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반대 100인 선언

지난 5월 1일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등의 자연보존지구 안에도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보존지구 안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완화(시행령안 제14조의2), 공원지역 외에 설치될 수 있는 공원시설에 케이블카 추가(법안 제2조제10호),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것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지리산 천왕봉(제석봉), 설악산 대청봉 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 있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자연공원, 명산에 케이블카 건설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시행령은 국회에서 검토하지 않아도 국무회의만 통과만 하면 된다. 제대로 된 공청회도 한 번 없이 입법예고만 하고 의견수렴을 끝냈다고 하는 환경부의 태도에 분노한다.

케이블카는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설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 철골구조물은 식물생태계를 양쪽으로 절단하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류 등 동물들의 정상적인 성장과 번식에 악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 케이블카는 탐방객 수를 증가시켜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를 교란시키고 공원 정상부 훼손을 부채질한다.
현재 내장산국립공원, 덕유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대둔산도립공원, 팔공산도립공원, 금오산도립공원, 두륜산도립공원 7곳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장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이 모두 사라져 나대지가 확대되고 있고 , 천연기념물 제91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양분되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으로 권금성 정상부는 이미 초토화되었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에서 운영되는 케이블카는 왜 우리가 케이블카를 반대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은 총 76개(국립공원 20개), 약 7,807㎢으로 육상만 따진다면 국토 면적의 4.93%에 해당한다. 특히 국립공원 내 용도지구(자연보존, 자연환경, 자연마을, 밀집마을,집단시설지구로 구분) 중 자연보존지구는 자연공원 중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을 특별히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한 곳이며, 그 면적은 1,971.503㎢로 국토 면적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2%는 국토 생태계 최후의 보루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2% 마저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안타깝게도 다른 부처도 아닌 바로 환경부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자연공원 제도가 도입된 지 42년, 환경부가 자연공원 관리를 맡게 된 지 11년째 되는 해이다. 제대로 국립공원 관리 정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환경부는 케이블카 건설을 위해 자연공원법까지 개정하고 나섰다. 아무리 규제완화를 최우선으로 삼는 정부라 하더라도 환경부마저 임무와 책임을 잊어버린 현실이 한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세계적으로 국립공원을 제일 먼저 지정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단 한 곳도 없다. 케이블카 바람이 불던 일본도 1990년 이후 건설된 곳은 전혀 없다. 국가가 나서서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보호구역에 케이블카가 건설된다면 그만큼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7년 설악산, 지리산 , 월악산, 속리산, 오대산 등 5개 국립공원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정한 기준에 따른 국립공원(카테고리 2)으로 등재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립공원 대부분은 경관 보전과 휴양에 목적을 둔 경관보호지역(카테고리 5)에 해당되었다. 국제기준에 따른 국립공원으로 등재되어 이제 우리나라도 국립공원의 자원가치와 관리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자평해 왔었다. IUCN의 보호구역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립공원은 이용자 수를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는 핵심 구역을 두고  엄격한 자연생태계 보호(과학적 연구, 환경 교육 등을 위한 자연환경 확보)와 대중 접근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의 핵심 구역인 자연보존 지구 안에 케이블카 설치를 촉진시키는 것은 국제 기준과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 주왕산, 월출산, 다도해, 속리산 등을 추가로 카테고리 2에 등재시킬 계획이다. 만약 케이블카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는 국제 민간단체와 함께 IUCN과 UNEP(유엔환경계획) 에 한국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압박을 가할 것이다.
  
천왕봉, 노고단, 백운대, 소공원,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서 만난 국민 대다수는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였으며, 명산에 케이블카 건설을 촉진하려는 환경부에 분노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자연환경보전지역의 핵심인 국립공원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지자체나 일부 지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 더 많은 케이블카가 건설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역사와 미래세대의 준엄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만약 환경부가 예정대로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환경부가 국립공원 관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을 지키려는 모든 국민들과 연대하여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악 시도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립공원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개발’ 정책을 포기하라!
민족의 유산, 생태계의 보고 국립공원을 그대로 놔두라!
환경부는 자연보존지구에 케이블카 건설을 부추기는 자연공원법 개악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