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블리츠 내성천] 내성천을 따라 흐른 두 번의 하루

2014.09.01 | 4대강

 7월 중순 무렵부터 이어온 ‘우리가 만드는 생물다양성 지도, 바이오블리츠 내성천’의 길잡이 활동은 제게 작년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여름을 주었습니다. 내성천의 귀중한 자연적 가치를 배우고 보전해야 할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던 지난 8월 23~24일의 이틀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내성천에는 여러 종의 생물들이 넓게 발달한 모래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전문가와 동행하여 포유류, 곤충, 식물, 양서파충류, 어류를 조사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소통을 바탕으로 온라인 지도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매핑’을 이용하여 조사 내용을 기록하였습니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배가 고프기 시작할 즈음에 숙소인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여울마을 체험장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주민 분들께서 준비하신 건강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참가자들이 많은 생물종들을 접할 수 있도록 1차, 2차 조사에서 각각 어떤 종의 모둠에 참여할 것인지 선택을 하였습니다. 1차 조사 장소는 ‘회룡포 습지’ 였습니다. 이곳은 국가명승 제16호로 맑은 강물과 부드러운 모래 그리고 내성천이 굽이쳐 흐르며 만든 감입곡류하천 지형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회룡포 습지(1차 조사 장소)

(회룡포 습지의 모습)

 

전반적인 조사는 전문가 선생님께서 어떤 종을 발견하시고 설명을 하신 뒤 참가자들의 질문과 함께 MapplerK 라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조사 결과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곤충, 양서파충류, 어류처럼 참가자들이 직접 채집이 가능한 경우, 채집통과 족대, 통발과 같은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잡았던 종들은 다시 자연에 놓아주었습니다). 사실 조사 전 며칠 동안 이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렸었습니다. 강물이 불어나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수의 어류들이 쓸려 내려가게 되었고, 빗물에 여러 포유류들의 발자국, 변 등의 흔적이 지워졌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첫날 관찰 결과, 포유류 모둠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의 발자국을, 곤충 모둠에서는 깨끗하고 고운 모래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전문가 선생님께서도 쉽게 못 보셨던 강변메뚜기를, 식물 모둠에서는 회룡포 습지 주변의 특징 중 하나이며 강변과 생물종 환경의 척도가 되는 버드나무들을 발견한 것이 주목할 부분이었습니다.

 

이후 숙소에서 진행한 저녁 프로그램에서는 커뮤니티 매핑 센터에서 나오신 연구원 분의 MapplerK에 대한 보충 설명과 더불어 1차 생물종 조사 결과를 참가자들이 함께 보고 2차 조사 시에 반영할 내용들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물종 관련 스피드 퀴즈를 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서로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째 날의 마무리는 2011년 KBS 환경스페셜에서 방영했던 특집 2부작의 1편 <모래강의 신비> 시청이었습니다. 모래강의 원형을 간작하고 있는 내성천이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어 가는 상황에서 내성천의 생태, 역사, 문화, 정서적 가치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이튿날 조사 장소는 내성천 상류로 더 올라가 도착한 ‘선몽대’ 였습니다. 이곳 역시 국가명승 제19호이며, 선몽대 뒤쪽 선몽대 숲에는 수해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선조들이 심은 수령 100~200년의 소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향나무 등이 자라고 있습니다. 2차 조사에서는, 포유류 모둠이 멸종위기등급 2급인 삵의 변을, 양서파충류 모둠이 살아있는 유혈목과 살모사를 발견했습니다. 식물 모둠은 가시박과 같은 귀화식물들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제가 길잡이로 함께했던 어류 모둠에서는 전날보다 다양한 어종들을 관찰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이전까지 내성천에 없었으나 누군가의 방류로 서식하게 되었고 현재는 곳곳에서 흔히 잡히는 ‘끄리’, 내성천이 점차 정체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왜몰개’ 그리고 여러 번의 시도에도 안타깝게 발견하지 못했던, 내성천에서 가장 특징적인 법정보호종 흰수마자와 닮은꼴인 ‘모래무지’ 등입니다.

 

선몽대(2차 조사 장소, 7월 현장 교육 때 촬영)

(선몽대의 모습, 7월 길잡이 현장 교육 당시 촬영한 사진)

 

서울로 돌아가기 전, 내성천 훼손의 원인인 ‘영주 다목적댐(이하 ‘영주댐’)’의 건설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녹색연합 황인철 평화생태국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합니다. 이미 완공되어 가동하고 있는 댐과 보들은 애초 이 사업의 불분명한 정체성 논란을 더욱 불거지게 하였고, 미미한 사업 성과를 위해 수십 조의 예산을 쓴 것인가 하는 비판을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여러 의문들 속에서도 영주댐은 완공을 눈앞에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를 끝까지 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내성천과 낙동강이 나중에라도 본연의 자연환경으로 돌아가려면 내성천과 같은 지류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댐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가두고 문제 없던 원래 강물의 흐름을 통제하면, 낙동강의 가장 중요한 모래 공급원인 내성천에 모래가 제대로 형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모래가 하는 강의 정화능력은 상실되어 가고 수질은 점점 악화되는 악순환에 갇히게 됩니다. 이렇듯 내성천과 그곳 생명들의 존폐 위기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답답함 앞에 놓여있습니다.

 

영주 다목적댐 건설 현장

(영주 다목적댐 건설 현장)

 

 제가 길잡이로 활동하면서 마음으로 크게 깨달았던 것은 환경 운동의 특별함이 그것을 이해하고, 그 속에 참여하여 행동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이 말을 현재의 내성천에 띄운다면, 그 의미는 단순히 윗사람이 잘해야 아랫사람이 잘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류에 댐을 만들고 그곳에 가둔 강물을 인위적으로 내려 받는 내성천 중, 하류의 물이 과연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맑을 수 있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게 있었던 8월 특별했던 ‘두 번의 하루’는 처음 길잡이 신청을 했던 어느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이 여러분에게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실현할 그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길잡이 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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