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9] 독일의 강 복원프로젝트 ③ 개발대신 보존과 복원을 선택한 독일

2014.10.13 | 행사/교육/공지

21세기 초 독일 하천 중 본래 모습을 유지한 곳은 전체 수역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이 선택한 강 관리는 강의 기능을 되살리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와 '복원'이다. 독일에서 진행되는 강 복원 프로젝트의 여러 사례들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글은 마지막 세 번째다. 

 

 '라인강의 기적'이란 말처럼 라인강 유역은 산업밀도가 매우 높다. 중금속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인근 발전소로부터 많은 온배수가 배출되고 있다. 100년 전에 비해 라인강의 수온은 3도나 상승했다고 하는데, 2/3는 온배수에 의해 1/3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라인강에 가깝게 형성되어 있는 산업, 농경, 거주지로 인해 범람원 역할을 하던 수변습지의 85%가 이미 사라진 상태이다. 또한 유럽 내륙운하로서 물류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직강화 공사로 인해 유속이 빨라지고, 강바닥이 깊이 패였고, 강물과 인접 초지의 수위는 내려가고 말라만 갔다. 그럼에도 라인강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18만 마리가 해마다 가을에 찾아온다. 그래서 유조선, 화학물질 컨테이너 운항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용도가 높은 이 강줄기의 복원이 성공하게 되면 다른 강의 복원에 긍정적 시그널 효과를 줄 수 있는 곳이다.

홍수를 막는 범람원
독일 환경단체 나부는 <수천개 섬들의 강>이란 슬로건으로 2001년부터 강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건천화 과정을 겪고 있는 지류와 범람원 복원에 힘쓰고 있다. 지난 60년대 기술관료적 양상을 띤 홍수조절 프로그램은 오히려 자연재해를 가중시키는 몰지각한 대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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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도 예방하고 자연도 보호하게 되는 통합라인 프로그램


<통합라인프로그램>은 라인강 상류지대 홍수예방을 수변 습지 재자연화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이루는 것으로, 1988년 라인강 인접국인 프랑스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 팔츠 주 협약 프로젝트이다. 라인강 상류 지역 (바젤에서 만하임까지)에 13군데에 수변초지(범람원-홍수조절지) 조성을 계획하여 이 중 일부는 완료된 상태이다. 1999년 백년 꼴로 찾아오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 이 범람원은 제 기능을 톡톡히 발휘, 칼스루에 지역의 피해를 면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변초지는 희귀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이자, 라인강 주변에서 정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고,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하건설 계획을 막은 도나우강

r-14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출처(http://www.bund-naturschutz.de/themen/donau.html) ⓒ Gamerith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서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2,800킬로미터의 강 도나우. 독일 남동부 지역 슈트라우빙과 필스호펜사이에 위치한 도나우강 (영어식 표기로는 다뉴브강)은 아직 생명을 담은 채 그대로 이다.
음악가 이바노비치의 '도나우의 잔물결'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나우강은 큰 물줄기가 댐이나 보, 운하로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며, 풍성한 초목들이 강가를 둘러싸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수십 년동안 운하계획에 맞서 도나우강을 지켜오고 있다. 바이에른 주와 운하사업자들이 도나우 강 운하계획을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보 설치를 허가하지 않았고, 수많은 평가 감정에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정비만으로도 선박운항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경제적인 유일한 방식이라고 검증했다. 그러나 해당 주와 운하 로비업자들은 끈질기게 보 설치를 주장했다. 보가 설치되면 도나우의 아름다운 수변 숲들은 완전히 파괴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들의 저항과 압력에 2012년 바이에른 주정부는 보 건설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도나우는 자유롭게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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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우 운하에 반대하는 인간 띠 잇기ⓒ bund


클라인마흐노브 갑문 증축 중단
독일은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9개의 인접국들로 둘러싸인 독일은 북쪽으로 가야만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이 내륙운송과 해외 교역을 위해 수로개발에 전념한 것은지리적인 조건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독일 내륙 수로는 전체 7,300km 에 달한다. 그 중 2,357km (35%)는 자유롭게 흐르는 강, 3,027km (41%)는 갑문 또는 계단식 보로 형성된 구간, 1,752km (24%)는 운하구간으로 분류된다. 1991년 통독 정부는 동서간 물류이동을 위한 계획 중 운하와 관련한 VDE 17을 내놓았는데, 막데부르크에서 베를린 동 항구까지 동서독 연계수로를 건설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클라인마흐노브 갑문을 190미터 증축하려 했다. 클라인마흐노프 갑문은 1901년 준공된 오래된 건축 기념물로 지역주민들은 이 갑문증축계획에 반대해왔다. 결국 2010년 연방교통부장관은 갑문 확장 계획을 철회했다. 갑문을 증축했을 때 감내해야 하는 지속적인 비용 투자와 환경폐해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는 이 갑문이 있는 베를린 동항구와 텔토브 운하의 수로 등급이 4등급으로 하향분류된 영향도 작용했다. 독일정부는 2011년 운하를 물동량에 따라 일곱개 등급으로 분류, 7등급의 경우 재자연화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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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인마흐노브 갑문 ⓒ BY-SA
 

푸른벨트 – 강에게 더 많은 공간을!
작년 말 새로 등장한 기독교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연립정부는 연방 수로로 이용되는 하천 구간 주변의 초지가 90% 가량이 사라진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하천과 수변초지의 재자연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국적 차원의 <푸른벨트>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주변 초지, 습지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감싸며 흐를 수 있는 푸른 생태 공간이 갖춰져야만 건강한 하천이 되기 때문이다. 백년 만에 찾아와야 할 홍수 발생빈도가 증가한 것, 그리고 또 다시 닥칠 것이란 예고를 앞두고, 문제가 기후변화에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일면적 사고이다. 예전에 범람원이었던 곳이 오늘날 옥수수 경작지로, 물속에 뿌리를 두고 서 있던 버드나무들의 공간이 창고로 바뀐 마당에 제방을 높이 쌓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천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원래대로 그곳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고 기술했다. 사회과학자 마르크스는 그 말을 인용하며 헤겔이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라는 말을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두 번 반복되어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파괴를 위해, 두 번째는 복원을 위해?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았다는 RMD (라인 마인 도나우) 운하를 대운하 사업 추진자들이 연수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보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국민의 반대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시 4대강 살리기란 이름 바꾸기로 시도했을 때도 독일은 이미 하천을 수로로 바꾼 과거 수십년의 과오를 반성하고, 다시 복원하는 과정으로 방향을 바꾼 상태였다. 그들은 왜 21세기에 19세기, 20세기의 낡은 유물과 과오를 배우고 왔을까? 그들은 동시대 사람들이 아닌 것일까?
 

독일의 강복원 프로젝트 ① 강 재자연화에 앞장서는 이유  https://www.greenkorea.org/?p=42270
독일의 강복원  프로젝트 ②되살아나는 이자르강  https://www.greenkorea.org/?p=42330

임성희(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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