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에세이] 자연을 ‘낯설게’ 마주하기

2015.03.10 | 행사/교육/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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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문득 ‘낯설게’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쉽게 지나치지 않아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지요. 나아가 낯섦을 마주하는 것, 그 후에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자연은 아무리 낯설어 하려 해도 쉽게 지나쳐 버리기 일쑤니까요. 그래서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 마다 이 낯설음이 매력적이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설음은 한 번 더 보게 하는 눈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고민을, 발걸음을 머무르게 하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자연을 지나치는 생활을 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오히려 ‘자연’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무심하게 지나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에도 함께하고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반대투쟁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환경문제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며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철학과를 다닐 때 스터디 사람들과 엠티를 갔었습니다. 선배들, 선생님과 같이 가는 첫 엠티였기에 들뜬 마음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 때, 우리의 엠티 회의 내용은 다른 엠티 회의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베큐 파티는 절대로 계곡 근처에서 하지 않기, 개인식기를 챙겨오고 일회용품 쓰지 않기. 개인식기? 여행을 가며 개인식기를 한 번도 챙겨본 적 없는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내가 항상 마주했던 ‘자연’이라는 것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이때 낯설게 느낀 경험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 뒤로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카라 동물 보호 강사도 하게 되었으니까요.

카라 동물보호 강사 연수를 들을 때였습니다. 연수프로그램으로 가게 된 설악산에서 박그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산에 오실 때 화장품은 하나도 바르시면 안 됩니다.” 그때 박그림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무심코 바르는 화장품이 동물들에게는 폐가 될 수 있구나 싶어 정말 놀랐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때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들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세운다는 것이 산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일임을 알게 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밀양송전탑 전국 대책회의 활동을 하며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일상에서 제가 놓치는 것들에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녹색연합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활동가들이 일상에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자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저의 일상에 주었던 자극들이 참 소중한 기억들로 남습니다. 낯설다고 느낀 그 감정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낯설음을 느끼게 해준 녹색연합 활동가들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어떤 형식으로든, 활동가 분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일상에서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았을 때, 많아 질 수 있다는 확신도 듭니다.

 

글. 이현숙

이현숙 회원님은 철학공부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은 자기소개란에 채울 수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호기심 많은 20대. 현재는 카라동물보호교육강사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를 하고 있다. 사진 제일 오른쪽이 이현숙님.

정리. 수지 녹색연합 회원더하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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