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고싶은 영화 「비포 더 플러드」

비포 더 플러드 Before the Flood
2016년 · 다큐멘터리 · 196분

2016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그는 당시 수상연설로 기후변화 해결을 호소할 정도로 환경운동에 적극적인 배우다. <비포 더 플러드>는 디카프리오가 직접 출연한 기후변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세계 곳곳 기후변화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 중에는 디카프리오가 직접 겪었던 일화가 나온다. 영화 <레버넌트>를 촬영할 때 눈과 얼음이 덮인 촬영지를 찾아 5,000km나 이동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에어컨인 북극의 얼음이 녹아 조만간 배로 항해를 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는 해수면이 높아져 수시로 발생하는 홍수 때문에 도로를 높이고 펌프를 설치한다. 팔라우 섬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고, 방글라데시는 이상 폭우로 농사를 망친다. 바다의 생태계는 위협받고 있다.영화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산업계와 과학자들과의 논쟁의 역사와,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노력도 보여준다. 정보와 데이터, 사례,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나레이션, 모두 적절하고 친절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교과서 격의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문득 영화를 보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 영화가 전해주는 정보는 사람들의 행동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 걸까? 얼마 전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반수의 학생이 기후변화를 답했다고 한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지구온난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처럼 기후변화의 과학성 자체를 부정하는 집단과의 논쟁은 한국에서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상식이 되면 식상해지는 걸까. 누구나 기후변화를 알고 있지만, 그만큼 기후변화가 한국 정치와 사회의 중요한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2018년 한반도 전역을 덮친 초유의 폭염 와중에도, 정부와 국회 모두 폭염의 원인인 기후변화 대해서는 침묵한다. 얼마 전 정부는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을 확정했지만, 사회적 관심에서는 비껴나가 있었다.

앞으로 이대로라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질 것이다. 국제연구진은 올해 북반구를 강타한 폭염이 최소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점점 더 재난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애초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는 산업화를 앞서 추진했던 부자나라들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저 멀리 태평양의 작고 가난한 섬나라에 더욱 치명적이다. 기후변화는 정의의 문제이고, 재난은 사회시스템의 문제다.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의 주범 석탄발전소를 더 건설하자는 결정은 결국 정치적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홍수(flood)’는 재난을 상징한다. 중요한 건 누진제가 아니다. 화석연료에 중독된 현재의 사회시스템의 변화다.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 더 큰 재난이 오기 전에, 변해야 한다.

 

글 · 황인철(녹색연합 녹색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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