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평화대행진] 한반도 평화의 봄이, 오키나와 그리고 아시아로 퍼져가길..

2018.06.04 | 군기지

오키나와는 일본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마치 한국의 제주도처럼 말입니다. 한국의 평화 활동가들은 매년 5월이면 이 오키나와로 떠납니다. 5.15 오키나와 평화대행진을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오키나와는 독립된 류큐 왕국이었다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최전선 전쟁기지가 되었고, 전쟁 와중에 많은 오키나와의 주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미군은 오키나와를 군사적 요충지로 상정하고 미군기지를 건설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헐값에 강제로 토지를 빼앗기게 됩니다. 그러다 미군정을 거쳐 1972년 5월15일 일본 본토로 복귀하게 되었는데, 현재까지도 일본 전체 미군기지의 70%가 작은 오키나와 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다수의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기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작은 오키나와에 대부분의 주일미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이 불평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군에 의한 각종 범죄, 전투기 소음피해, 환경오염, 군사훈련 중 발생하는 사고로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년 5월15일이면 오키나와와 일본,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한 평화대행진이 열리는 것입니다.
지난 4월, 4.3 70주년을 맞아 제주도로 떠났던 녹색순례의 기억이 났습니다.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슬픈 역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은 섬이기에 그들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빼앗기고 힘 센 나라에 휘둘리고 희생되는 아픈 역사를 겪은 것이 그러했습니다. 강정의 해군기지와 오키나와의 헤노코기지도 겹쳐 보였습니다. 군사기지로 인해 평화를 빼앗긴 이들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오키나와는 무척 더웠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남서쪽으로 꽤나 떨어진 지리적 위치 때문일 겁니다. 사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보다 대만에 가깝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일본과 오키나와 각지에서 연인원 3만여 명의 시민들이 평화대행진에 참가했습니다. 13명의 한국참가단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5월10일 대행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결단식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참가자의 면면은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오키나와의 활동가들도 예년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다는 평을 했습니다.
녹색연합을 비롯해, 강정, 성주, 평택 등에서 참여한 13명의 한국참가단은 3일 동안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오키나와 시 한복판에는 후텐마 기지가 있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주거지 한복판에 있어서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현 바깥으로 기지이전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반 일본정부와 미군은 오키나와의 다른 지역, 곧 헤노코 앞바다를 매립해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노코 앞바다는 세계적인 희귀종은 듀공이라는 포유류가 살고 있고, 호주의 대산호초보다 다양한 종의 산호가 서식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 공사장 앞에서 1400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와 한국의 교류와 연대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오키나와-한국 민중연대의 대표인 토미야마 상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미군이 열화우라늄탄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미군은 훈련을 중단하게 됩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은 오키나와의 훈련장을 한국의 매향리로 옮겨서 계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받던 고통이 한국의 매향리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이전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부터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오키나와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특히 한국의 풀뿌리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동아시아의 평화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자위대 군비를 확장하고,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명분이 바로 “위험한 북한” 때문이라는 점도 그것을 말해줍니다. 세계 최대의 미 육군기지가 한국의 평택에, 아시아 최대의 미 공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이유도 미국이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힘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한국과 오키나와, 그리고 동아시아의 시민들이 함께 연대를 만들어갈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키나와의 활동가들도 최근 남-북, 북-미 간의 대화 분위기에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사진이 실린 한국 신문을 커다랗게 코팅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온나성에서 만난 나가미네 상의 말이 기억납니다. “저의 정체성은 일본인이 아닌 아시아인입니다.”
평화대행진 결단식에서 녹색연합 신수연 활동가의 연설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대목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시작된 평화의 봄이 아시아로 펴져 나가길 바랍니다.” 이제 한반도가 동아시아 갈등과 대결의 장이 아니라, 평화의 근거지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인들만이 몫이 아니라, 풀뿌리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으로써만이 한걸음씩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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