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농성 27일차 소식 “대통령의 살기 좋은 세상”

2009.07.06 | 4대강

농성을 시작한 뒤 4번째 맞는 일요일입니다. 그러나 농성장의 달력에는 휴일이 따로 없습니다. 시민들을 만나 우리의 얘기를 전하고 4대강 삽질을 멈추기 위해 오늘도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고향이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전에는 휴일 인파로 붐빌 인사동에 나가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흔쾌히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조금 특별한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일본에 살고 계시는 교포 분인데 휴가를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의 서명운동인지 궁금해 하시기에 설명을 드렸더니 “이건 정말 안 되겠다. 나의 고향이 그렇게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서명을 해 주셨습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언제나 한국을 그리워하며 힘든 타지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4대강 사업이 재앙처럼 다가오는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몇 년 만에 돌아와 고향을 찾으니 굽이쳐 흐르던 강에 시멘트가 발라져있고 고인 물은 썩어,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풍경과 마주쳐야 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오늘은 또 촛불소녀들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인데 지난 해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고 하는군요. 한참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재밌을 어린 소녀들마저 나라 걱정하게 만드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언제쯤 이 정부 안에서 마음 편한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과연 오기나 할런지 걱정입니다.

대통령은 살기 좋은 세상, 서민은 살기 힘든 세상

지난달 30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 ‘살기 힘든 세상’ 편이 인터넷에서 화제라고 합니다. 지난 25일 재래시장을 찾아 뻥튀기와 어묵을 사먹어 ‘어묵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생기던 이명박 대통령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에게 “내가 옛날에 노점상할 때는 이렇게 만나서 얘기할 길도 없었다. 끽소리도 못하고 장사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죽고.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뭐 얘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지 않냐. 좋아졌잖아 세상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인들도 자신들의 하소연에 대통령이 바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최소한 귀 기울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요. 대통령이 말하는 좋아졌다는 세상이 우리에겐 왜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늬우스 샷따 내려 영원히

오후에는 대학로 CGV 앞에서 ‘대한늬우스 샷따내리기’ 플래시몹을 진행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재미있는 표정으로 피켓을 바라봅니다. 대한늬우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분분한 지금 같은 상황이면 그 허접한 홍보물 내릴 법도 한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건 대통령이나 문화부장관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더운 날씨,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농성장을 지킨 활동가들과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 함께해주신 분들
생태지평 / 여성환경연대/ 정상덕 교무(원불교개벽교무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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