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지구를 살리는 제품] 수세미로 만드는 수세미

수세미. 저에겐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따라다닌 별명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들을 때마다 친숙하면서도 괜히 누군가가 저를 약 올리는 듯한 식물입니다. 수세미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여름에 노란 꽃이 피고요. 열매는 애호박과 오이의 가운데 어딘가에 있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열매를 애호박처럼 조리해서 먹을 수도 있고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지만, 역시 수세미 열매의 으뜸가는 쓰임새는 ‘설거지용 도구’가 아닐까요?

1950년대에 합성수지로 만든 수세미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삶은 수세미 열매의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그릇을 닦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제게 익숙한 수세미는 초록색 ‘3M 스카치 브라이트’였고, 언젠가부턴 ‘아크릴 손뜨개 수세미’가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런데 이 초록색 수세미는 셀룰로스·나일론·폴리프로필렌·폴리에스테르 등의 합성수지, 간단히 말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집니다.

수세미로 매일매일 설거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닳아 작은 조각들이 떨어져 나올 텐데, 그게 곧 미세플라스틱인 것이죠. 손뜨개질로 만드니까 왠지 친환경적일 것만 같은 아크릴 수세미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 수세미보다도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수세미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의 일부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에 남아 입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하수구로 내려간 나머지는 흘러 흘러 태평양 쓰레기섬까지 갈지도 모르죠. 어쩌면 그 조각을 삼킨 물고기가 언젠가 우리의 밥상 위에 다시 오를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런저런 것들이 걱정된 저는 몇 달 전부터 설거지할 때 천연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잘 말린 통수세미 하나를 인터넷에서 2~3천원이면 살 수 있고,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5~6개의 수세미가 나옵니다. 직접 써 보기 전에는 ‘너무 딱딱하고 거칠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써 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물에 적시면 2초 만에 바로 쓰기 적당한 수준의 무르기로 변신하고, 다 쓴 후에 그냥 놔두면 빛의 속도로 건조되어 다시 딱딱해집니다. 섬유질 사이사이에 공기 구멍이 많아 적은 양의 세제로도 거품이 아주 잘 나고요, 가장 중요한 세정력 또한 우수합니다. 저는 샤워할 때도 수세미를 쓰는데요. 통수세미를 자르면 안쪽 면에 드러나는 굴곡에 손가락이 착 붙어 비누칠을 할 때도 잘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아주 거칠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수세미로 각질을 적당히 덜어내면 매끈한 살결은 덤이고요.

편리하고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일회용 수세미를 보며, ‘저기서 얼마나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될 지’ 걱정합니다. 통수세미를 잘라 쓴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촌스럽게, 혹은 귀찮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까슬까슬한 수세미의 감촉을 느끼며 몸을 구석구석 씻어내 보면, 시간에 따라 때가 타고 부피가 줄어드는 수세미가 어느새 좋아질지도 몰라요.

 


① 적당한 길이로 잘라줍니다. 저는 삼등분을 했어요.


② 수세미 단면을 따라 세로로 길게 잘라주며 하나씩 펼쳐 나갑니다.
자를 때 너무 딱딱하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물에 적시면 부드러워져요.


③ 수세미 완성! 비교적 부드럽고 조직이 촘촘한 겉면으로 세정하고,
좀 더 거친 안면(사진)은 발뒤꿈치 각질 제거에 제격


④ 겉은 잘라내고 남은 가운데 심.
수세미에 따라 심이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는데,
이렇게 떨어져 나온 심은 병을 씻을 때나 각종 구석구석을 청소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 유새미(녹색연합 전환사회팀 활동가)

 

이 글은 녹색희망 267호 <먹을까, 사랑할까>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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