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미군기지 오염문제, 한국은 후퇴-일본은 전진

2014.10.22 | 탈핵

미군기지 오염문제, 한국은 후퇴-일본은 전진
-용산기지 주변, 10년이 넘게 유류오염물질 검출되어도 기지 내부 출입 불가
-반면, 일본은 지자체가 미군기지 내부 조사하도록 환경협정 체결에 실질합의

 

10월 20일, 미국-일본 양 정부는 주일 미군기지의 환경조사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에는 1960년 체결된 미-일 지위협정에 환경 관련 규정이 없고, 그동안 미군기지로 인한 심각한 토양오염 사고 등 환경문제가 지속되어 왔기에 환경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계속 있어왔다. 발표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일부 한계가 있지만, 주일 미군기지 내에 좀 더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하고, 토양 오염 등의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해당 기지 소재의 지자체가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은 분명 일보 전진한 면이 있다. 반면 한국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지 외곽으로 10년이 넘게 유류오염물질이 검출되는 용산 미군기지에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는 물론 환경부도 출입·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평상시 주한미군의 환경관리기준(USFK EGS)도 대표적 유류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관리기준이 삭제되는 등 개악되었다. 
미군기지 오염문제 관련, 한국은 후퇴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일보 전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현 상황에서 향후 체결될 미-일 환경협정의 내용과 의미, 또한 한국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20일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향후 기술적인 사항에 관해 문서로 명문화시킬 예정인 미-일 환경보충협정의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환경기준 :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정책에 따라 ‘일본 환경관리기준(JEGS)’을 제시하고 유지한다. 동 기준은 일본의 기준, 미국의 기준, 또 국제 기준 중 좀 더 엄격한 것을 적용하여 유출의 대응 및 방지를 위한 규정에 포함한다.
2) 기지 출입: 다음의 경우(환경오염(유출)사고 이후, 기지 반환 관련 조사시) 일본 당국이 미군시설·구역에 적절한 출입이 행해지기 위해 절차를 작성하고 유지한다. 
3) 재정 : 일본정부는 미군에게 환경을 고려한 시설 및 다양한 사업, 활동을 위한 자금을 제공한다.
4) 정보공유 : 양국 정부는 이용가능한 적절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국 환경부는 그동안 미군기지 환경 오염문제 관련협상에 있어 한국이 일본의 상황보다는 낫다고 평가해왔다. 기지 소재 지자체와 정부의 기지내부에 대한 조사·출입권이 있고 정화기준이 자국(독일)기준으로 적용되는 독일의 경우보다는 뒤져있지만 환경관련 협정이 아예 없는 일본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SOFA환경 관련 조항과 실제 적용되는 상황을 살펴보자면, 그러한 평가는 참으로 무색하다. 한미 SOFA에 환경 관련 규정이 있으나 그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SOFA에 환경보호정책 의지를 처음으로 반영한 ‘SOFA 합의의사록’(2001년)에 따르면 “합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제3조2항)고 규정되어 있지만, ‘존중(respect)’ 규정은 ‘준수’하겠다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미가 없어 실제로 구속력이 없다. 또한 SOFA 합의의사록을 구체화하기 위해 체결한 ‘환경양해각서’에서는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에 미국과 한국의 환경정책과 법령 중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2년마다 또는 수시로 검토 보완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로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은 8년만인 2012년에야 개정되었고 그 내용도 후퇴되었다.

실례로, 서울 정중앙의 80만 평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용산기지의 경우 2000년 이후 14차례나 오염사고가 확인되었고 지자체인 서울시는 2001년 녹사평역과 2006년 남영동 캠프킴 주변 오염 사고 이후 기지 외곽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모니터링하고 정수 처리하는 작업을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지만, 기지 내부에 출입하여 내부 오염원을 확인하거나 내부 오염원 처리 경과에 대한 미군 측의 문서를 받아보지 못하였다.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조사는커녕 출입도 불가능하고 정보에 대해서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새롭게 환경 협정이 체결될 일본의 경우, 한국을 반면교사 삼아 실효성이 있는 규정으로 명문화할 수 있도록 협상과정에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출입조사권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기지 내부의 오염 확인을 위한 토양 굴착조사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환경협정 체결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도 있다. 오는 11월 16일은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현재 오키나와 현 나카이마 지사는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해안으로 이전하는 것에 긍정적이어서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즉, 환경협정 체결이 현 지사의 재선을 돕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미군기지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재협상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 SOFA 합의의사록에 명시된 ‘존중’ 규정을 ‘준수’로 변경하고, 개악된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다시 개정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반환된 기지의 실제 오염량과 정화비용을 근거로 현재 반환 협상중이거나 반환 예정인 기지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에 대한 미군 측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7년 반환된 미군기지의 오염의 심각함으로 인해 진행된 국회 청문회, 2011년 퇴역 군인의 고엽제 매립 증언 등의 악몽을 다시 경험하지 않길 바란다.    

 

2014년 10월 22일
녹색연합·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의원실

 

문의 : 녹색연합 활동가 신수연 (010-2542-2591, gogo@greenkorea.org )
은수미의원실 비서관 양혜진 (02-784-5478, rednzin@naver.com ) 


http://www.mofa.go.jp/mofaj/files/000056454.pdf (2014년 10월 20일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_일미 공동발표(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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