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001832591_STD

[녹색순례] 3천억짜리 일회용 경기장, 경제성은 수준 이하

3천억짜리 일회용 경기장, 경제성은 수준 이하

[녹색순례③] 가리왕산, 본래 여기가 숲의 자리

199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열흘간의 도보순례를 떠난다. 열흘 동안 배낭을 메고 걸으며 ‘자본의 삽질’ 앞에 놓인 위기의 현장을 찾아가고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아파하는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함이다. 올해 녹색연합은 케이블카 설치 위기에 놓인 설악산과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경기장이 건설되는 가리왕산을 걷는다. – 기자 말

기사 관련 사진
▲  가리왕산 하부, 스키장이 건설되고 주차장과 부대시설이 들어올 자리에 공사가 한창이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정말이지, 징그럽게 화창한 날이다. 새파란 하늘이 뻥 뚫려 보인다. 구름이 재빠르게 지나가고 나뭇잎들이 멀찍이서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평일 오전, 업무를 요청하고 확인하는 메시지들이 알림소리로 바쁘게 오고 갔다. 불과 일 년 전 이곳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았다. 울울창창한 숲은 하늘을 늘 나뭇잎으로 조각내었다.



가리왕산이다. 나무가 베어져 초여름의 햇볕이 온몸으로 떨어지는 텅 빈 숲,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고 뿌리를 감싸던 흙과 돌들이 뒤집어진 자리 위로 물이 흘러간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계곡의 자리를 기억해낸다. 가슴 아픈 숲,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숲의 자리이고 숲인 가리왕산이다.



예측하지 못한 풍경은 아니다. 지난 13일부터 녹색연합 녹색 순례단은 양양공항을 시작으로 설악산을 거쳐 진부에서 가리왕산을 향해 걸었다. 그 길 내내 공사장을 건넜다. 도로확포장 공사, 철도공사. 간혹 읍내를 거칠 때마다 보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현수막이 공사의 이유를 확인해주었다.



59번 국도를 따라 가리왕산을 향해 걷던 지난 19일, 녹색연합 순례단은 도로 위에 로드킬을 당해 죽어 있는 멸종위기 2급 담비의 사체를 발견했다. 59번 국도는 가리왕산 스키장이 건설되면 진입도로로 활용하기 위해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쾅쾅거리는 공사 소리가 산과 계곡의 굽이굽이를 따라 들려왔다.



가리왕산 공사현장에서 약 2km 떨어져 있었지만 담비의 행동반경이 20~30㎢라는 것을 고려하면 스키장 공사가 가리왕산 일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이 가리왕산 공사판을 비껴 도망치고 있는가.

기사 관련 사진
▲  진부에서 가리왕산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는 길인 59번국도 위에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담비의 사체를 확인했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기사 관련 사진
▲  순례단이 가리왕산을 걷는 동안 어린 멧돼지를 보았다. 어미를 잃은 어린 것이 혼자 어미를 찾던 길에 순례단을 만난 것 이다. 공사가 계속 되면 멧돼지 가족들은 잘 지낼 수 있을까.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올림픽 공사의 희생양,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숙암분교에서 가리왕산 공사현장으로 순례단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몇 개 주택들이 보이지만 이 집들도 곧 소계되어 사라질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장 주차장과 부대시설을 위해 주민들의 삶터는 이미 강제수용 되었다. ‘지속가능성’, 올림픽의 명제는 숙암리 주민들과 야생동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친환경올림픽’ 올림픽의 지향 역시 가리왕산에서 의미를 잃었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친환경은, 500년 원시림의 자리에 스키경기장을 건설하고 사흘의 경기 뒤 복원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의 면피성 단어일 뿐이다.



이대로 가리왕산에 스키장을 건설한다면 강원도와 IOC는, 사상 최악의 환경파괴 올림픽을 치렀다는 오명을 떼어내지 못하리라. 500년 원시림을 자르는 데 1732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사흘의 올림픽 경기 이후에는 1082억 원을 들여 복원을 하겠단다. 사실상 3천억 원짜리 일회용 경기장이다. 경제성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담비가 죽어 있던 59번국도 확포장 공사에는 1650억 원의 예산을 들어간다. 순례 기간 내내 마주한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 공사에는 3조8962억 원이 투여된다. 문제는 도로와 철도의 경제성이 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의 경우 강릉시내 구간의 비용편익 분석결과가 0.11에 불과하다.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통상 1 이상이 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자. 올림픽 이후 강릉과 원주를 잇는 고속철도는 텅 빈 열차를 실어 나르는 대신, 매년 수억 원의 운영적자를 철길에 뿌려야 할 판이다. 59번 국도는 경제성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기사 관련 사진
▲  가리왕산 스키슬로프 건설현장을 녹색순례단이 걷고 있다. 스키장 슬로프 구간은 벌목만 완료된 상태로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면 가리왕산 숲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경제도 환경도 없는 올림픽, 재앙이 되기 전에 선택해야 하는 한 가지



문제는 올림픽 이후이다.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복원이 묘연해지는 것은 물론 각종 경기장과 도로의 운영관리로 인한 적자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변변한 사후 활용계획 없는 경기장을 비롯해, 유령철도와 도로가 될 이 시설들을 어쩔 것인가. 이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예산을 먼저 줄이게 될까.



마침 오늘 기사를 하나 읽었다. 교육당국이 강원도 내 교사 정원을 300여 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수천억, 수조 원짜리 경기장과 도로를 경제성 분석도 없이 투자하더니 교육복지는 축소하고 있다. 교육과 복지보다 올림픽이 우선이다.

기사 관련 사진
▲  가리왕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녹색순례단의 퍼포먼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멈추자. 몇 개의 공사를 멈추고 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묘안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IOC도 권고하고 2022년 알마티 동계올림픽도 2020년 도쿄 올림픽도 분산개최를 결정했다. 평창도 가능하다. ‘이미 늦었다’ 이런 말로 미래를 저당 잡힐 올림픽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게다가, 가리왕산의 생태적 정체성과 다름없는 풍혈지대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을 내고 겨울이면 따뜻한 온기를 품어내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희귀식물들의 피난처가 되었던 풍혈지대를 보전하고 숲을 복원시킬 수 있다. 공사가 본격화된 부대시설이야 가리왕산의 하부이지 않은가. 스키슬로프 구간은 벌목만 진행되었을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가리왕산을 살리고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분산개최다. 지금 선택하자. 가능하다.

기사 관련 사진
▲  작년 가을 가리왕산의 숲. 스키장에 훼손 된 숲을 지금이라도 이렇게 복원시키자.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0701&PAGE_CD=N0001&CMPT_CD=M0016

글 : 배보람 활동가 (정책팀)

오마이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7 −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