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벼랑 끝에 몰린 가리왕산, 남은 것은 산림청의 선택뿐

2014.03.06 | 가리왕산

벼랑 끝에 몰린 가리왕산, 남은 것은 산림청의 선택뿐

– 복원계획 전무한 가리왕산 산지전용허가 절대 불가하다

3월7일(금)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는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에 관한 산지전용허가를 안건으로 다룬다. 조선시대부터 오백년 역사동안 국가가 나서 보존해온 가리왕산이다. 그런 가리왕산 개발의 실질적인 마지막 선고공판이 산림청 결정에 달린 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2월 보름동안 진행된다. 오백년 국가적 신념은 고작 보름동안의 올림픽 앞에 무기력하다. 벼랑 끝에 몰린 가리왕산을 지켜낼 국가기관의 의지와 능력은 정령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2012년 6월, 그날의 산림청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2012년 6월 20일 국립산림과학원, 기자들 앞에 나선 이는 산림청 김현식 산림보호국장이다.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으로 가리왕산 중봉 불가피”, “하지만 가리왕산은 상당한 산림훼손을 해야 경기장을 건립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 “보전, 복원 계획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복원계획이 수립되면 법에 따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절차를”등이 당시 김현식 국장의 발표 요지다. 이후 1년여가 지난 2013년 6월 28일 산림청은 활강경기장이 건설되는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일부를 해제 고시했다. 당시 산림청은 해제 전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보전, 복원 계획’을 수립 발표한바 있다. 내용은 2012년 김현식 국장이 언급했던 보전, 복원 계획을 바탕으로 보호구역을 해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인 강원도는 가리왕산 보전, 복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제 절차는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산림청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로 절차를 넘긴 것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심의라는 가리왕산 개발에 관한 1심은 산림청의 무능함으로 맥없이 끝나버렸다. 산림청은 스스로 천명했던 가리왕산 보전, 복원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이끌어 내지 않음으로써 국민과의 신뢰를 져버렸고, 스스로의 무능함을 드러냈다. 폭탄 돌리기처럼 환경부로 공을 넘겨버린 것이다.

정부의 ‘복원계획 수립’명령은 무기력한 동어반복, 강원도는 일관된 모르쇠

강원도는 발 빠르게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본안, 보완을 각각 환경부에 순차적으로 제출했다. 이 때마다 환경부는 강원도에 동일한 검토의견과 보완지시를 내렸다. 2014년 1월 최종 협의의견을 줄 때도 환경부가 강원도에 내린 지시사항은 동일하다 조사상의 오류 등 세부사항은 차치하고 내용은 한 가지다. 바로 ‘보전, 복원 계획이 실제하지 않으니 사후활용 계획이 아닌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동 지역의 자연성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도록 훼손지역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사업을 추진하여야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그 결과를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제시하여야 함”(초안 검토의견 중), “아울러, 가칭 가리왕산 중봉 생태복원추진단의 구성 및 운영계획, “생태복원계획()”의 구체적인 추진계획 및 이행조치계획서 등은 본 사업의 실착공 이전에 반드시 우리청에 제출하여 별도 협의 및 검증절차를 이행하여야 함“(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 중)- 초안부터 마지막 보완까지 논란의 핵심은 구체적인 복원계획이다. 강원도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만을 줄곧 되풀이했다. 환경부의 마지막 협의 의견 중 ”단순히 훼손되었거나 교란된 지역을 자연상태로 방치하는 것만을 자연복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삼림생태계에서 자연스런 수렴천이과정의 천이계열을 유도함으로써 훼손 이전과 유의성이 높도록 복원계획을 수립하여야“라는 의견이 강원도의 무계획을 여실히 뒷받침한다. 하지만 환경부의 무능은 산림청 못지않다. 사회적 합의였던 가리왕산의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복원계획 수립은 단 한 줄도 환경영향평가 기간 동안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는 완료되었고, 강원도는 산림청에 최종 단계와 다름 아닌 산지전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3월7일(금) 산림청의 중앙산지관리위원회의 심의는 사실상 가리왕산 개발에 관한 3심 째인 마지막 선고공판이다. 산림청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복원계획 수립’을 매 단계마다 주구장창 반복하는 중앙행정의 요구, 그리고 매 번 모르쇠로 일관하는 강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이 웃지 못 할 상황이야말로 중앙행정의 무능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복원계획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가리왕산 개발

다시 말하지만 2013년 산림청의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보전·복원 및 지정해제 계획」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 후 슬로프는 산림으로 복구·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회 이후 해당지역의 복원과 보호구역 재지정이 보호구역 해제의 전제 조건이며 핵심인 것이다. 2014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도 ‘생태복원계획의 구체적인 추진계획 등을 사업의 실착공 전 반드시 별도 협의 및 검증절차를 거치고 복원계획 기본방향과 사후활용계획이 부합되도록 리프트 철거 및 개발계획 축소할 것을 전제’로 한 사실상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강원도가 이야기하는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은 말 그대로 자연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공을 넘겨받은 산림청은 2012년 본인들의 약속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어렵게 이뤄낸 사회적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늦었지만 중앙행정 부처로써의 역할을 지금이라도 다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복원계획 수립을 반드시 강원도에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의는 협의대로 해주면서 달랑 산지전용허가 협의의견이랍시고, 또다시 복원계획을 수립하라는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한다면 중앙행정부처로써의 무능은 산림청 역사에 아로새겨질 것이다.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에 관한 산지전용허가는 복원계획 수립 없이는 결코 통과될 수 없는 사안임을 밝히고, 녹색연합은 ‘사후 전면복원’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2014년 3월 6일

녹색연합

문의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정규석(010-3406-2320/ nest@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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