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녹색통신 10] 폐광산 지역이 생물보호구역이 되기까지

2014.10.29 | 행사/교육/공지

“신은 라우지츠를 창조했고, 악마는 그곳에 석탄을 집어 넣었네.”

소르브인(슬라브 소수민족)들이 부르는 이 노래는 이 지역의 유래를 간명하게 묘사한다. 광부들은 “우리들이 악마의 선물을 발견했지.”라고 화답한다. 폴란드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라우지츠 (Lausitz)는 독일의 대규모 갈탄 채굴지역이고, 소수민족인 소르브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갈탄을 가장 많이 채굴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채굴량은 통일 직전인 1989년에 비해 2013년 현재, 절반 이상 줄었다. 광부 역시 15만 명에서 2만여 명으로 현격히 줄었다. 갈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2%에서 25% 로 낮아졌다.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의 지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머지않아 갈탄 산업 역시 그 의미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갈탄은 구서독 라인 지대와 구동독 지역이었던 중부 독일, 라우지츠 3개 지대에서 대부분 채굴되어 왔다. 특히 과거 갈탄산업은 동독 경제에 큰 역할을 차지했으나 통독 후 독점이 무너지면서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속에 급속한 구조변화를 겪으며 많은 수가 폐업되거나, 바텐팔 (스웨덴 기업) 등 거대 민간기업이 인수하게 된다.

갈탄 광산은 노처광산으로 대규모의 땅을 파헤치고 형성되어 채굴지역은 흡사 생명이 살지 않는 달 표면을 연상시키며, 메마르고 황폐한 기형적 모습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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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탄광산은 노천광산으로 매마른 사막, 달표면 같이 황폐화된 땅이 드러난다. 
독일 함바흐 갈탄광산 (Johannes Fasolt, cc)

노천광산은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하수를 퍼내야 하고, 이는 주변 습지들을 마르게 한다. 그래서 광산지역주민들 뿐 아니라 광산 외곽지역 주민들도 미세먼지와 소음문제 때문에 이주해야 했다. 기름졌던 주변의 옥토들은 파괴되었고, 식물들도 본래 터전을 상실했고, 사람들이 살기 힘든 땅이 된 광산과 주변지역은 황량한 채였다. 폐업 후 함몰되는 지표뿐 아니라, 광재 더미로 형성된 거대한 비탈은 음지와 양지, 바람과 강수량 분배에도 영향을 미쳤다. 폐광산을 복구하기 위한 제안과 작업이 시작되자, 거칠고 낯선 달 표면 같았던 이 지역은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일부는 독일 경제를 부흥시켰던 산업문화유산으로 보전, 박물관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몸집 큰 흉물처럼 버티고 있던 시설들도 철거하지 않고, 특징을 살린 채 디자인센터나 문화공간으로 근사한 변신을 꾀한 곳도 있다. 그 중 알려진 곳이 졸페라인이다.

폐광산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에센(구서독 지역)에 위치한 졸페라인 (Zollverein)은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산이었다. 1834년부터 시작된 채굴이 여러 차례 확장을 거치며 150년 이상 운영되던 이곳은 1986년 폐광되었고, 복구 작업이 시행되기 전까지 10년 넘게 죽은 땅으로 방치됐다. 숨이 멎은 것 같았던 이 지역 일대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으로 개조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띠게 된다. 2001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문화와 경제, 여가, 관광을 위한 지역으로 바뀌었다. 레드 닷 디자인 박물관과 루르박물관을 중심으로 수많은 예술전시와 공연과 상영, 축제, 박람회 등이 개조된 기존 광산 시설들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해마다 1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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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ollverein Schacht 12 촐페라인 광산 (사진: Thomas Robbin, cc)

스스로 생명을 되찾은 라우지츠 폐광산

구 동독 라우지츠 지역에서 악마의 선물이었던 갈탄의 발견은 이 지역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백년 이상 가동된 채굴 중장비들은 라우지츠의 전통문화경관도 함께 파헤치면서 언덕과 숲에 깊고 광대한 구덩이들이 만들어졌다. 마을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중장비들은 돌진했다. 그러다 시대적 격변 속에서 급작스럽게 폐광된 곳들은 치유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된 채 존재했다.

방치된 폐광지대는 한편으로 끈질기게 자기 생명력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광업활동이 중단된 거대한 폐석장들은 도로로 인한 단절이 없는 드넓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영양물질이나 유해물질을 품지 않는 독일 내 매우 특이한 토양상태를 유지하는 독특성을 보이기도 했다. 드넓은 폐석장 곳곳에서 지역 각각의 특색대로, 바람과 비, 상승하는 지하수 등 자연의 힘에 의해 고유한 역동성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순환을 시작했고, 희귀종들의 이상적 생활공간이 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라우지츠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환경단체 나부(NABU) 재단에 의한 자연의 낙원 초록하우스(Grünhaus)와 환경단체 분트에 의한 고체(Goitzshce) 지대, 하인즈 지엘만 재단이 가꾸는 반닌헨 (Wanninchen)이 그 사례이다.


