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농성 32일차 소식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올 수 있길”

2009.07.13 | 4대강

오늘 농성장 식구들은 어제의 폭우로 망가진 물품들과 젖은 바닥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빗물에 젖은 몸자보와 천막 바닥에 깔아놓은 은박지를 모두 걷어내 뜨거운 태양에 말리면서 농성장 식구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무더위와 불통인 MB정부와 싸우고 있습니다.

어제 시국기도회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려 서울역광장에서 하기로 했던 ‘나라를 위한 시국기도회’가 급하게 용산의 청파교회로 변경되었습니다. 주제는 용산참사와 4대강 지키기입니다. 시국기도회 장소가 바뀌고, 비가 계속 내려도 찾아오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용산참사의 문제점과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을 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안타까워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1월 20일에 일어났던 용산참사의 장례를 반년이 지나도록 치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유가족을 위로하였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선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것으로, 권력을 이용해 거짓과 권모술수로 무장한 이명박 정부와 그 참모들의 모습이 앞으로 평탄치 않을 것이라 일침을 가했습니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일삼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4대강을 죽이는 사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죽일 수 없는 강을 죽이려고 하는 인간의 힘은 자연에게 이길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간간히 교회 안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이채로웠는데 이곳에서는 일상다반사라고 합니다.  

교회 안으로 들어오던 한 시민께서 하늘을 잠깐 보라 해서 봤더니 비가 내리던 중에도 무지개가 피었습니다. 복잡한 전선과 건물 틈으로 선명하게 떠올라 잠깐이지만 사람들의 입가에 잠깐의 미소가 스쳐갔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사안들이 하나 둘 해결될 수 있는 희망의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늘에선 무지개가 떠올랐고, 교회 안에서 촛불을 밝혔습니다.
기도회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거리행진이 있었습니다. 용산구청을 지나서 돌아오는 짧은 거리행진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했던 분들과 크게 외쳤던 “정의의 편에서 평화와 생명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약속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돕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올 수 있길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있는 날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열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부디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길. 다시 한 번 온 마음을 다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후 2시, 서울광장이 끝내 열리지 않아서인지 시민들은 대한문 앞에 모여 추모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추모 열기도 정부의 눈에는 그저 불법시위로만 보이는지 대한문 일대가 전경차량들로 가득합니다. 지난 6.27 범국민대회 때와 같이 경찰들이 시민들의 추모문화제를 위한 물품 반입을 제지하여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칼 맞은 4대강’ 플래시몹은 대한문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칼 맞은 4대강’ 플래시몹을 시작하자마자 주위에 있던 경찰들이 제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침묵으로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것뿐인데, 조그만 표현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민감한 경찰의 반응과는 달리, 추모문화제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습니다. 여느 때보다 많은 주목과 플래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한 시민은 플래시몹을 하는 활동가들의 매무새를 직접 다듬어주시고, 수고한다며 시원한 냉커피도 사주셨습니다. 시원한 냉커피는 더운 날씨에 천을 뒤집어쓰고 거리에 앉아 있느라 목이 타던 활동가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습니다. 칼라TV 기자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는 활동가를 촬영하며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농성은 몇 일째인지, 왜 이런 플래시몹을 하는지의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자 몇몇 시민들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얘기해도, 얘기해도 끝없는 답답함이 가득한 요즘 같은 때에는 그런 세상이 오는 날이 점점 멀게만 느껴집니다. 부디 MB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 답답함이 시원하게 풀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봅니다.

# 함께해주신 분들
민주노동당 / 환경정의 / 강살리기 네트워크 이준경 외

#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처장 외 / 강살리기 네트워크 이준경(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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