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함께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설악산을 마주하고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산양 형제가 대를 이어 살아온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산,

짐승들의 발자국 속에 깃든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산,

비와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우뚝한 나무들이 줄지어 일어선 산,

길게 뻗어 내린 산줄기며 골짜기마다 생명의 그림자 어른거리는 산.

우리들의 삶이 비롯되었고 이어질 것이며 마무리되어야 할 산,

 

권력과 자본의 폭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며 아파하는 산,

불편과 위험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로 인공시설물로 덮여가는 산,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상처가 늘어나고 아픔이 커지고 있는 산,

정상만 오를 뿐 때마다 피어나는 산풀꽃에 눈길 주지 않는 산,

히말라야로 가는 계단이 되어주었으나 그들이 기억하지 않는 산,

아름다움으로 지역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아름다워서 슬픈 산,

 

케이블카를 놓으려던 자리, 빛바랜 깃발들이 나부끼는 모습 속에

멈출 수도 없고 멈추어서도 안 되는 케이블카 반대 투쟁을 함께 했던

여러분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벅찬 일인가.

우리는 불법과 조작으로 이어진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막아내고

산양 형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아름다움이 조상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아이들이 누려야 할 아름다움은 우리가 지켜서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뭇 생명과 더불어 아이들의 삶이 행복하리라는 믿음 하나로

삶은 얼마나 든든하고 보람찬 것인지를 아이의 얼굴에서 봅니다.

 

길거리 피케팅에서, 농성장에서, 반대 집회에서, 기자회견장에서,

간절한 마음의 기도로, 응원의 말 한마디로, 불끈 쥔 주먹으로,

잡은 손, 끝까지 놓지 않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뜨거움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 한발 다가섰음을 크게 기뻐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끌어안으며 참으로 고맙습니다.

 

설악산에서

작은뿔 박그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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