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회원]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 – 김현일 회원

2002.10.01 | 행사/교육/공지

광화문 열린 마당 공원에서 김현일 회원님을 만났다.
곧 ‘초록이 지쳐 단풍들’ 가로수들이 성난 듯 푸르르게 우거져 있었다. 공원 옆 문화관광부 옆 건물에 회원님이 일하는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 사무실이 있었다. 9월 16일로 정해진 조사 기한을 앞두고 조금 지쳐있는 듯했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녹색연합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산을 좋아하고, 그래서 녹색연합에 관심을 갖던 차 북한산에서 회원캠페인을 하던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만나 회원가입을 한 김현일 회원님. 이후로 청년생태학교 등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지만 여전히 그는 그냥 후원만 하는 회원일 뿐이라고 하신다. 회원들 저마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김현일 회원님은 그래도 특별나다. 그는 현재 대통령직속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관이다. 민간단체와 검찰과 경찰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반반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참으로 기나긴 진통으로 태어난 한시적 조사기관이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파악한 의문사만 48명에 이른다고 한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한 지 420일이 지나서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이 두 법안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 본회의 상정돼 통과되었다. 법안이 본회를 통과하여 그동안 묻혀 있던 의문사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낼 열쇠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김현일 회원님은 특유의 나즉한 목소리로 어떤 사례를 들려주신다. 때는 80년대. 아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학생운동에만 깊이 빠져있는 것을 걱정하던 어머니는 아들이 있는 곳을 알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게 했다.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일종의 믿음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는 그것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끌려가며 “어머니, 이렇게 가면 저 죽어요.” 어머니는 그 말에 “설마”했었다. 아들은 정말로 시신으로 돌아왔고, 그 어머니는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다. 소설에 있을 법한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각각의 의문사 사건마다 사연이 없는 사건이 없고, 아픔 없는 사건이 없다. 이야기를 함께 듣던 지아가 활동가와 정명희 활동가는 말이 없어지고, 숙연해졌다. 마음이 무겁다 하니 의외로 회원님은 웃으시며, 아픔도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말하신다. 다만 잊지 못할 뿐이라고. 과거를 짚고 넘어가야할 이유는 미래 때문이 아닌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기를, 함부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 가족의 평화를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때문이 아닌가.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 기한이 끝난 16일 “지금까지 조사 대상 82건(기권 1건 제외)중 19건만을 ‘민주화 운동 관련 의문사’로 인정하고 33건에 대해 기각을, 30건에 대해 조사 불능을 각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기록으로 보건대, 조사 기한을 마치고 그 임무가 끝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우리 역사의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은 ‘반민특위’에 빗대어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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