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공통의 과제, 생태계의 새로운 혁명으로

2020.06.03 | 백두대간

기후변화는 ‘일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기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위기라는 말이 등장했다.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구상에서 기후변화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을 기후위기로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바로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과 거에는 50년 또는 100년에 걸쳐 나타났던 현상이 이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체감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빠른 속도로 지구에 탈이 나고 있다는 신호다.

왜 우리가 지금 기후위기와 맞닥뜨리게 되었을까?

기후위기를 피하거나 늦출 방법은 없을까? 해답 중의 하나를 숲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한계를 가진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식량, 땔감, 집, 종이 등 인류가 정주 생활을 시작하고 문명을 일으키는데 숲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류가 자연의 정복자는 아니었다. 자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러던 것이 산업혁명 이후에 큰 전환기를 맞게 되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를 위해 개척자가 되어 새로운 인류의 문명과 숲을 맞바꿨다. 많은 인구가 살아가기 위해 그만큼 많은 땅이 필요했고 많은 인구의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혁명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불과 1세기 만에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어찌보면 우리가 만난 예측불허의 ‘기후위기’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숲의 순기능은 산소공급, 생물다양성을 유지해 주는 야생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비롯해 자연재해를 막아주고, 다량의 탄소를 저장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외에도 너무나 많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숲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전쟁 이후 온 국민이 매달려 초토화 된 산림을 복원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최근까지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을 겪었다. 며칠의 스키 경기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며 개발되었던 가리왕산 개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형개발만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대형 개발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이제 버려야 한다. 강원도 태백시의 O2리조트는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밀어내고 만들어졌다. 2008년 무려 4100여 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했으나 영업 부진으로 개업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는 현재까지도 시의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새로운 혁명, 생태관광으로

고도성장을 위해 숲을 훼손하고 막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에게는 이제 새로운 문명, 새로운 혁명이 있어야 한다. 인류가 산업 혁명으로 자연을 정복했다면 이제는 숲을 복원하는 ‘숲 혁명’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유한한 지구에서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문명을 설계해야만 한다. 생태보전을 통해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생태관광’이다. 천여 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다녀가며 쓰레기만 남기는 관광보다는 사람을 제한하여 받은 탐방객 100명이 훨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의 형태가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이라는 용어는 1983년 멕시코에 처음 도입되었다. 멕시코의 남동쪽에 위치한 유카탄 반도에 홍학 서식지가 해양레저단지로 개발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당시 멕시코의 건축가이자 환경전문가인 Ceballos-Lascurain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고심했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역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관광’의 개념이 탄생했다. 지금 생태관광이 받아들이는 국가마다 자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된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권고하는 생태관광의 개념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같이 향상되며 이용자의 책임이 따르는 관광이다. 지리산둘레길, 경북 울진군의 금강소나무숲길, 점봉산곰배령 숲길, 제주거문오름 세계유산 등에서 이미 검증되었다. 마을의 자연유산과 지역공동체를 훼손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탐방객들은 단순히 걷거나 쉬는 것을 넘어 해설사를 통해 탐방지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지역을 이해한다. 마을도 탐방객도 그 지역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이미 선진국의 자연휴양 문화는 ‘생태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IUCN의 권고에 따라 다양한 생태관광의 형태를 만들어 자연을 보존하면서 즐기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이제 환경운동가이거나 나무를 사랑하는,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인류공통의 과제다.

글. 배제선 자연생태팀장

  • 녹색희망 27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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