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회원] 건널목의 녹색 어머니 – 정미경 회원

2003.06.16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 사무실은 성북초등학교 앞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지나서 가야 한다. 신호등을 놓기에는 작은 건널목이긴 하지만 바로 초등학교 앞인데다 커브길이라 신경 쓰지 않으면 위험하기도 한 길.
아침 출근길엔 늘 그 자리에 파란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신호등 대신 노란 깃발로 차를 세우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건네는 일을 하시는 분들. 바로 녹색어머니회 분들이시다.

예전엔 아주머니들이 차를 세우면 그냥 별 생각 없이 길을 건너곤 했지만 이제는 꼭 길을 건너며 “고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한다. ‘정미경’회원님을 만난 다음날 부터.



정미경 회원님은 남편 김용언 회원님과 함께 8년째 녹색연합의 회원이시다. 96년 어느날 TV에 소개된 배달녹색연합(녹색연합의 예전 이름)의 활동을 보면서 ꡒ그래, 이거야ꡓ 라고 생각하셨다 한다. 내가 직접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저런 일에 뭔가 보태야 하지 않겠냐며 자연스럽게 회원가입을 하셨다고.
대부분 회원님들처럼 말없이 후원하시기만 몇 년을 해 오시던 정미경 회원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 말 다음 해의 녹색연합 사업방향을 묻기 위해 주부, 직장인, 청소년 등 각 층의 회원들을 그룹별로 모신 자리에서였다. 회원프로그램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주부 회원들 중 시간이 닿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회원님들의 열의와 관심을 깊게 느꼈던 그 때, 오랫동안 회원으로 있으시며 느꼈던 많은 것들을 들려 주셨다.그리고 올해 올바른 먹거리를 위해 열린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 강좌를 진행하는 주부위원으로 모시게 되며 정미경 회원님을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정미경 회원님은 ‘녹색어머니회’에서도 활동하신다. 등교시간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바로 그 일. 그냥 몸으로 할 수 있고 학교가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한다고 말하시지만 한 달에 한 번만 나가면 될 일을 한 달에 몇 번씩 다른 이들을 대신해 서기도 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일이 길을 건너며, 신호등이 깜박거리기만 해도 차를 세우고 아이들을 세우는 정미경 회원님의 열정은 조금 남다르다. 어머니들의 제지에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과 다툼도 가끔 있고, 신고까지 한다는 그이는 아이들에게도 운전자들에게 무서운 아줌마로 통한다는데 툭하면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특히 교통사고가 잦은 우리나라에서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껴본다.

마침 정미경 회원님을 만난 날은 스승의 날이었다. 정미경 회원님의 선물은 카네이션 한송이와 녹색연합 리플렛과 회원가입서! 너무나도 녹색연합 회원다운 그의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정미경 회원님의 딸은 카네이션을 자기 용돈으로 사지 않았다고 속상해 하기도 했단다. 절대로 촌지는 안 된다는 엄마의 결심이 얼마나 학교를 바꿀 수 있는지 그는 힘주어 말한다. 그건 선생님의 자존심과 권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학부모와 선생님의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불편해질 수도 있는지 그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어떻게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냐고, 그건 정말 인간의 어리석은 말이라고, 환경운동은 작은 일에서, 주위의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모습에 녹색연합 회원이신 어머니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정명희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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