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취지를 무시한 산업부의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계획

2019.04.09 | 탈핵

기계적 중립·행정편의주의적 재검토위원회 계획 규탄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한계를 못 벗어난 재검토위원회.

지난 3, 산업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구성 추진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진행할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재검토위원회 위원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는 △ 인문사회, △ 법률·과학, △ 소통·갈등관리, △ 조사통계 분야별로 10개 학회에서 각각 7명씩의 중립적 인사를 추천받아 핵발전소 지역, 환경단체,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기관·단체에 제척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방식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방식과 동일한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중립적인 인사들로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학회 추천과 이해당사자 제척 방식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이와 같은 방식은 공론화위원회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된 이와 같은 방식은 결국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은 수십 년간 계속되어온 핵발전소 건설 갈등의 쟁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공론화 진행과정에서는 기계적인 중립에만 신경쓰다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고착화시켰다는 논란이 계속되었다.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건설중단·재개 측의 주장에 대한 분량이나 시간을 맞추는 매우 지엽적인 일들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더구나 건설 재개 여부만을 판단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다르다. 이번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과 중간저장 여부, 부지선정 방식,임시저장고 증설 여부 등 재검토준비단에서 검토했던 의제만 27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한 공론화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을 수차례 제안했었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은 공론화 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 재검토는 시민사회와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이었다. 재검토 요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졸속으로 진행되었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절차와 이후 만들어진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본계획을 바로 잡으려는 방안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로 채택하였다. 우리가고준위방폐물관리계획 재검토준비단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것 역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의 제대로 된 공론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부가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계획을 발표한 것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했던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하기 위해서는 이 계획을 추진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보다 후퇴한 계획이다. 이런 재검토위원회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공론화를 진행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런 방안을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짧은 시간에 업무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산업부가 제시할 계획표대로 공론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아직 공론화위원회는 출범하지 않았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 잡을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애초 재검토를 추진하게 된 취지와 목적을 생각한다면, 재검토위원회 구성 계획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 재검토를 이루자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현 상황을 다시 살펴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9.4.8.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문의 : 녹색연합 임성희 전환사회팀장, 070-7438-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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