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➈ 위기에 처한 민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달

지구에서 20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종다양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2014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선>을 선정하여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전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 아홉번째 이야기로 위기에 처한 민물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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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수달이 많은건 아니다

오래전무작정 동물을 찾아다닐 때다그 때는 준비 과정도 계획 답사라는 개념도 없이 감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던 시기였다.

주로 경북 북부의 낙동강 상류와 강원도 북부 북한강 지류를 다녔다. 낮에 수달을 본다는 건 복권 당첨 수준의 행운이 따라야 하기에 애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수달의 똥이나 발자국을 실컷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뿐 이었다. 당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 수달의 수가 많다는 생각이었다. 봉화군 운곡천이나 양구군의 서천에 가 보면 모래 위에는 늘 수달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계곡의 물 위로 드러난 바위, 다리 아래의 돌 위, 관개용 수중보에는 어김없이 수달 똥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자 수달이 많다는 그 때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20년 전 처음 수달 서식지를 답사한 그 때나 지금이나 눈에 띄는 건 수달 똥이지 수달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달은 바닷물이든 민물이든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렇다고 돌고래나 물범처럼 먼 바다로 나가 머물 수도 없다. 바다에 사는 수달도 돌고래나 물범처럼 먼 바다로 나가 머물 수도 없다. 바다에 사는 수달도 해안선 가까운 곳에서만 살 수 있다. 이는 파로호나 충주호와 같은 육지의 댐에서도 마찬가지다. 민물에서 사는 수달은 강이나 계곡을 따라 긴 띠를 이루며 선()적으로 산다. 그 만큼 생활 기반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에 살며 수달과 비슷한 크기의 오소리와 비교 해 보면 알 수 있다. 오소리를 비롯한 대개의 네발 짐승(포유류)은 면()적으로 산다. 그 만큼 공간 선택의 폭이 넓고 이동과 확산이 자유롭다. 수달은 자신의 존재와 영역권 주장을 으로 표현 한다. 그러나 똥을 물 속에다 누게 되면 똥이 물길을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제 존재의 수단이 사라진다. 따라서 반드시 물 바깥에다 똥을 싸야 한다. 강은 수량 변화가 심하고 비로 인해 똥이 자주 씻겨 내려간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똥을 나눠 바위 위에 발라야 하는 것이다. 과거 내가 수달이 많다고 느낀것도 그 곳에 수달 똥이 흔했기 때문이다

 

수컷 수달은 강을 따라 9~15의 거리를 차지해 제 영역으로 삼는다물론 그 범위 내에 한 마리만 사는 건 아니다새끼 2마리를 거느린 암컷 1~3마리가 함께 살기도 한다. 15라는 긴 거리(쉬지 않고 걸어도 4시간이 걸린다)에 어른 수달이 고작 2~4마리에 불과하다이것조차 수달이 고정적으로 머물러 사는 곳에만 해당되는 것이다결국 우리나라 수달은 전국의 강과 바닷가 또는 육지와 가까운 섬에 넓게 퍼져 살지만 그 숫자는 적다고 할 수 있다즉 분포 범위는 넓지만 서식 수는 적다는 뜻이다.

 

 

위험에 빠진 한반도 민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달은 주로 물고기를 먹고 살지만 개구리와 가재도 좋아한다그 밖에 물닭이나 청둥오리 같이 수변에 사는 새와 그 새끼도 잘 잡는다바다에 사는 수달은 생선 못지않게 게나 문어 등 갑각류와 연체동물도 좋아한다수달은 한반도 민물 생태계에서 육지의 호랑이와 같은 위치에 있다즉 민물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최정점에 위치한 동물인 것이다

 

