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도 서명했다. 무엇을?

2009.06.16 | 설악산

몇일 전에는 속리산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래전 추진했었지만 거리제한 규정 및 여러 규정에 걸려 설치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 다시 추진한다고 하네요. 중학 2학년 때 수학여행이 생각납니다. 속리산 깊은 곳을 통과하며 거친 숨을 내쉬고, 친구들의 모습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 어렴풋하게 비치던 모습들 말이죠. 온 몸이 흠뻑 젖어 땀은 발아래로 흘러내렸지만 문장대에 도착하자마자 벌벌 떨며 희열을 느꼈는지 추위를 느꼈는지… 이제 어린 친구들은 그런 경험조차도 하지 못하겠군요.

오늘 명동 우리은행 사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했습니다. 덩달아 탄원엽서도 받았구요. 아침시간에는 대기업 홍보행사 때문에 잘 되지 않다가 정오에 접어들면서 많은 분들께서 호응해 주셨습니다. “지리산,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건설되려고 합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일에 함께해 주세요. 잠시면 됩니다.” 라는 말을 수십 번이고 외쳤습니다. 외면하고 가시는 분도 계셨지만, 관심을 가지고 “아니 그건 누구머리에서 나왔대요?” 라며 흥분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습니다. 가슴위 이름표에 bi ya 라고 적혀져 있는 것을 보곤, ‘어?’ 했죠. 바로 유명한 한비야 작가님이었습니다. ‘케이블카 완전 반대야’ 라며 서명을 해 주셨습니다. 책에서 봤던 이미지, 여러 언론에 노출되었던 그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사실 좀 딱딱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던지곤, ‘케이블카 안되~’ 라고 말했습니다. 잠깐 악수를 청하고 ‘사회 저명인사 100인 지지선언’에 동참할 수 있는지만 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드리기로 하곤 갔습니다.

또, 설악산 지킴이 박그림 선생님도 나왔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했던 ‘녹색을 휘날리다’ 퍼포먼스에서 썼던 천을 활용하여 신부님의 옷처럼 만들어 입었습니다. ‘초록인’이 되어 국립공원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의 눈길은 박그림 선생님에게 갔다가 다시 서명부스로 왔습니다. 지나는 관광객들 중 그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는 일주일동안 서울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으로 일인시위를 펼칠 것입니다. 혹시 보시면 응원부탁드립니다.

명동의 바쁜 거리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역시 국립공원은 지키고자 지정해놓은 곳이지 관광으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는 시민들의 뜻이었습니다. 이번주는 계속해서 시내 캠페인을 벌일 것입니다. 명동에서 주로 할 것이구요. 혹시 현장에서 보면 참여 부탁드리고, 온라인으로도 서명과 후원 등이 가능하니까요. 주변에 널리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글 : 김성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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