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활동가가 있다.

2015.02.24 | 산양

그 곳에 활동가가 있다:

녹색연합 2015년 신입활동가 현장교육 후기

      

 지난 12일~13일, 녹색연합 신입활동가 3명(박수홍, 황일수, 강승남)은 현장교육 차 울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월부터 이어오던 한 달여의 신입활동가 교육을 갈무리하는 과정이었고, 신입활동가들에게는 나름 공식적인 첫 출장이기도 했지요. 첫 출장인 만큼,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고속버스를 타고 울진으로 가는 길은 나들이 마냥 들뜬 시간이었습니다.

 울진이라는 곳은 녹색연합활동가들에게 있어 유달리 애착이 가는 곳이라고 합니다.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는 것처럼 각각의 현장들이 활동가들에게는 제자식과도 같겠지요. 하지만 조금 더 아픈 손가락 같은 곳이 바로 울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꾸준하게 활동하며 공들여온 곳이라고 합니다. 모 선배 활동가는 2년여 동안 지역 농가에서 상주하며 현장을 돌보기도 하고, 모 선배활동가는 안식년 기간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오갔다고도 하더군요.

 녹색연합은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인 울진일대에서 2002년부터 서식지에 대한 조사와 보전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녹색연합활동가들, 울진의 NGO,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금강소나무숲길’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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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서식지에서 바라본 울진소나무숲의 전경>

 

서울에서 무려 4시간 30분을 달려 울진에 도착했습니다. 울진으로 가는 길에는 산등성이들이 곳곳에 있어, 굽이굽이 돌아 한참을 달려온 기분이 들더군요. 울진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북도에 속해 있지만, 산세가 깊고 해안과 맞닿아 있어서 지리적인 특징으로는 강원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산양들은 험한 산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하며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이야기한 선배활동가들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울진으로 오는 내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산들을 보며 왠지 겁이 나서 일까?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어버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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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숲길 초입에서 산양서식지로 이동하는 모습>

 

 도착을 하자마자 우리 일행은 미리 도착해있던 선배 활동가들과 함께 ‘금강소나무숲길’의 초입까지 이동했습니다. 모니터링하기로 한 산양이 소나무 숲길 구간 주변의 능선의 바위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곳으로 가게 되었지요. 숲길의 초입에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2분의 활동가(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와 KBS 취재팀과 만나서 함께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산양서식지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소나무숲길의 중간지점까지 차량으로 이동했습니다. 낯설기도 하고 경이로워 보이기도 한 금강 소나무들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신입활동가 3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하루에 80명만 출입할 수 있는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더니, 실제로 보니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음을 몸소 느끼게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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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 배설지>

산양서식지 모니터링은 산양이 배변활동을 하는 곳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산양이 배변을 하고 계속 그곳을 배회하는 습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산양이 살고 있는 곳, 사방이 탁 트인 능선위의 암반지대 위 배설지로 가기 위해서는 등산로가 아닌 산비탈을 올라야했습니다. 선배활동가들이 말한 그 “험준한”이라는 것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 구나!”라고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돌부리와 나뭇가지들을 부여잡으며, 두 손과 두발을 땅에 짚고 올라 간 곳에는 콩알 같이 생긴 한 무더기의 산양 배설흔적이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산양을 관찰하기 위한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노트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이 반복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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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서식지로 가기위해 등산하는 모습>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오늘 하루 계획했던 산양모니터링 일정이 정신없이 끝이 나더군요.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올 때, 이제야 온전하게 걸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참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곳들이 산양을 비롯한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보금자리라는 것이 새삼스레 경이롭게 느껴졌나 봅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픈 야생동물들과 이러한 곳들을 어떻게든 파헤치겠다는 듯이 모조리 개발하는 인간들의 면면들이 한편으로는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 몇 차례의 산양서식지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예정되었던 현장답사 교육일정은 끝났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울진으로 내려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다른 무언가가 어렴풋이 느껴지더군요. 막연하게 두렵기만 했던 울진의 척박한 풍경들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과 지역주민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익숙한 것이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 너무나도 배타적인 마음으로 파괴하려 했다는 것 입니다. 그들이 거기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앞으로 녹색연합의 활동가로서 임하게 될 나의 어렴풋한 초석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 뿐 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곳에는 누군가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어떤 누구의 의도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녀온 그곳에는 산양이 있었고, 금강소나무가 있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지역주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활동하게 될 현장에 고스란히 동화되는 활동가가 되고픈 심정이 마음이 한쪽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 녹색연합의 활동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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