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블리츠 내성천] 함께 흐르는 강 내성천… 멀지만 가까이 있는 곳

2014.08.02 | 4대강

안녕하세요?

저는 8월 23일 ~ 24일, 1박 2일 동안 진행될 <우리가 만드는 내성천 생물종지도> 만들기 행사에서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는 이주현 입니다.

생물종지도 만들기 행사는 8월 23일-24일 1박 2일 동안 경북 예천 회룡포 인근에서 사람들이 전문가들과 동행하여 내성천에 살고 있는 곤충, 양서파충류, 어류, 포유류 등 생물종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활동입니다.

길잡이인 저는 참가자들이 활동과 기록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가 조사하게 될 내성천은 길이 109.5㎞.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발원해 영주시 예천군을 거쳐 낙동강에 맑은 물과 고운모래를 공급하는, 낙동강의 어머니 강 이라 불리우며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잘 발달되어있는 한반도 강의 원형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강입니다.

이런 내성천 곳곳에는 현재 모래톱과 습지가 파헤쳐지고 모래를 퍼내고 물을 가두어 두는 영주댐과 대규모 하천환경정비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내성천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성천’ 하면 멀게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에게 물을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강변의 도시들 역시 내성천이 실어다준 모래톱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멀게 느껴지지만 가까운…우리가 발 딛으며 살아가는 땅과 숨 쉬는 생명들의 어머니인 내성천을 기억한다면 아름다운 모래강을 본 모습을 찾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본 현재의 내성천의 모습과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함께 흐르는 강 

내성천 모래

▲내성천의 고운 모래.

생명들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삶의 터전까지 만들어 주는 소중한 모래. 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래의 유실은 수질오염, 지하수 고갈, 자연 홍수 조절능력 상실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자연조절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재앙이 초래될지 모른다.

 

강은 함께 흐른다.

예부터 내성천은 모래가 하도 많아 조선시대에는 사천(沙川), 모래내 라고도 불렸습니다.

이 많은 모래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우리나라 산지는 화강암이 유독 많은데 이 화강암들이 깍이며 모래가 되고 강은 이렇게 깎인 모래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주변 표면을 깎고 나르고 쌓기를 반복하면서 모래를 안고 흘러가 생명들에게 물을 주고 살아 갈 수 있는 모래톱과 습지, 터전을 만들어 줍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강변 도시들 역시 강에서 흘러온 모래톱과 습지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지금 서울의 여의도, 강남 일대 역시 실려 내려온 모래가 쌓인 모래톱과 습지였습니다. 강이 모래를 실어다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마을이나 도시 역시 없었습니다.

이처럼 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생명을 살게 하고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입니다.

모래의 중요한 기능

강과 하천의 생태계에서 모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강과 습지 사이의 생태적 완충지대가 되며 모래의 울퉁불퉁한 면에 붙어 있는 미생물은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수서곤충과 물고기들의 먹이도 됩니다.

모래의 불순물 여과기능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 역시 혼화, 응집, 침전의 과정을 거친 뒤 모래자갈 여과 장치로 정화해서 상수도로 공급받아 오는 것 인데 강물 속에 두텁게 쌓인 모래 역시 같은 기능을 합니다. 내성천의 도시 상류 쪽 에서 생활하수와 축산폐수가 유입되는 데도 오히려 모래톱이 많은 중하류의 수질이 깨끗한 이유는 모래의 오염물질 여과 기능, 자연 정수 기능 덕분입니다.

내성천의 모래가 수질오염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성천 발담그기

▲모래 속 깊이 발을 담가 보면 흐르는 물과는 다르게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는 느낌이 난다. 모래 밑 강바닥 토양층에 깨끗한 양질의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강의 모래톱에는 보통 자기 부피의 30~50%정도의 물을 품고 있다. 갈수기에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가 머금고 있던 깨끗한 물이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또 다른 물의 통로인 셈이다.

모래 위에 살고 있다.

내성천의 모래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

달뿌리풀                      

▲모래톱에서 사는 달뿌리풀

내성천 곳곳에 있었던 달뿌리풀. 하천식물의 대표종이다. 주로 중. 상류역에 산다. 모래위에 있는 줄기를 뻗어 새로운 뿌리를 내리며 번식한다.

 

경진교 주변 수변식물

▲모래톱을 기반으로 생긴 수변 식물

내성천에서 사는 수달이나 너구리, 삶이 먹이를 찾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좋은 살림터가 되어준다.

 

내성천 수달 발자국

▲모래톱에서 발견한 천연기념 333호, 멸종보호위기종1급 수달 발자국. 

 

내성천 모래톱 고라니 발자국

▲고라니 발자국               

 

고라니똥

▲고라니의 변 새끼 고라니로 추정.

 

멸종위기종_흰수마자_2010년7월_내성천_출처=박용훈

▲ 흰수마자 ⓒ박용훈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내성천을 비롯한 낙동강 수계에서만 사는 우리 고유종. 위협을 느끼면 모래를 파고 숨어버린다. 모래는 파고들기 쉬워서 은신처 겸 물고기들의 살림터도 되어준다. 물이 깨끗하고 모래가 깔린 여울에 산다. 영주댐 공사로 개체수가 급감하며 내성천에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회룡포 에서 첫 번째로 굽이쳐 흘러가는 지류, 중심지

회룡포에서 처음으로 회돌아 흐르는 회룡포의 중심지 입니다.

회룡포는 물길이 350도 정도로 돌아 나가는 물돌이 지형의 대표적인 곳 입니다.

