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생태학 1강 – 흙을 통해 배우는 생태이야기

2014.10.15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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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녹색아카데미에 처음 참여했다.
자연, 생태계로부터 경쟁 말고 다른 것을 배워보자는 뚜렷한 목적의식은 없었다.
(인간사회의 경쟁은 자연으로부터 배운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욕심이라는 생각에..)
그냥 뭔가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면 조금은 다른 실천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강의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조홍범 교수님의 유머코드는 모두와 잘 맞았다.
교수님은 현재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토양 속 미생물을 상업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생태학에 접근하면서 인접전문가들과 함께 모여 품앗이 형태로 어린이 환경학교를 만들어 진행해왔다고 한다.

두 시간의 수업은 흙에 대한 소양을 평가하는 ‘쪽지시험’으로 시작됐다.
각자 풀어본 다음 답을 체크하면서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각 문제를 내가 맞았나 틀렸나 체크하다 보니 약간의 긴장감이 돌면서,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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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시험.. 여러분도 풀어보세요. . 사진에 표시된 O X는 정답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나는 12문제중 7문제를 맞았고,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고, 내가 열심히 필기한 내용을 조금 정리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틀린 1번 문제!
“ 흙은 석유처럼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다? “
대부분이 X를 한 1번문제의 정답은 O였다. 왜? 석유는 고갈되는 에너지자원이고, 흙은 맨날 밟고 다니는 건데, 무슨 재생 불가능 타령이냐! 라는 마음으로 다들 X를 하지 않았을까..

흙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인 이유를 정리해보면,
–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의 시작은 나무, 초지 등 토양의 피부를 벗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그런 토양의 흙들은 물과 바람에 심하게 유실된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황사는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토양의 유실문제로도 볼 수 있다.)
– 흙의 유실속도는 생산속도보다 빠르다.
(양질의 흙을 기준으로 표토 층 1층이 전지구적으로 형성되는데 천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 주한미군이 토양유류오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유류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것은 비용을 책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토양은 재생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보이는 것도 불편하면 못 본체하는 사람에게 눈으로 보이는 숲의 사라짐은 어느 정도 걱정거리가 되겠지만, 땅은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아무생각없이 땅을 대했을 것 같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 한대지방 보다 열대지방 흙에 영양분이 더 많다. “ 라는 생각 없이 X를 찍어 정답을 맞춘 문제다.

이 문제를 통해서 토양의 영양분이 어떻게 이동하는 지와 열대 우림 파괴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교수님이 학창시절 때나 배우던 화학공식을 써가며, 자세히 설명해주셨지만 난 간단히 한글로만 적어보겠다.

기본적으로 토양의 영양분은 낙엽과 같은 숲 부산물로부터 얻게 된다. 그럼 엄청난 낙엽이 떨어지는 열대 우림의 토양에 영양분이 많은 게 아닌가? 하고 다들 오답을 선택했을 것이다. 실제 토양 내 양이온 상태의 영양분은 토양의 음이온과 결합해 있다가, 비가오면 빗물과 함께 들어온 수소이온(강력한 양이온)에게 자리를 빼앗겨 나무의 뿌리로 이동하게 된다. 그럼 비가 수시로 오는 열대 우림은 어떻게 될까. 비가 올 때마다 영양소가 나무, 숲으로 이동한다. 결국 열대 우림의 토양 영양분은, 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숲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열대 우림의 숲을 배어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숲이 사라져도 비는 계속 오고, 숲에게 가지 못하는 영양분은 물에 흘러 유실된다. 결국 그 땅은 재생 불가능한 땅이 되는 것이다.

이 과학적 사실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이런 사실을 알기 쉽게 쪽지시험의 한 지문을 활용해서 알려주신 교수님의 교육방식이 참 좋았다. 내용을 이해했더니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아직 내 머릿속에 이 내용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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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느껴본 대학시절의 수업분위기 속에서 손에 불이 나게 열심히 필기했다. 수업을 들으며 환경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게 알려주신다는 것에 놀랐고, 그 내용 또한 알차서 뿌듯했다.
남은 두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겠다.

라용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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