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그 뒤, 금강에 일어난 일

2016.08.23 | 4대강

녹조라떼 그 뒤

2013년 5월,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금강에 갔다. 금강의 첫 모습은 조용했다. 강물은 천천히 흘렀고 사람도 없었고 자전거도 없었고 요트도 없었다. 사람 키 만큼 자란 풀들과 물에 잠겨 죽어가는 버드나무 군락, 외래종인 가시박, 단풍잎돼지풀이 천변을 뒤덮고 있었을 뿐이다. 금강은 조용한 것이 아니라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1_2015-녹조항공촬영-낙화암

2015년 부여 낙화암 앞에서 항공촬영한 녹조와, 녹조를 없애기 위해 이동하는 보트

첫 모니터링 이후 한 달에 한번 이상 금강을 돌아다녔다. 금강 현장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기에 첫 모니터링 때 알게 된 김종술 시민기자와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김종술 기자는 금강 현장전문 기자로, 4대강 공사 당시 금강 공사현장을 다녀 금강의 문제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4대강 공사 완공 직후인 2012년~2013년, 금강은 위험의 신호를 보냈다. 지류 하천의 역행침식,대규모 녹조현상이 일어났다. 준설로 인한 역행침식은 제방붕괴의 위험을 알렸고, 강물에 녹색페인트를 뿌려 놓은 듯한 모습은 물 속 생태계의 위험을 알렸다. 사람들은 대규모 녹조에 충격을 받았고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4대강 사업을 진행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처벌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금강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행침식이 줄어들고 있다. 강 스스로 힘으로 안정화 상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 추측하지만, 홍수가 난다면 역행침식으로 약해진 제방이 더 심하게 붕괴될 것이다. 역행침식과 달리 녹조는 해가 지날수록 면적과 지속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녹조를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를 가지고 있는 남조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녹조현상에 대해 무뎌져가고 있다. 하지만 금강은 신호 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바닥에 있었던 고무대야에 붙어 있는 큰빗이끼벌레

2014년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바닥에 있었던 고무대야에 붙어 있는 큰빗이끼벌레

큰빗이끼벌레에 이어 4급수 오염지표종까지

2014년~2015년 금강에 큰 사건이 발생했다.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다. 저수지나 호소에서 사는 태형동물이 강에서 발견되었다. (2013년 발견되었지만, 당시 이 생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다 태형동물 전문가를 통해 확인 한 후 2014년에 발표했다.) 이 출현으로 강이 보로 인해 호소화 됐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 뒤 금강을 시작으로 전국의 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금강의 신호는 멈추질 않았다. 바로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 생물은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으로, 오염된 뻘에서 사는 생물이다. 큰빗이끼벌레는 3급수에서 서식한다.

2016년 현재 금강에는 큰빗이끼벌레와 붉은깔따구, 실지렁이가 잠식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2015년, 2014년에 비해 크기, 개체수, 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붉은깔따구, 실지렁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3급수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금강에서 부엽성 수생식물인 연, 마름이 자라고 있다.

3_2016-연,마름-쌍신공원

2016년 공주보 상류 늪지대 전역에 퍼져있는 마름과 그 아래 뻘에서 살고 있는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 붉은깔따구, 뻘을 한 삽 퍼 올릴 때 약 20마리가 나온다.

2016년 공주보 상류 늪지대 전역에 퍼져있는 마름과 그 아래 뻘에서 살고 있는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 붉은깔따구, 뻘을 한 삽 퍼 올릴 때 약 20마리가 나온다.

대규모 녹조, 강바닥의 뻘층, 큰빗이끼벌레 출현,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 늪에서 자라는 연과 마름의 서식 등 금강은 우리에게 지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 이상 강을 훼손하지 말라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려달라고 지금의 금강(錦江)은 비단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금강을 비롯한 4대강 전역에서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막힌 강물을 흐르게 하면 된다. 보를 철거하여 유속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의 금강 살리기 운동은 다시 비단 강이 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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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행침식이란 하천의 침식작용이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진행되는 일반적 양상과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4대강 공사로 금강 본류의 모래를 파내는 준설작업과 수심을 7m로 만들면서 본류와 지류의 수심차가 심하게 발생, 합수부 지점에서 지류의 낙차로 인해 제방이 깎이며 무너져 내리는 역행침식이 발생했다.

2) 태형동물은 무척추동물, 외항동물, 태충류, 이끼벌레류이다. 이끼처럼 보이지만 개충이 모여 군체를 형성하며 바다와 민물에 살고 세계에 약 4,000종이 밝혀져 있다.

3) 부엽성 수생식물은 수면에 떠있는 부수엽을 발달시키는 수련이나 가시연꽃, 마름이 대표 식물. 고착성 수생식물에 속해 있다. 수생식물은 물 속 또는 연관된 공간에서 사는 식물을 총칭한다.

 

글/ 사진 : 김성중(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사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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