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회원 인터뷰] 네팔에서 이어진 인연, 최효정회원

2019.07.05 | 행사/교육/공지

최효정님은 동물권과 환경을 위해 비건 지향 활동을 하면서 인식하지 못하던 연결고리들을 발견하는 중이다. 네팔이름은 실라(Shila), ‘바위’라는 뜻이 있다.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라는 뜻으로 여기고 이름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회원가입하실 때 회원인 친구분이 소개해주셨다고 들었어요. 권유를 받더라도 가입까지는 어려울 수 있는데 친구분이 뭐라고 소개해주셨을까요?

친구가 녹색연합을 소개해주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를 녹색연합에 가입시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친구와는 2017-2018년도에 네팔에서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사고하는 방식도 추구하는 방향도 비슷함을 알게 되었어요. 이 친구가 동물, 환경에 관심이 많고 네팔 동물보호센터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저에게 소개해줬어요. 같이 센터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동물권, 환경, 비거니즘 등 점점 대화 주제의 범주가 넓어졌어요. 동물권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환경이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같이 좁혀갔어요. 대화 중에 친구가 오래전부터 녹색연합에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환경은 혼자 활동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개개인이 만족하면 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고 언젠가는 지칠 거다. 한국에 들어가면 나와 맞는 커뮤니티에 안에 들어가서 같이 활동해보고 만나보고 해야지 규모가 커지고 나 스스로도 의지하는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꼭 가봤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공정무역단체를 통해서 활동하러 네팔에 갔고 그 친구는 아동복지단체를 통해서 활동하러 간 거라 단체 상황을 조금은 알거든요. 우리나라 NGO 혹은 모금 관련 단체를 보면 후원할 때 감정적으로 쉽게가입하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이라도 흠이 잡히면 후원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단체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중단하는 게 큰 타격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공부하는 심정으로 내가 내키는 단체에 오랫동안 후원하고 싶어서 많이 알아봤던 것 같아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활동을 3개월 정도 꾸준히 지켜봤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후원가입할 수 있었고, 운이 좋게 그 다음 달에 바로 새내기회원모임이 있어서 참석했어요.

3개월 꾸준히 지켜보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활동 중에서 사육곰 구출작전 프로젝트, 산양 모의법정 동영상도 재미있게 봤어요.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케이블카로 산양이 다치니까 산양을 직접 내세우는 방식이 재미있더라구요. 빈곤포르노라고 하죠. 구호단체 홍보영상에서 굶주리고 어려운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아프리카 모든 대륙이 그렇게 빈곤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모금을 해야하니까 점점 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쓰는데, 저는 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극적인 요소들을 계속 찾으니까 빈곤포르노가 생길 수밖에 없고 환경 쪽으로는 북극곰도 그렇다는 생각이에요. 정말
심각하긴 하지만 굳이 북극곰만 내세워서 환경운동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북극은 너무 먼 이야기일 수 있는데 녹색연합은 바로 앞에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활동을 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최근 네팔에서 돌아오셨는데, 네팔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요! KCOC(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는 저개발국가에서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하는 NGO나 NPO단체에 봉사단원들을 파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공정무역 단체에 지원해서 1년을 지내고 너무 좋아서 연장하여 1년 더 있었어요. 사람들은 자아를 찾아서 인도, 아이슬란드, 산티아고 순례길도 간다고 하잖아요. 저는 운이 좋게 일하는 곳과 생활 과정에서 마음수련을 한 기분이 들고 많은 것을 받은 것 같아요. 네팔을 어디에서는 최장기 최빈국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런 정보로 네팔을 상상하면 못 살 것 같고 우중충하고 위험할 것 같은데 사람들도 너무 좋고 예상과 달랐어요. 네팔이라는 나라가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고 히말라야 정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각박하지 않아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표현은 안 맞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항상 웃으며 다녀요. 일을 할 때도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우리나라같은 경우에는 밤을 새서라도 데드라인을 꼭 지키잖아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오늘 다 못하면 내일해도 되는 거고 여긴 네팔이니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웃어웃어 찡그리고 화낼 정도로 중요한 일 아니야’ 식으로 말해줬어요. 소득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지만 저개발국가라고 해서 그 분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분위기들이 너무 좋았어요. 세탁기, 에어콘, 선풍기 없는 생활을 2년 동안하고 햇볕이 강한나라라서 옥상 집열이 잘되서 태양열로 온수는 잘 나오는데 우기 때는 찬물로 샤워해야했죠. 이런 불편한 게 저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하루에 스트레스 받은 거 손빨래로 풀고 재미있었어요.

