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회원] 환경사회학자 허장 회원님

2003.09.08 | 행사/교육/공지

6년 세월 동안 꾸준히 녹색연합을 지원해 주고 계신 회원님이 계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시는 허장 회원님을 찾아가면서 회원님에 대해 가진 생각 혹은 편견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곳, 말하자면 배후에서 말없이 녹색연합을 지원해 주시는 분일 것이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경솔한 편견은 곧 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원에 묻혀 있는 듯한 분위기의 조용한 곳이었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싶게 넓고 한적했다. 더군다나 출입자들을 일일이 점검하는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조금은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허장 회원님은 반갑고 편하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식사를 함께하고 연구원 뒷산을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기보다는 회원님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시고 또 이어가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듣기만 하면 되었다. 산책하는 동안 회원님은 나무 이름들을 이것저것 알려 주셨다. 알고 보니 숲 해설가 과정을 이수하신 ‘준 프로’ 해설가셨다.

산책을 마치고 회원님의 개인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책꽂이에는 농촌,농업 문제와 관련한 각종 연구자료와 조사자료, 통계자료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그 책꽂이 한 켠에는 오래된 ‘녹색희망’ ‘작아’ 비롯해서 ‘우리와 다음’라는 환경정의시민연대 소식지도 있었다. 회원님은 녹색연합뿐 아니라 환경정의시민연대의 회원이기도 하셨고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정책위원을 맡고 계시기도 하셨다. 단순히 시민단체의 배후에서 말없이 지원해 주시는 회원이 아니셨던 것이다.

환경사회학이라는 다소 낯선 학문을 전공하신 회원님은 전공이 그러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단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고 한다. 환경사회학이란 환경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설명해 주신다. 사회학이란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다루는 학문인데, 환경사회학은 그 가운데서도 특히 환경과 관련한 부분을 다룬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새만금 같은 경우,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이후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가, 지역 사회의 공동체가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가 하는 문제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현재는 ‘환경농업’, ‘농촌사회’ 등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계신데, 연구 결과가 당장 정책에 반영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쓸모를 위해서보다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이론적 연구에 중점을 두고 계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를 제압하는 것은 경제논리인데, 이런 경제논리는 경제학이라는 이론적 기반이 큰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환경과 관련해서도 이론적인 받침이 중요하다고 하신다.

다른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회원님은 ‘리 사회의 환경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같이 고민하자’ 말씀하셨다. 환경파괴로 인해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가장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개발로 인해 가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것이 환경문제가 사회적 문제인 이유이고, 환경사회학이라는 학문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허장 회원님의 진면목은 어떤 지식이나 이론, 박사학위 같은 것보다는 이런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한 고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애정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날의 인터뷰는 인터뷰라기보다는 우리가 궁금한 것들을 마구 질문하고, 회원님께서 그에 대답해 주시는 식이었다. 환경농업이나 환경농산물, 새만금이나 시화호 문제 같은 많은 환경 관련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답게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인터뷰하러 갔던 우리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돌아왔다.

말없이 지원해 주는 배후인물? 천만에. 더 말할 것도 없이 허장 회원님은 완벽한 환경전문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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