자연의 낙원 초록하우스 (Grünhaus)

폐광산 지대를 대체로 목재림이나 농지로 재조성하자는 견해가 지배적이던 때, 환경단체 나부는 폐광 지역의 15%를 자연보호 지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산으로 이용된 지대는 느슨한 적재상태와 지하수를 뽑아내면서 지하수위가 상승하여 토양이 붕괴될 우려가 있어 안전성을 고려할 때 정비작업은 불가피 해 경사지와 표면 안정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 정비작업은 인위적인 조치로 인해 자연의 역동성을 살리는 것과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원 토양 상태의 석회화와 비료화는 산성이던 토양을 중성화시키게 되고, 생물적 지형적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나부재단은 국가자연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라우지츠 브란덴부르크 지역 내 가치가 놓은 1,930헥타르의 면적을 구입했다. 독일 연방환경재단과 브란덴부르크의 지원도 받았고 3천여 명이 땅 매입 후원자로 나섰다. 나부는 이 지역을 나부보호구역으로 정했고, 자연의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초록하우스의 근거지로 짓고, 자연 본래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애쓰며, 해마다 식생의 변화를 모니터링 했다. 초록하우스 주변 지역에서는 이제 멸종위기조류인 개구리매가 물이 찬 폐광 웅덩이 위의 갈대밭을 날며 유유히 사냥을 한다. 물 가장자리에서 물총새, 물제비들이 찾아 들었고, 희귀 벌 들도 수분을 했다. 두루미도 2003년 첫 부화를 했다. 자연림들 역시 다양한 구조적 다양성을 갖추어냈다.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작용은 새로운 생태적 순환을 형성해냈다. 나부의 프로젝트는 2012년 유엔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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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환경단체 나부는 라우지츠 폐광산 지역의 일부를 매입해 보호구역으로 삼고 자연이 스스로 복원해 나가도록 했다. 
초록하우스라 불리는 이 일대는 이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  (사진: NABU/Fokus-natur.de/Frank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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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하우스의 가을 (사진: NABU/frauke Hennek, Herbst in Grünhaus)

 

거대한 호수가 된 고체 Goitzche 폐광지역

구 동독지역 비터펠트(Bitterfeld) 물데(Mulde)강 협곡에 위치한 초지림 고체 (Goitzsche)에서도 역시 거의 한 세기 동안 갈탄이 채굴되었다. 이곳에서는 신의 눈물이라 불리는 호박석도 발견, 76년부터 93년까지 400톤 정도가 채굴되기도 했다. 통독 후 수익성을 잃은 채굴작업이 중단되자, 62km² 의 면적이 거칠고 황량하게 남게 되었다. 전체 숲은 거의 완전히 벌목되었고, 지하수위는 80미터나 낮아졌고, 토양구조 역시 완전히 바뀌었다. 일부 지역은 90년까지 구 동독군의 훈련지로 쓰이기도 했고 몇몇 군데는 숲으로 재생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정화작업이 시작되면서 선로, 공급관, 건물, 공구들은 대부분 철거되었다. 1990년대 말 폐석 지역 두개의 채굴 구덩이에 물을 채우면서 대규모 예술경관계획이 시작되고 호수교량과 수위탑이 만들어졌다. 2000년 환경단체 분트(BUND)는 이 지역을 후원금으로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2002년 큰 홍수로 인해 고체는 베른슈타인 호수와 함께 작센안할트 주의 거대한 호수로 변모했다. 2005년부터 이 호수에서는 각종 수상스포츠와 낚시터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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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의 채굴 구덩이에 물을 채워 조성한 고체호수. 수상스포츠와 낚시를 즐기는 관광지로 탈바꿈했고 독일 연방 환경재단에 의해 국가자연유산으로, 유엔생물종다양성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었다. (사진: Joeb07, Pouch Giotzsche2, CC)

