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회원] 살다온 흔적없이 그렇게 – 서석종 회원

2002.08.02 | 행사/교육/공지

“네가 환경운동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이에게 엄마가 말했다.
8월에 만난 서석종 회원님은 성광학교 선생님이시다.
회원님이 가르치는 아이들은 정신지체가 있는 아동들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난간에 매달리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웃고 산다고 하신다. 학기초 아동의 행동들이 모두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는 화장실을 가려해도 옆 반 선생님을 모셔다 두고 뛰어서 다녀와야 한다.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어려움이 크리라는 생각에 ‘소명의식이 있어야하겠어요’라고 말하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학교 선생님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라며 웃으신다. 광주의 한사랑 학교에 근무하는 남편 또한 중증장애아동들의 선생님이다. 두 분의 자녀 아영이와 창훈이와 함께 찾았던 변산공동체 경험 이후 서석종 회원님의 삶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서석종 회원님은, 지금은 한 카톨릭 월간지에 연재된 윤구병 선생의 글을 통해 변산 공동체를 알게 되셨다. 유기 농작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장두석 씨의 민족생활의학 책을 탐독하면서, 식탁이 많이 달라졌다. 육식이 아닌 채식위주로, 특히 유기농작물을 찾아 올리게 되었다. 학교 급식 식단에 아이들이 즐기는 햄과 인스턴트 요리가 빠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신다. 급식을 하지 않으려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한단다. 직장이 있는 엄마로 매일 두 아이의 도시락을 챙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급식표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엄마는 말이지, 창훈이가…’라고 운을 떼면, 어 알았어 조금만 먹을게 라며 금방 알아차리고 대답을 한다.
얼마 전에는 녹색연합의 유기농작물 요리공모전 <소박한 밥상>에서 ‘유쾌한 밥상’에 뽑히셨다. 채식으로 인해 부족할 수 있는 지방을 섭취할 수 있도록 견과류를 야채에 쌈 싸 먹는 ‘쌈밥’아이디어가 채택된 것이었다. ‘별것 아니에요.’부끄러우신 듯 웃으시는 회원님. 그러나 그 작은 아이디어들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가고 즐겁게 만들어 간다. 유기물농산물을 파는 무공이네농장 홈페이지에 요리를 알려주는 글도 쓰신다. 무공이네와 인연으로 녹색연합의 회원도 되셨다.

사시는 곳, 하남시에는 한강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있다. 잘 가꾸어진 강둑 둔치가 보이지만 위로 공장들이 있고, 떠내려오거나 버려진 쓰레기가 많다. 서석종 회원님은 큰 일은 못해도 쓰레기를 주우러 간다고 하신다. 회원님이 말하는 큰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이에서 실천하는 쓰레기 줍는 일부터가 큰 일이 아닐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것. 회원님이 바라는 삶은 바로 그런 것이다.

“실천이 중요해요. 본을 보이면서 살거에요. 잘 할께요.”
소박한 다짐의 말에 겸손을 아는 자의 멋이 보였다. 이 세상에 왔다간 흔적이 없게, 단순하게 살아야한다는 삶의 지표를 지닌 서석종 회원님은 대안교육과 녹색연합의 여성프로그램 등에 관심이 있다.
자녀들에게 환경운동가가 되기를 주문하는 어머니, 지체아동들의 선생님,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동네 하천에서 쓰레기를 줍는 고운 손을 지닌 한 사람의 자연인. 서석종 회원님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글을 쓴 이는 정혜영 회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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