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구만리를 방문해 농촌 활동을 하고 골프장 예정지도 둘러보았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해 오신 주민들의 말씀도 들어볼 수 있었다.
구만리는 생각보다 서울과 정말 가까웠다. 강변역에서 차를 타고 출발한지 채 한 시간 반이 되지 않아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구만리에 도착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서울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골프장을 짓고 싶어하는구나 싶었다.
구만리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취침하였다. ‘구만리’ 라는 이름은 구만리에서 팔봉산을 바라볼 때 봉우리가 9개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九萬’ 이 아니라 봉우리 만(巒)자를 써서 구만(九巒)리 라 한다.
다음날 농촌활동은 인삼 밭에서 진행되었다. 인삼 씨는 4년에 한 번씩만 채취해서 판매하고, 다른 해에는 씨가 열리는 부분을 아예 잘라버려 그 영양분이 뿌리로 갈 수 있도록 한다고 하셨다. 올해가 사 년째 되는 해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랑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인삼 씨를 따는 것이었다.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할 것이라고는 씨 채취밖에 없구나 여유롭게 생각했지만 드넓은 인삼 밭을 보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상체를 반쯤 숙여서 인삼 씨를 따려니 허리가 끊어질 듯 했다. 하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처음 보는 인삼 씨는 작은 강낭콩 같기도 하고 석류 같기도 한 윤기 흐르는 빨간 색 씨앗이었다. 인삼 씨앗들이 바구니로 투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예뻤다.
농촌 활동을 끝내고 골프장 예정지로 가 골프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었다. 범죄 없는 마을의 주민들이 어떻게 전과자가 되었는지, 또 어떻게 싸우셨는지.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구만리 골프장은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실질적 소유주인 원하레져에 의해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하는 등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 취소된 상태라고 한다. 골프장 건설이 취소되기까지 주민들이 힘들게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분이 전과자가 되셨다. 오래 전부터 살아온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감에도 그분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것 역시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같은 사회에서 살아갈지 답답했다.
현재 원하레져와 골프장 계획을 취소한 강원도청 간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오랫동안 구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 오신 주민들이 이제는 마음 놓으실 수 있도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글 : 박다예 (구만리 농활 참가자)
※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의 구만리 골프장 소송 포기를 위한 일만인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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