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천 관리와 남북한

2004.06.15 | 미분류

지난 5월 중순, 압록강에 다녀왔습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 탓에 잿빛 강물과 하늘 색깔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신의주와 단동을 잇는 철교 아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강을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강 양안의 서로 다른 모습은 마음을 날씨처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름한 우리 북녘의 모습과 강둑 위로 고급 아파트가 강둑위로 가득 세워지고 있는 단동의 모습. 한편으로는 콘크리트로 분장한 단동의 강둑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의주의 강둑. 기실 훼손되지 않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남루한 우리 동포의 모습이 더 크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압록강은 생각만큼 더럽혀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가본 두만강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갈수기 때는 중국의 환경기준으로 수질 최하등급인 5급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생물학적으로 죽은 강”이라는 판정까지 받은 두만강에 비해 압록강은 수질은 훨씬 나은 상태였습니다. 강의 상․중류에 대규모 오염시설이 없는 탓입니다. 두만강에는 가동 기간이 60년이 넘은 북한의 무산철광과 연변의 펄프․제지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참담함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특히 연변의 두 공장은 중국의 수질오염 배출기준에 비해 최고 6~7배 정도 높은 농도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적 여건으로 적절한 환경설비 투자를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과 중국이 배출한 오염물질의 피해자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의 유일한 해양보호구가 있는 피터대제만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단동과 신의주는 압록강의 끝에 있어 강 자체는 그렇게 더럽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 하구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내 인구만도 80만 명인 단동에 아직 하수종말처리장이 없다고 하니, 강 하류의 수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만강과 압록강은 동북아에서 중요한 국제하천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수자원의 이용과 수질 관리에 대해 협정도 맺었지만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남북한의 공유하천, 동북아의 국제하천 관리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개국 이상의 공유하천은 260여개 이고, 국제담수 관리협약은 280여개에 이릅니다. 이러한 국제협약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역 국가간에 수자원 사용과 편익의 공평한 분배, 수자원 사용에 따라 상대방에 부정적 효과를 야기하지 않는 원칙, 수자원 사용에 대한 사전 상의 의무입니다. 특히 1997년에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해적 사용의 법에 관한 유엔협약>은 국제하천 수역국가간의 “공평하고 합리적 사용과 참여”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협약은 유역국가간에 “심각한 위해”를 입히지 않을 의무와 한 당사국의 행위에 의해 국제수로에 영향을 미칠 때 다른 당사국에 사전 통보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강 자체뿐만 아니라 유역전체 생태계의 보전과 보호, 수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토지를 유지, 오염 방지 및 저감, 외래종 도입방지 등의 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규범은 두만강과 압록강의 관리에서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우리 입장에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과 북한강 관리를 위한 남북한 협력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남북한의 공유하천 관리는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남북한의 협력이 절실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임진강의 경우, 1998-99년의 홍수로 남측의 피해는 6천억 이상, 인명피해는 150여명에 달했습니다. 물론 자연재해이지만 임진강 상․하류 유역간의 홍수방지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있지 않아 피해규모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강의 경우는 공유 수자원의 일방적 전용으로 인한 남한의 피해입니다. 임남댐(금강산댐) 건설로 인해 줄어드는 북한강 수계의 물은 연간 18억 톤으로 남한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7백억에서 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임남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전량 차단되면 화천댐 유입 수량은 6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진강 홍수방지 대책과 임남댐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남북한간의 논의의 첫출발은 이루어졌습니다. 임진강에 대해서는 2001년부터 임진강수해방지 협력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임남댐의 경우 협력에 복잡한 장애물이 놓여있습니다. 북한도 현실적 필요성을 갖는 임진강 홍수공동대책에 비해 임남댐과 북한강 용수관리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임남댐이 건설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남한은 국제하천의 합리적 관리문제보다는 안보문제에 맞추어 협상의 여지를 없앴습니다. 물론 당시 남북간의 정치적 상황도 용수의 합리적 배분을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임남댐의 안전성과 용수배분 문제를 국제법적 원칙에 토대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문제는 막대한 비용을 들인 댐의 완공으로 북한의 용수독점내지는 일방적 전용체제가 구축된 상황에서 어떻게 용수배분을 할 것인가 입니다. 유엔협약은 “기본적인 인간적 필요”가 있을 때에는 상류 국가가 용수를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습니다. 이 규범은 기본적으로 음용수와 기근 방지를 위한 식량생산 등이지만,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을 고려할 때 임남댐을 이용한 전력생산도 이런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남한이 용수문제를 환경적 측면이 아닌 군사적 측면에서만 대응한 상태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임남댐을 건설한 북한이 이제 국제규범을 존중해 선뜻 포기한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남한의 안정적인 북한강 용수확보는 대북 대체 전력지원과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남댐의 물을 도수로를 통해 이용하고 동해로 물을 흘려버리는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안변청년발전소를 포기하게 하거나 발전용량을 대폭 낮추는 대가로 북한의 전력 손실분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력지원 비용은 북한강 유수량 급감으로 발생하는 우리의 환경적경제적 비용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남상민(녹색사회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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