만약 어느 강에 수달이 살고 있다면 그 강은 생물 다양성이 높고 생태계가 안정된 곳이라 말할 수 있을까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수달은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동물이다씨알이 굵고 잡기 쉬운 물고기는 어디에 많을까설악산 백담계곡과 같이 바로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에는 버들치 같은 작은 물고기가 산다그 조차 적은 수가 살 뿐이다수달이 좋아하는 메기, 잉어같이 크고 행동이 느린 물고기는 유기물이 많은 탁한 물에 많다. 흔히 2급수, 3급수로 불리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 것이다. 수달의 입장에서 보면 한 번 사냥에 최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물고기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달은 대도시 주변의 강(이를테면 대구의 금호강)이나 지방의 중.소 도시를 우회해 흐르는 이른바 더러운 강에서 더 쉽게 눈에 띄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생활폐수가 섞여 각종 유기물이 축척된 곳에 큰 물고기가 많기 때문이다. 물 흐름이 느리고 뿌연 물빛의 유기물이 풍부한 강 하류나 습지는 원시시대에도 존재했다. 문제는 산업화 이후 오늘 날까지 우리의 강은 산업 폐기물과 농약 등에서 나오는 중금속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달은 단순히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 왔을 뿐, 그 곳의 물고기가 중금속 범벅이란 사실을 모른다. 따라서 그 물고기를 먹은 수달의 몸에는 물고기보다 수백 배 많은 중금속이 축적되는 것이다. 이는 머지않아 수달에게 번식력 상실이나 기형적 수달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서식 조건에는 3대 필수 요소가 있다. 물과 먹이 그리고 은신처(숨을 곳)가 그것이다. 물과 먹이는 너무나 당연시 되는데 반해 은신처는 무시되기 일쑤다. 사실 은신처가 없어도 동물의 생존이 불가능한건 아니다. 그러나 은신처가 없는 곳에서 동물이 번식 할 수는 없다. 은신처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휴식하며,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곳을 말한다.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하천 정비 사업은 다양한 물고기와 새들의 삶터를 없애는 것은 물론 수달의 은신처도 사라짐을 뜻한다. 수중보에 수달의 똥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수달이 그 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의미이지, 그 곳을 보금자리로 삼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달은 강변을 콘크리트로 도배질 한 곳에서는 결코 정착하지 않으며 새끼를 낳아 기르지도 않는다.

 

 

멸종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수달, "있을 때 잘 해!"

 

지난 1992년 이후 일본의 수달이 멸종되었다. 일본 수달은 1965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멸종으로 질주하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일본 수달이 멸종된 이유는 메이지 유신 이후 군용 모피를 충당하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무차별사냥을 한 탓이다. 중국 동북지방의 지린 성과 헤이룽장 성을 합치면 남한의 6.5배 또는 한반도 3배의 넓이가 된다. 지난 2000년 발표된 보고에 의하면 이 넓은 지역에 수달이 고작 130여 마리가 생존 할 뿐이라 한다. 지린 성과 헤이룽장 성 역시 고급 모피로 알려진 수달피를 얻기 위해 마구잡이식 사냥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해주를 제외하면 동북 아시아에서 그나마 수달의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 이다. 북한의 수달도 천연기념물(대흥수달-55, 법동수달-249, 신양수달-331)로 지정되어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다. 이제 한반도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승냥이, 독도의 바다사자 등 카리스마 넘치는 대형 포식자는 모두 사라졌다. 스라소니, 불곰, 꽃사슴, 사향노루도 극소수만 남아 있으며 어쩌면 곧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시골 뒷산에서 흔히 보여야 할 여우조차 종적을 감춘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수달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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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 해”, 이 말은 우리나라 수달에게도 해당된다. 지금처럼 수달이 드물지 않게 보일 때 잘 해야 한다. 한번 감소의 미끄럼틀을 타면 걷잡을 수 없으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 어떤 조치도 효과를 볼 수 없다. 향 후 통일이 되면 멀리 러시아에서 호랑이와 꽃사슴이 백두대간을 타고 지리산까지 내려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북상 시킬 동물은 없을까? 있다. 그게 바로 수달이다지금의 두배, 세배, 열배 수달이 증가한다면 수달은 자연히 북상할 것이고 압록강을 넘어 만주 송화강까지 이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우리도 야생에서 직접 보는 수달 똥과 발자국, 귀여운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오면 어쩌나? 그때 가면 늦을 것이다. 지금,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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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최현명

 

* 최현명님은 특별한 계기나 이유 없이, 그냥 어릴 적부터 동물이 마음속에 각인되었다고 합니다. 산과 들을 찾아, 동북아시아 이곳저곳을 헤매며 한국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야생동물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우리나라 포유류의 생태와 흔적을 담은 '야생동물 흔적도감'을 썼습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야생동물 생태 기행에 관한 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집의 제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물바람숲에도 함께 실립니다.

 

<수달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참고하세요>

– 한국수달연구센터 http://www.ottercenter.org/

 

1 Comment
  • 권예지

    2016년 5월 17일 at 11:33 오후 응답

    수달이 멸종위기에 처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인간의 개발 사업으로 수달 등의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사라져 그 개체 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야생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대한 기사를 접하며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했지만, 나 혼자서 어떻게…. 라는 마음으로 곧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보다 다수가 모인다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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