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텃밭 습격사건!?

2011.04.07 | 행사/교육/공지

시골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이 농부이시니 농사는 나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직장인의 숙명! 종일 집을 비우는 처지라 화분 하나를 잘 키우는 것도 어려웠기에 시도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러던 나지만 나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주는 감동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면서 2010년 봄, 처음으로 상자텃밭을 시도하게 되었다.

일단 골목길에 버려진 적당한 크기의 스티로폼박스를 찾아냈다. 그 곳에 물을 빠지게 하기 위한 구멍을 숭숭 뚫고, 동생이 분갈이용으로 사다둔 흙과 콘크리트마당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화단의 흙을 섞으니 제법 괜찮은 상자텃밭을 완성! 성북동사무실의 텃밭에 무수히 올라오는 들깨의 모종을 옮겨 심고, 3층에서 얻은 목화모종도 심었다. 흐뭇하구나!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며 어찌나 뿌듯하던지. 첫 수확한 적당한 크기의 깻잎을 뜯어서 먹을 때는 또 어찌나 행복하던지. 분홍빛의 목화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이 행복 영원할 줄 알았건만…. 나의 즐거움은 딱~! 여기까지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깻잎이 보이지 않는 벌레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벌레는 없는데 하루가 지나면 몇 개의 잎사귀를 갉아먹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며칠 바쁘다고 신경을 못 썼더니 글쎄, 들깨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었다. 깻잎으로 온갖 반찬을 만들려는 생각에 부풀어있던 나에게는 좌절이었으나, “그래, 벌레도 먹고 살아야지. 아직 목화는 잘 자라고 있잖아.”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들깨를 먹어치울 때는 건드리지도 않던 목화까지 벌레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목화가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었나? 벌레가 잎사귀를 모두 갉아먹는 바람에 생전 처음 본 목화 꽃도 말라죽었다. 흑흑!

올해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친환경 벌레퇴치법도 배우고, 벌레가 덜 좋아하는 것으로 재도전할 생각이다. 나의 식탁에 풍성한 초록을 상상하며. 아자! 아자!

회원 여러분이 보내주신 짧은 텃밭 사연 大공개

  • 지난해 베란다에다 상치를 심었습니다.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상치가 너무도 기특했던 기억이 납니다. 잎사귀들의 색깔은 또 어찌나 예쁘던 지요. 물론 맛있게 먹었지요, 아주 연하고 고소하고 내가 직접 기른 채소여서 그런지 먹는 것조차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올해도 심을 겁니다. 작년보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홍성림 회원)
  • 아, 작년 비 때문에 내 상자텃밭에서 일 년 내 고작 고추 두 개를 수확했다. 엎친 데 덮쳤다고, 얼마 전 밭을 누군가 가져갔다. (신혜연 회원)

글 : 박금란 (녹색연합 조직운영팀)
일러스트 : 박지희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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