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어린이자연학교 후기] 산양 친구로 돌아온 자연뭉치들! 어린이 자연학교 잘 다녀왔습니다!

2018.08.15 | 행사/교육/공지

올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지요? 혹시나 모를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안프로그램까지 철저하게 준비했건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설악산은 도심의 불볕더위를 피해 자연에 든 어린이자연학교 참가자 24명의 자연뭉치들과 10명의 모둠교사, 스텝을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로 환대해줬거든요. 해피빈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상황이 어려워 여름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함께 어린이 자연학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분신처럼 여기던 핸드폰이 없는 23일을 가득 채워 준 설악산과 산양,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어린이자연학교 기간 동안은 자연으로 든 만큼 서로를 자연이름으로 불러주기로 했어요. 독거미, 식충식물인 파리지옥, 혜성 등 무엇 하나 겹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34개의 자연이름이 만들어졌답니다. 그리고 세 개의 모둠이름도 모둠 구성원의 자연이름을 포괄하는 이름으로 짓자 ‘자연이네’, ‘설악’, ‘숲’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금세 친해질 수 있도록 준비한 밧줄놀이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터득하는 마법의 놀이였습니다. 두 명씩, 네 명씩, 열 명씩 모여 하나의 밧줄을 쥐고 뒤로 누으며 균형을 이루는 놀이는 뒤로 자빠지기 일쑤였지만 여러 번 거듭할수록 동그란 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함께하는 친구들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다는 증거지요. 나와 친구들이 당기는 밧줄이 무거운 성인 남성을 거뜬히 날아오르게 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정말 흥분했습니다. 밧줄을 꽉 쥔 손이 아파와도 혹시라도 놓치면 상대가 다칠까봐 더욱 힘을 주고,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 때문에 친구의 순서에도 안전하고 단단하게 쥔 밧줄을 끝까지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이렇게 몸을 부딪치며 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다 보니 아이들은 순식간에 친해졌습니다.

산양과 쇼미더 설악~!

이번 어린이자연학교는 설악산에서 생동하는 자연을 직접 느끼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산양과 우리의 함께 살아가는 삶을 그려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습니다. 직접 산양을 만나기란 쉽지 않기에, 구조되어 생태학습장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산양을 만나기 위해 종복원기술원을 방문했습니다.

200만 년 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산양. 직접 산양을 구조하는 기술원 선생님의 설명 덕분에 산양이 책속에서 볼 수 있던 먼 동물이 아닌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졌는지 처음으로 직접 보는 산양똥을 도토리 보듯 귀엽게 바라봅니다. 육식동물인 단비와 초식동물인 산양 똥의 차이를 설명하는 선생님께 그럼, 스님똥도 산양똥처럼 생겼나요?”라며 진지하게 묻는 아이들에게서 때묻지 않은 호기심의 진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온 뒤 만난 한 폭의 그림, 설악산

원래 산양이 살던 곳, 설악산으로 향하는 길은 국지성 호우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걸어 올라가고 비에 젖은 김밥을 먹었던 경험은 잊지 못하겠지요. 비가 그치고 뿌연 안개가 물러가며 저만치에 모습을 드러낸 설악산은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답니다.

산양이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렸을 대승폭포와 그 주위의 깎아지른 절벽을 직접 보고, 가만히 눈감고 떨어지는 물소리와 벌레소리에 귀 기울이며 잠자고 있던 오감을 깨우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무겁게 내리는 비에 굴하지 않고 이 절경을 마주한 아이들의 눈빛은 이전과 확실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빗속 산행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건 어른들의 생각이었어요.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비 내리는 시내에 풍덩 빠져 물놀이 삼매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어린이자연학교는 매일 아침은 눈을 비비며 체조로 시작합니다. 모든 식사는 자연과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하는 밥가를 부르며 시작합니다. 물론 식사는 자연과 건강에 좋은 제철 식재료로 만들지요. 이틀에 한번 고기반찬이 나오는 급식에 익숙한 아이들은 고기를 찾았지만. 뛰어 놀며 허기가 지니 시간이 흐를수록 참 맛스럽게 잘 먹습니다.

아직 어린이자연학교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서울에서 다시 만나 도시 속에서 자연을 생각하는 시간 “모여라, 자연뭉치들~”이 남아있거든요. 벌써부터 보고 싶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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