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기] “난 아직 살아있으니까.”

2019.08.01 | 기후위기대응

늦은 장마가 시작되어 연일 쏟아지던 비와 무겁고 습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번영기 (번역쟁이와 영화광의 기후이야기)’ 모임에 참석해 주신 분들의 열정은 변함없이 뜨거웠습니다. 이번 모임 후, 홍정하님이 너무나도 정성스러운 소감을 남겨주셔서 정하님의 글로 이번 모임 후기를 대신하려 합니다. 함께 읽어 보아요~

“난 아직 살아있으니까”

매 격주 토요일은 서울로 간다. ‘번영기’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편도로만 2시간, 왕복으로는 4시간이다. 집은 경기도 안산이다. 집 앞 버스를 타고 중앙역에 내려 서울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탄다. 갈길이 멀다. 운이 좋아 자리를 잡고 앉는다. 책을 꺼내 읽다가 이어폰을 귀에 걸고 라디오를 듣는다. 그러다 곧 졸기 시작한다. 드디어 서울역을 지나 대학로 혜화역에 도착한다. 4번 출구를 빠져나와, 녹색연합 사무실을 향한 내 발걸음이 빨라진다. 2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간당간당하다.

작년 7월 말, 16년간의 외국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숨쉬기가 힘들었다. “뭐지? 이 지독한 공기 냄새는?” 폭염은 끝날 줄 몰랐고, 110년만에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미세먼지는 매일 닦아도 창틀과 방바닥을 검게 덮었다. 3월 봄, 폐가 너무 아팠다. 의사는 내게 알레르기약을 처방해 줬다. “이게 알레르기 반응이라구?” 이상했다. (초)미세먼지는 중금속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꽃가루, 땅콩과는 다르다. KF80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쓰고 나는 마치 우주인처럼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었다. 죽을 거 같았다.

“숨 쉬고 싶다. 숨이라도 자유롭게 의식하지 않으며 쉬고 싶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이런 지경에 이른 거지? 방법이 없을까? 난 뭘 할 수 있을까? 살고 싶었다. 난 아직 살아있으니까.

“그래! 가만히 기다리지 말고 움직이자!”

실제 번역을 위한 모임은 지난 토요일 처음 동참했다. 개인 사정으로 한 달간 불참한 후였다. 오랜만인데도 반겨주는 참여자들이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영화 번역일은 처음이라, 맡은 영화 분량을 나름 여러번 돌려보고 또 여러번 문장을 고쳐 번역해 갔더랬다. 사람들의 여러 의견이 오가고 가끔은 격렬한 토론 뒤에야, 나의 어색했던 ‘번역체’는 멀쩡한 문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칼로 난도질당하듯 다시 지워지고 쓰여지는 내 문장을 볼 때면, 사실 가끔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쓰라렸다.

여기 ‘번영기’모임에서 갖는 나의 목표는 하나다.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더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화의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이다. 관객이 2시간 동안 쉴 틈없이 자막을 읽어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해전달이 쉽고 읽으면서도 지치지 않는 한글 자막이 완성돼야 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 번역 초보자들이 매 격주 토요일 오후 2시 작은 사무실에 모인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정성껏 번역해나가고 있다.

 

 

 

:film_projector::memo:<번영기> 활동을 후원해 주세요 !!!:black_heart:

 

 

글·정리 | 전환사회팀 유새미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