다. 장파천이 고유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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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댐 공사가 시작되면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완전히 바뀐다. 수달이 그 조그마한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갈겨니와 버들치가 유영하는 장파천 본류는 흙탕물로 변할 것이다. 서식처를 잃은 수달은 내몰리듯 쫓겨 안전한 곳을 찾을 것이고, 그러면 장파천 유역 수달의 서식압이 높아져 결국 전체적인 수달 개체가 감소할 것이다. 

산림 지역 생태계도 크게 위협받는다. 산양이나 담비같은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몸을 숨기던 골짜기는 공사 후에 물에 잠기게 된다. 그들이 살던 서식지는 파괴되고 교란이 일어날 것이다. 공사 중에는 시끄러운 중장비 소음이, 공사 후에는 서식지 감소와 안개 일수 증가로 인한 일조량 감소 등의 요인이 육상 동물들을 괴롭혀 서식을 어렵게 할 것이다. 서식지가 줄어들면 영양댐 예정지역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그 개체수가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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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 역시 공사로 심각한 악영향을 받게 된다. 댐 건설이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탁수가 유입돼 장파천의 맑은 물을 흙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이는 어류 폐사와 먹이생물의 소멸로 이어져 장파천에 서식하는 물고기 개체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댐 건설 이후에는 물이 댐에 막혀 흐르지 않게 된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전체 12종 어류들은 모두 계류성 어류로 흐르는 물에서만 서식한다. 댐 건설 이후 물이 흐르지 않으면, 이들 계류성 어류는 사라지고 피라미, 긴몰개 등 고인물에 서식하는 어류가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장파천의 다채로운 어류상의 단순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 4대강을 보로 막아 나타난 결과가 장파천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이러다 수달, 산양 다 떠난다

4대강 사업으로 세운 보가 강의 흐름을 막아 강이 아파하고, 그 신음이 날로 깊어져도 변한 것은 없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여전히 반성 없이 댐 건설, 지류지천 사업, 친수구역 개발 등 제 2, 3의 4대강 사업을 이어간다. 충분한 조사와 고민 없이 옛날 방식의 하천 관리를 이어가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지방 권력을 장악한 영양군수는 막무가내로 댐 건설을 추진하며 지역 공동체를 해체 시키고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린다. 댐 건설을 막으려는 많은 주민은 고소고발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국토 면적 대비 댐 밀도가 1위인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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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서 보듯 장파천 유역의 생태계는 뛰어난 생태적 보전가치가 있다. 만약 영양댐이 건설되면, 건강한 장파천의 자연환경에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영양댐 건설은 그 목적과 추진 절차에서 타당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 따라서 정부는 영양댐 건설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2014년 가을, 제12차 생물 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평창에서 개최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수생태계의 호소화와 그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등 각종 문제점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댐 건설과 같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악영향을 미칠 하천 개발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생물 다양성의 정신은 돈과 개발보다 생명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댐이 들어서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온 주민들의 삶,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수많은 야생동물의 삶, 이 모든 생명들의 터전인 자연. 이 모든 버리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세울 이유는 없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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