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 간 이명박, 산으로 간 박근혜

2014.08.21 | 설악산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개최해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산림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이 전경련에서 불과 한 달 전에 제안한 정책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 내용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사회적 협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산림 난개발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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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이전의 권금성 설악산 국립공원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건설되기 이전의 모습이다. 정상부의 나무들이 눈에 띈다.
ⓒ 박그림(설악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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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건설 이후의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건설 이후 정상부의 숲은 하나도 없이 바위만 드러났다. 탐방객의 증가로 정상부가 훼손된 것이다.
ⓒ 박그림(설악녹색연합)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창조주체는 전경련인가?

전경련은 지난 7월 7일, '국민이 누리는 산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이슈리포트를 통해 총 8가지의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8가지 활성화 방안 중 7가지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산림 관련 규제의 일괄 해제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산지관광특구제도, 경사도 표고 규제완화를 통한 산림입지 규제완화 등은 전경련이 이슈페이퍼를 통해 요구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전경련의 정책제안서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지난 12일 정부발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은 '산림치유시설에 산림치유 건강보험 적용'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산림청의 2014년 업무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산림복지지구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이미 명시되어 있었다. 전경련이 비슷한 요구를 지난 7월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속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림 규제완화 요구 내용을 사실상 정부가 100% 수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 13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경련의 보고서가 단초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현실에 맞게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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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과 무역투자진흥회의 발표자료 비교 전경련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민이 누리는 산을 위한 정책방향'과 정부의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발표자료 비교 표
ⓒ 배보람

 


MB의 '녹색 성장', 박근혜 정부 '창조 산림'?

문제는 전경련의 이슈리포트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번 산림 규제완화 정책이 산림 난개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경우 이미 지난 2007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등을 포함한 국립공원에 건설이 추진됐다. 이를 두고 전국적으로 케이블카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케이블카 건설에 대한 요구는 지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타당성 부적합과 환경훼손을 이유로 부결 시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설악산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건설 착공일자까지 정해놓고 추진하려 한다.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면 환경영향평가 사계절 조사를 하는 데만 1년이 걸린다.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 등을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2015년 하반기에 착공하겠다고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사회적 협의와 타당성 검토의 결과와 상관없이 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막개발 논리다.

산림관광특구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산림 개발 규제완화에서 한발 더 나가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구역을 규정하는 자연공원법, 산지보호법등을 일괄 해제하여 관광특구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립공원에 호텔이나 각종 편의시설 입주가 가능하다. 국제기준에도 그 전체 면적이 한참 모자라는 대한민국 보호구역, 이 나라 국토의 약 11%가 무분별한 개발의 삽질에 위협받고 있다.

국립공원에서도 가능한 일이 동네 뒷산이라고 피해갈리 없다. 농민들이 마시고 논에 물을 대는 마을 뒷산 한복판에 골프장, 관광단지 개발이 줄을 이을지도 모른다. 지난 정권의 산림 규제완화 이후, 거리로 내몰렸던 농민들이 있다. 강원도의 90여 개가 넘는 골프장 개발, 지난 정권들의 산림 규제완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직도 골프장을 둘러싼 분쟁이 끝나지 않은 지역들이 있다. 강으로 향하던 삽이, 산으로 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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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 모곡리 골프장 골프장 개발을 위해 산림이 훼손됐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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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홍천에 개발되고 있는 골프장 산아래 마을과 주민들의 동의와는 상관없이 산림에 대규모 골프장과 위락시설을 들여오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환경부, 산림청 협의도 제대로 안 돼

게다가 이번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는 부처 합동으로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산림청은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오히려 산림청과 환경부는 정부의 이러한 산림규제완화 계획을 들은 적 없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끄는 것은 사실상 전경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절차에 따라 부처 간 협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하는 점은 상식이다. 기업의 애로사항에만 귀 기울이는 박근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국립공원 케이블카, 산악관광특구, 국립공원 정상부 휴양림 건설계획, 생태계 민감 지역 개발 계획 등 현재의 산림 개발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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