비건이라고 들었어요. 비건이라서 보이는 것들이 더 있을 것 같아요.

비건을 한 지는 네팔에 있을 때부터니까 거의 10개월 정도 되었어요. 식습관을 바꿨을 뿐인데 엄청 큰 일이 날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네팔에서는 반응이 달랐는데 문화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힌두교는 카스트가 있어서 브라만 카스트는 채식만 하는 사람도 많고, 민족에 따라서는 닭고기만 혹은 오리고기만 먹기도 해요. 같이 일했던 분들이 대부분 네팔 분들이었어요. 행사하면 주로 도시락을 주문하는데 베지테리언 식단으로 주문해달라고 한번 말했는데 그 뒤로 베지테리언이라고 인식하고 잊지 않고 제 것만 베지테리언 식단으로 주문을 해줬어요. 특별한 반응 없이. 한국에 오자마자 편의점에 제일 먼저 갔어요. 맛있는 게 많다고 들었거든요. 제품들의 영양성분표를 다 읽어보는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라면 스프에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다 들어가 있고. 내가 비건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예요. 컵라면 우동에 소고기, 돼지고기가 들어간 줄 아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채식 음식이라는 표시가 있어요. 초록색 네모안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네팔에서도 그런 마크가 보이는건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다는 표시에요. 그런 딱지가 붙어있는 음식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마크조차 사용을 안하고 음식의 성분을 알고 싶으면 뒤집어서 봐야 하더라구요. 요즘에야 알러지 있는 사람들이 많아 대두 밀 우유 계란 함유 등 굵은 글씨로 써두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저희 엄마, 아빠는 읽기 힘들어 하시거든요.

녹색연합과의 첫만남, 새내기회원모임은 어땠나요?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노력을 많이 해요. 식은땀 나고 얼굴 빨개지고 눈 못마주치고. 제가 준비를 하고 기대를 했던 모임이라 그런지 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주기적으로 회원모임이 있다는 것을 친구가 알려줬어요. 거창하게 환경운동을 하는 게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만들 수 있는 것 만들어보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언제 하는지 기대하고 있었어요. 가입하고 나서 활동가분이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메일로만 연락해주실 줄 알았는데 편하게 통화해주셔서 저도 모르게 비건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유별난 사람으로 반응하지 않으시고, 회원 모임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셨어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신 첫 통화가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소식지 녹색희망과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보내주셨는데 손으로 주소를 써주셔서 감동했어요. 새내기회원모임은 낯설지 않고 편했어요. 저도 활동가로 활동을 해봤는데 이런 모임이 귀찮을 수 있고 힘들 수도 있는 일인데 사무실에서 처음 인사를 할 때 되게 반겨주는 게 느껴졌어요. 활동가들의 말투와 행동을 보면 단체의 성격이 보일 수가 있는 기계적으로 하는 모임이 아니구나. 활동가들도 원해서 회원들도 가고 싶어서 찾아가는 모임이라는 걸 느꼈어요. 편했다는 말밖에 다른 말을 찾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야기도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생각만 해왔던 환경문제, 플라스틱, 비건 이슈는 누구나와 나눌 수 없는 주제인데 제가 고민하고 있던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 주셔서 답답했던 것들이 좀 풀리는 시간이었어요. 조금 더 활동적인 모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카트만두의 외국인 거리인 터멜의 한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힌두사원

 

생애 첫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긴장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인터뷰 시간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편안하고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을 또다시 시작하는 shila회원님에게 녹색연합이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 김수지(녹색연합 녹색이음팀 팀장)

이 글은 녹색희망 267호 <먹을까, 사랑할까>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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