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버스가 필요할까

2013.11.21 | 백두대간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버스가 필요할까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15차 생명버스 후기

바람이 쌀쌀하던 지난 9일, 골프장 난개발에 반대하며 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15차 생명버스’에 올랐습니다.

두 달 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트는 듯 홍천군청에서 갈마곡리와 월운리의 골프장 건설 계획을 철회했었지요. 당시 허필홍 군수는 “지역 내 골프장 경영이 악화되고 지방세 체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 등을 고려해 환경 훼손 방지와 주민 민원 해소를 위해 앞으로 골프장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군수의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고향을 지키려는 강원도 주민들의 절박하고 긴 싸움, 주민들과 함께 연대한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지요.
하지만 홍천 동막리와 구만리의 골프장 건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생명버스는 동막리의 골프장 건설 현장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에 들렀다가 강원도청 앞 민중대회에 참가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밀양과 동막리, 송전탑과 골프장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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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과 함께 골프장 공사 기초 작업으로 인해 여기저기 파헤쳐진 동막리 팔봉산 모습을 건너편 도로에서 바라보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막리 주민들은 토지강제수용 및 공사 진행 과정에서 여러 불법을 확인했기에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불법공사로 인해 산소가 파헤쳐져 부모님의 유골을 잃고 찾지 못한다는 어느 주민의 말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동막리 골프장 사업주인 세안레저의 모기업은 세안ENC이고, 현재 밀양 송전탑 공사구간인 바두리에서 가장 악질적으로 주민을 괴롭히는 기업임을 폭로하는 발언도 듣게 되었습니다. 세안ENC는 세안레저에 400억을 내부적으로 대출해 주었다고 하니, 송전탑 공사로 돈 벌어 골프장 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밀양과 동막리, 송전탑과 골프장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네요.

범죄 없는 마을에 전과 기록을 갖게 된 주민만 3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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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리 탐방을 마치고 구만리로 이동하여 골프장공사 예정지를 방문했습니다. 골프장 부지 입구에서 반대대책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9년이 넘게 싸우는 사이 범죄 없는 마을이라던 구만리의 이장은 전과9범이 되고, 전과 기록을 갖게 된 주민만 30 여명이라는 이야기에 착잡함을 느낍니다. 구만리 골프장 사업주는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실제 소유주이며, 현재 2년째 공사 중단 상태에 있습니다. 대책위 주민은 “지난 7월 원주지방환경청이 구만리 골프장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인정했다”며 구만리 골프장 건설 취소의 정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을 뒷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으로 인해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오염돼 마을에서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됩니다. 특히나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농사 자체를 위협받습니다. 또 숲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들도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됩니다.
긴 시간 싸우며 주민들이 삶터를 지키고자 한 절박함은 범죄가 되었습니다. 밤새 현장을 지키고, 건설 장비 밑에 드러눕는 행동들을 했던 것은 그 방법밖에 없어서였을 텐데, 업무 방해 혐의와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재판에 회부되는 주민들이 늘어났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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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게이트볼 장에서 준비된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지은 밥과 따끈한 순두부로 허기를 채우며 힘든 시간 속에서도 마을 공동체가 있기에 함께 아파하고 또 함께 격려하며 견딜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랜 싸움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구만리 주민들이 함께 콩을 재배하고 이를 팔아 투쟁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밥을 먹고 잠시 쉬면서, 참가자들은 옛날 방식으로 도리깨를 사용하여 구만리 주민들이 재배한 콩을 타작하는 체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나무로 곤충 만들기 시간을 보냈고요.
다 같이 모여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 위원장님들과 참가자들의 연대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추운 날씨인데 생명버스에 참가해주어 고맙다는 주민들의 인사와, 앞으로 골프장 문제를 널리 알리고 연대하겠다는 참가자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구만리를 출발하여 강원도청 앞으로 집결했습니다. 농민, 전교조 선생님들, 공무원 등 각각의 현안들로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강원 민중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채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골프장 자본의 이윤보다 생명과 환경의 가치가 우선해야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당연한 가치들이 이젠 왜 당연한지 설명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눈물 흘리고 얻어맞아가며 온 몸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그조차 잘 안 들리고 잘 안보입니다.
앞으로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생명버스와 희망버스가 필요할까요.
그래도 그 버스를 타고 가서 서로의 야윈 손목을 함께 잡을 때 비로소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일 거라 믿어봅니다.

작성 : 정책팀 활동가 신수연

우리가 밀양이다! 밀양 희망버스 (11월 30일~12월 1일)
▶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16차 생명버스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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