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농성 37일차 소식 “천막 농성 37일째, 생명의 강에 풍악소리 울리기를…”

2009.07.16 | 4대강



오늘 날씨는 맑음입니다. 농성장 역시 지난 며칠 동안의 비 피해가 막심합니다. 젖어버린 천막 안을 치우고, 젖어버린 농성물품을 볕 좋은 곳으로 부지런히 옮기면서 37일째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둑이 터져 홍수 피해를 입은 전국 곳곳의 수재민들도 저희들처럼 오늘 하루를 시작하셨겠지요. 만약 4대강 정비사업이 완료되어 전국 곳곳에 보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늘이 뚫리는 듯 갑자기 비는 쏟아지고, 보에 물은 갇혀 있고, 보는 제 때 물을 흘려보내지 못해 전국 곳곳에서 물폭탄이 터졌겠지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농성장을 말끔히 청소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은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오늘 농성장 주변은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불기 2553년 생전 예수재가 조계사에서 열렸습니다. 예수재는 극락왕생하기 위해 미리 재를 올려 공덕을 쌓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신도분들이 조계사로 발걸음을 옮기셨지요. 신도분들은 농성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피켓을 읽어보시고, 서명에도 참여해주셨습니다. 생명을 위한 마음도 공덕이겠지요? 이명박 대통령도 공덕을 쌓으셨으면 합니다. 4대강 정비사업을 중단하는 일이야말로 생명을 위한 일이니 공덕 중에 으뜸공덕이지요. 이렇게 쉬운 일을 이명박 대통령은 왜 하지 않을까요? 제발 덕 좀 쌓으셨으면 합니다.  

오전 11시 30분, 언론악법을 철회하라는 스님들의 목소리가 조계사를 메웁니다.  불교언론대책위원회에서 미디어 악법 반대 기자회견을 일주만 앞에서 열었습니다. 스님들께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장악의 결정판, 미디어법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셨습니다.



국민의 반대가 높은데도 언론악법을 처리하려는 딴나라당과 2MB를 차마 두고 볼 수 없어불교계도 나선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외침이 있으니 언젠가는 정부도 잘못을 뉘우치겠죠? 그런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드디어 점심시간입니다. 농성장 식구들은 춘향이가 된 심정으로 칼을 쓰고 청계천 일대로 나갔습니다. 젊음의 거리, 보신각 뒷길, 종로구청에 이르는 길목을 칼을 쓰고 나갔지요. “수고 많습니다”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4대강 정비사업을 멈출 수만 있다면 칼 퍼포먼스는고생도 수고도 아니지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안국동 일대에 풍악소리가 넘쳐납니다. 조선왕릉 40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한 어가행렬입니다. 농성장 식구들은 모두들 어가행렬이 농성장을 지나칠 때까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하회마을을 떠올렸습니다. 하회마을은 세계유산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 하회마을에 정부는 보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하회마을의 인근 백사장은 물에 잠기게 되고, 자연경관 대신 콘크리트 보와 조경물이 하회마을 주변을 감싸게 됩니다. 당연히 세계유산의 꿈은 멀어지게 되겠지요. 하회마을에 풍악소리가 울리고, 생명의 강에 풍악소리가 울려야할텐데… 4대강 정비사업 백지화를 위해 다같이 힘을 내야겠습니다.

저녁에도 선전전은 계속 됩니다. “대운하건, 4대강 정비건 천번 만번 말을 바꿔도 고인 물은 썩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 22조로 강을 죽이면 안됩니다.” 다시 한번 칼을 쓰고 거리에 앉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 드립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뭅니다. 그러나 농성하는 날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정비사업을 중단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지요. 생명의 강에 풍악소리 울리는 그 날은 꼭 오겠지요.  

# 함께해주신 분들
문화연대 김정명신 공동대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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