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맞은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세 권

바다로 떠난 당신에게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남종영,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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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제주도에 간다면, 어쩌면 제돌이를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제돌이는 제주 해녀들은 ‘곰새기’라 불렀던 ‘남방큰돌고래’입니다. 제주도는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입니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1일 고향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되어 2012년 3월 18일까지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했습니다. 당신이 아이들과 서울대공원에 가서 만났던, 점프하고 훌라후프를 돌리고 울음소리를 들려주었던 바로 그 돌고래일 겁니다.

2013년 7월18일 제돌이는 제주도 고향 앞바다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제돌이처럼 제주도에서 잡혀 와 돌고래 쇼를 하던 춘삼, 삼팔, 태산, 복순이도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춘삼이는 고향으로 돌아가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저절로 된 일은 아닙니다.

동물원의 동물쇼를 반대하며 포획된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기 위해 애써온 여러 사람 – 환경운동가, 고래 전문가, 동물 전문 기자, 전직 사육사 같은 분들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누군가에게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렸던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프로젝트’를 위해 바다에서, 동물원에서, 법정에서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 이뤄낸 결과입니다.

‘잘있어 생선은 고마웠어’는 제돌이가 잡혀 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이야기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이 책을 읽다보면 수족관 속의 삶과 야생의 삶에 대해서 여전히 동물원에 갇혀있는 물범, 바다코끼리, 벨루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앞바다엔 어디든 고래와 돌고래가 삽니다. 부디 이 바다가 그들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서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숲으로 떠난 당신에게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 호프 자런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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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이야기, 랩걸.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식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식물을 연구한다면 늘 숲속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호프 자런은 실험실에서 주로 지냅니다. 그래서 책 이름도 실험실을 뜻하는 ‘랩’입니다.

여자 과학자로 산다는 건 미국에서도 드물고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결혼 전에도 후에도 심지어 임신했을 땐 ‘안전’을 이유로 실험실 출입이 거절되기도 하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걸’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여성과학자로 자기 자리를 잡기까지 과정이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꽃과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뿌리는 과정과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기다릴 줄 아는, 그래서 백년이 넘도록 기다리는 체리 씨앗, 30미터까지 뿌리를 뻗는 아카시아, 단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로 응용한 것 같은 다양한 모양의 이파리, 임기응변으로 살아가는 덩굴식물, 사막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사막이 아직 자기를 죽이지 않아서 거기에 사는 선인장, 서로에게 조난신호를 보낸다고밖에 볼 수 없는 나무들이 병충해를 극복하는 방법 등은 한 사람이 인생에서 만나는 순간순간을 식물에 투영하여 성찰하게 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로서 호프 자런은 수 십 년 동안 식물을 연구한 후 결국 그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식물에 투영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호프 자런이 말하려는 사실은 ‘세상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4억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생명체 식물이 식량, 의약품, 목재 단 세 가지로 분류되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지. 우리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호프 자런은 자기의 삶과 나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숲 속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삶이 다시 보일 겁니다.

도시에 있는 당신에겐
『우리는 플라스틱없이 살기로 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지은이), 류동수 (옮긴이),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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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를 웃도는 폭염의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 손에 들린 아이스커피. 열기를 식혀주는 그 커피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니라 튼튼한 텀블러에 담긴 거라면 얼마나 멋질까요? 많은 이들은 분리수거만 잘 하면, 재활용만 잘하면 되지 않냐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회용 플라스티컵 재활용율은 5% 정도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사는 산드라씨는 ‘플라스틱행성’이라는 영화를 보고 결심합니다. 일단 한달간 플라스틱없이 살아보기로. 그런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플라스틱 행성이란 영화 제목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플라스틱이니까요.

이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선 잘 분해되지도 않고 만드는 데엔 10만 가지 성분이 쓰이지만 유해성을 확인한 성분은 고작 10여 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처럼 우리 건강에, 자연에 어떤 해를 미치는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평범한 이웃 산드라씨는 플라스틱없이 살아보면서 환경운동가가 되고 결국 시의원이 됩니다.

혼자 하는 의미 있는 실천에서 한 발짝 더 나가 플라스틱이 만들어지지 않고 유통되지 않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올 여름 도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면 당신의 손에 이 책과 텀블러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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