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 역행침식은 계속된다..

2013.06.04 | 4대강

역행침식을 기억하십니까?

4대강 본류에 모래를 퍼내서 강바닥을 준설하자,

지류와의 높이차가 생기고, 이로 인해 지류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둑과 강바닥에 침식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미 4대강사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곳곳의 지천에서 역행침식으로 인한 피해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남한강 연양천의 신진교를 무너뜨리고, 한천의 용머리교를 주저앉게 했던 것도 역행침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사업이 완료된 뒤는 어떨까요?

보에 물을 가득담아 수위가 올라가자 양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보 상류 지역의 지천에서는,

역행침식보다 오히려 물이 정체되고 잘 빠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로 막혀 본류의 수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본류가 정체되자 지류에서 물이 잘 안 빠지고, 그로 인해 범람이나 제방이 터지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역행침식과는 또다른 형태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도록 하지요.)

하지만 보 하류에 위치한 지천들에서는 역행침식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의 담수로 인한 수위상승 효과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4대강사업 공사 도중에도, 그리고 공사가 끝난 뒤에도,

터무니 없는 준설공사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역행침식의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3월에 찾은 금강의 지천입니다.

역행침식으로 인해 하천 둔치의 농경지가 유실되어 버렸습니다.

비닐하우스 아래가 통째로 쓸려가서 기둥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전봇대도 위태로워보입니다.

SONY DSC SONY DSC SONY DSC

2013년 4월의 낙동강 감천입니다.

구미보 하류에서 낙동강과 합수하는 지천이며, 모래가 많아 침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입니다.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손되어 나뒹굴다 모래더미에 파묻혔습니다.

 

SONY DSC

SONY DSC

제방 쪽도 여지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SONY DSC

특히 감천의 강바닥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수도관로가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역행침식으로 강바닥의 모래가 쓸려가자, 깊이 묻혔던 관로가 드러나 파손될 위험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수자원공사는 수도관로를 이설하는 공사를 시행중에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 없었다면 불필요한 공사입니다.

 

조금 더 상류로 가보니

제방이 위태로워보입니다.

제방이 침식되어서 모래주머리를 쌓아놓은 곳도 있고,

배수관로 아래가 쓸려가 커다란 동굴이 생긴 곳도 있습니다.

본류를 준설하니 지천이 위태로워 지는 것입니다.

 

 

구미천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도로 아래 제방이 침식되고,

강바닥의 모래가 쓸려가 관로가 위태로워지자

관로 파손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블럭으로 덮은 현장이 보입니다.

 

 

 

낙동강 상류의 상주보 아래, 병성천으로 가 보겠습니다.

병성천 합수부에는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보호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물에 잠겨 어떤 상태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 (2012년 9월) 운이 좋게도 수위가 낮아졌을 때, 현장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합수부에는 역행침식으로 인해 병성천에서 흘러온 모래가 가득히 퇴적되어 있었습니다.

준설이 무용지물이 된 셈입니다.

SONY DSC SONY DSC

돌과 철망으로 강바닥에 설치한 보호공은

망가진채 뒹굴고 있습니다.

역행침식을 막기에는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SONY DSC SONY DSC SONY DSC

 

지류에 역행침식이 있다면, 본류에는 측방침식이 있습니다.

강 둔치가 침식되는 현상입니다.

강을 인위적으로 사다리꼴로 만들다보니

자연스런 모습을 회복하려는 강물의 흐름에 의해 깎이고 패이는 현상입니다.

더군다나 보로 물을 가득 채워 물에 잠기게 된 강변 둔치는

수분을 항상 머금고 있기에 그만큼 침식에 약해 무너져 버리는 것입니다.

낙동강 달성보 인근의 둔치입니다.

사람 키보다 높게 흙과 모래가 쓸려갔습니다.

저 멀리 5번국도의 가드레일이 보입니다. 침식이 더 진행된다면 차량들이 달리는 도로마저 위태로워질 것 같습니다.

 

SONY DSC

SONY DSC

SONY DSC

 

 

강을 이렇게 망쳐버린 주범..

바로 4대강사업입니다.

이제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조정실이 “4대강사업 조사 평가 위원회”를 구성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완공된 대형국책사업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평가를 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4대강현장의 문제점을 밝혀왔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발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4대강사업이 끝났어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현장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2년 전부터 나타난 역행침식의 문제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했던 이들과,

수십 개의 지천들을 발로 걸으며 일일이 현장의 진실을 증언했던 이들..

과연 누가 4대강사업을 검증해야 하는 걸까요?

 

글,사진: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