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과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 연구사업은 양립할 수 없다.

2018.03.07 | 탈핵

지난 3월 5일,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 사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 사업의 지속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재검토위원회를 구성・운영 중이다.)에 참여하고 있는 반대측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재검토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을 규탄하였다. 재검토위원회의 활동이 연구 사업 재개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것이 반대측 위원들의 핵심 주장이다.

탈원전 정책과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양립할 수 없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핵심은 플루토늄239처럼 긴 반감기와 고방사능을 가진 다양한 방사성핵종을 고속냉각로를 통해 태워 없애면서 전기도 생산하고, 핵폐기물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수적으로 새로운 핵발전소의 건설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더 이상 새로운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이 정부의 약속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에 녹색연합은 일관되게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사업이 정부의 공약과 배치되므로 이 연구를 지속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정부가 자신의 약속과 미래 비전을 근거로 판단할 문제를 굳이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동안 녹색연합이 주장해온 핵심 내용이다. 녹색연합은 여전히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 따라서 정부는 재검토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부의 탈원전 약속에 근거하여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더욱이 파이로프로세싱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더라도 그 실효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던 사업이다. 첫째, 폭발성이 큰 물질인 나트륨(소듐)을 냉각제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대국민 수용성이 훨씬 떨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보다 원자로의 폭발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나트륨의 폭발성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원전보다 훨씬 안전성을 강화해야하기에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셋째 프랑스나 일본의 고속로가 사고와 잦은 고장으로 사실상 상용화에 실패하였던 전례에 비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사업단이 새로운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더라도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 근거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문제이다. 어떤 이유에서 원전의 추가 건설 없이도 이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책임은 정부와 연구사업단에 있지, 재검토위원회라는 꼭두각시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무기가 양립할 수 없듯이 탈원전과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 연구 사업은 양립할 수 없다. 녹색연합은 재검토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부가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사업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8년 3월 7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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