고체는 이제 생명이 살 수 없는 달표면을 연상시키는 같은 곳이 아니다. 자연은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을 회복시켜나갔다. 채굴로 파인 거대한 구덩이들은 투명한 물을 담은 호수가 되었다. 광재 더미에는 건초들이 무성하게 번창했고, 자작나무숲이 형성되었다. 흰꼬리수리가 둥지를 지었고, 두루미, 비버, 수달들도 찾아왔다. 딱따구리와 도요새, 후투티들이 새로 형성된 숲에 자신들의 새 터전을 만들었다. 2002년과 2013년의 대홍수에서도 이곳은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이는 이 지대에 새로운 역동성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분트와 분트재단은 이 지역을 자연휴식처로 지키기 위해 많은 후원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체는 2009년 독일 연방 환경재단에 의해 국가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고, 2013년 여름 유엔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공식 프로젝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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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 파수꾼 (사진: Jwaller, Goitzschewächter, CC)

반닌헨 자연경관체험지역Naturlandschaft Wanninchen

동서독 경계지의 동식물을 영상으로 담아,  이곳이 그뤼네스 반트로 보전되는 데 공헌한 촬영감독 하인츠 지엘만이 운영하는 하인츠 지엘만 재단은 반닌헨 Wanninchen 지역 내 구 탄광지대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브란덴부르크 남부에 위치한 자연공원 니더라우지츠 내에 3,000헥타르 땅을 구입했다. 1991년 광산이 폐쇄된 이곳 역시 독일 내에서 보기 드문 지형을 담고 있는 곳이다. 하인츠 지엘만은 채굴 후 이곳이 품고 있는 생태적 잠재성에 경탄했고, 이 땅의 자연이 스스로 복원되도록 재단 명의로 3,000헥타르를 사들인 것이다.

척박하게 모래로 덮인 토양은 엉거시(Sandstroblume), 억새, 집게벌레, 황갈색 할미새같은 다양한 고온성 동식물들을 위한 서식공간을 제공했다. 특히 가을철 두루미의 위엄 있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에서 11쌍의 두루미가 알을 품었다. 늑대, 후투티, 갈색제비 등 희귀동물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채굴과정에서 급격히 낮아진 지하수위로 인해 훼손된 늪지들이 다시 살아났다. 하인츠 지엘만 재단은 270헥타르의 늪지대들은 확보했다. 이들은 지역의 수질향상을 돕고, 이산화탄소 감소에 기여하고, 두루미의 추가 산란지를 확보하게 했다. 하인츠 지엘만 재단의 반닌헨 자연체험장은 광산의 사후 변화과정과 새롭게 형성된 낙원으로서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인상적인 외관 지형과 경이로운 자연 전시장을 관람할 수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잊을 수 없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저녁 무렵 수천마리의 두루미와 거위들이 떼를 지어 채굴 후 조성된 호수로 잠들기 위해 찾아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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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대에서 본 지엘만 자연경관지역 반닌헨 슐라벤도르프 호수 (사진: Assenmacher, CC)

화석연료 생산지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 태양광 공원 Solarpark Leipziger Land

라이프찌히에서 남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 에스펜하인 Espenhain. 햇빛이 유독 강하게 내리쬐는 이곳의 폐석 집적장 16헥타르 면적에 33,364개의 태양광판이 설치되다. 40년간 환경오염의 대명사인 화석연료 생산지에서 미래를 담은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바뀐 이곳은 새 세기에 걸 맞는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곳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은 1,800세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2004년 완공 당시 이 곳은 독일 내 가장 큰 태양광시설이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연간 4,617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4,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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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공원 (출처: GEOSOL http://www.solarserver.de/solarmagazin/anlageoktober2004.html )

 

석탄대신 바람에너지 : 풍력공원 클레트비츠 Windpark Klettwitz

브란덴 부르트 주에 위치, 라우지츠 광산으로서 과거 채굴장이 있던 곳이다. 1999년 가동을 시작한 풍력발전기들은 64메가와트를 생산하고 있다. 250헥타르 면적에서 58개의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2014년 출력을 강화, 1단계 설비 완료시 63메가와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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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고속도로에서 본 풍력공원 (사진: CCZ Thomas, eurospeedway aussichtsturm, CC)

현 독일 정부는 전반적으로 보수적 노선을 걷고 있는 기독교민주당과 기후변화 대응이나 재생에너지에 별 다른 소신을 갖고 있지 않는 사회민주당의 연립정부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핵에너지를 포기한 이상 징검다리로서 화석연료 사용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나 화석에너지기업의 로비로부터 자유롭거나 자유롭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현 정부가 녹색당이나 좌파당, 시민사회로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을 후퇴시키는 <무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기관에서 의뢰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들 역시 독일 내 갈탄 등 화석연료의 에너지 점유율은 현격히 낮아지고, 향후 그 의미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독일정부의 미래 에너지 설계 역시 이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일 순위 에너지원을 독일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정에서 그 수명 종료 시점을 어떻게 앞당길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이와 더불어 남은 과제는 화석연료를 채굴했던 지역의 복원이며,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이다.

 

글 / 임성희(독일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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