하얀 백사장 모래톱을 감싸 안고 돌아치는 지형으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내성천 회룡포 첫번째 굽이쳐 꺾이는 곳

▲회룡포에서 처음으로 굽이쳐 흐르는 지점

산이 많은 한반도 강들은 오랜 세월동안 산과산 사이를 꼬불꼬불 돌아가며 흘러 왔습니다. 강은 구불구불 돌아가며 주변 표면을 깎고 나르고 다시 쌓기를 반복하며 모래와 함께 흘러 갑니다.

 

 

박용훈 생태사진가님

▲박용훈 생태사진가님

내성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박용훈 생태사진가님. 내성천과 4대강사진 등 주로 ‘강’을 전문으로 한 생태사진을 찍으신다고 한다.

 

내성천 풀이 많이 들어와있다                      

▲내성천 강변 가 작년보다 풀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모습

4대강 사업이후 장갑차 현상 (모래가 사라지면서 육지식물이 들어오고 강바닥에 굵은 자갈만 남는 현상)이 내성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변에 사시는 주민 분들도 풀이 이렇게 까지 많이 들어오는 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이야기 하신다고 합니다. 어떤 곳은 주민들이 트랙터로 백사장의 풀을 갈아 엎는, 이전엔 보지 못했던 일들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성천 강변가 장갑차 현상

▲회룡포 뿅뿅다리 근처. 이곳에도 모래대신 큰 자갈돌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강의 정체성 문제

원래 한국의 강은 범람하여 큰물이 지나가면서 생태계가 뒤바뀌는 순환을 합니다. 우리 하천생태계는 계절에 따른 역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가 적게 올 때에는 모래톱 생태계가 안정적이지만 여름철 장마 때에는 생태계의 큰 변화를 겪습니다. 집중호우로 커다란 물길이 형성되어 정체 되어있던 더러운 물질들과 정착되어있던 식물들을 뒤집어주며 장마 때 하천 하류에 머물러 있던 유기물질들이 강물과 흐르고 흘러 연안에 있는 바닷가로 흘러들어가 갯벌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천은 물이 빠지면 모래들은 원상태로 복구되고 매년 같은 순환이 반복됩니다.

수천수만년 동안 발달되어온 하천의 생태계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막대한 양의 모래를 퍼내 강물을 정화하는 모래가 사라지고 보와 댐을 건설해 모래 유입이 줄어든다면 강의 정화기능도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생태계 순환이 멈추며 땅이 산성화 되고 황폐해질 가능성 역시 높아집니다.

 

생태계의 순환도 좋지만 홍수와 강의 범람은 위험하지 않을까?

주민들에 의해면 내성천 주변은 홍수피해가 없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모래의 뛰어난 저장능력 덕분인데, 비가 많이 왔을 때에는 모래톱의 사이로 스며든 물이 땅의 지하수층으로 흡수되고 물이 부족한 갈수기 때에는 지하수층이 모래톱으로 스며들어와 하천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이처럼 모래톱은 지하수층과 하천간의 자연의 평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갈수기와 용수 문제는 모래톱에 저장된 물로 인간의 삶과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모래톱은 조절 능력은 한반도의 지질조건 상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으며 오랜 세월 환경과 평형을 이루는 자연현상입니다.

 

범람을 막아주는 자연제방, 버드나무 군락지

 

내성천 강변가 버드나무 군락지

▲회룡포 내성천 수변가 버드나무 군락

내성천의 강 주변 버드나무 종류가 가장 많이 살고 있습니다. 버드나무의 잔뿌리가 모래를 잡아주고 수분 흡수력도 좋아 모래로 된 제방의 유실과 강물의 범람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랜 옛날부터 지역 주민들이 마을 경관과 하천의 범람 방지, 둑의 보호를 위해 조성하고 관리해오던 숲들입니다. 안타까운것은 최근 영주댐 건설과정에서 많은 왕버들나무들이 벌채되어 아름다운 경관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울이 많아져야 강이 건강해진다.

달지여울은 금천과 만난 내성천이 낙동강과 합류하기 직전의 만나는 공간으로 여울목과 습지가 잘 발달해 '삼강습지'라 불리는 곳입니다. 바닥이 얕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이 여울이라 합니다. 여울이 많아져야 물에 산소공급이 잘되고 물고기가 알을 낳고 서식할 수 있는 건강한 강이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물고기들이 오고가는 통로이기도 해서 백로들이 여울마다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달지여울                               

▲여울이 있는 곳.

여울이 많아져야 물에 산소공급이 잘되고 물고기가 알을 낳고 서식할 수 있는 건강한 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물속 생태계가 다양해지면 물속 생물들을 먹이로 하는 물밖의 생물들도 많아진다. 안정된 생태계가 되는 것이다. 

내성천 백로                                                                                                                                                

▲물가에 서 있는 백로

4대강 사업으로 먹이사냥을 하기 힘들어지는 새들. 백로는 얕은 물에 서서 물고기를 기다리다 작살 같은 부리로 물고기를 찍어 올려 먹이사냥을 한다. 골재 채취로 수심이 깊어지고 여울이 사라지면서 얕은 물에 사는 피라미가 살지 못하고 피라미를 먹이로 삼는 백로 역시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먹이도 없고,  있다해도 잡지 못해 새들의 사냥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함께 흘러가는 강 내성천…멀지만 가까운 곳

어릴 때의 전 한강은 원래 콘크리트 바닥, 시멘트 제방과 자전거 길이 나있는 도로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지만 그것이 저에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한강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 한강은 모래가 많은 강이었습니다. 고려시대 한강의 옛 이름은 사평도(沙平渡). 모래 평원의 강 이라는 뜻으로 개발 이전 한강은 여름에는 부드러운 모래로 강수욕 즐기는 인파로 넘쳤고 대통령 후보 연설회가 열릴 만큼 넓은 모래 평야 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한강 모습은 1980년대 후반 김포와 잠실에 수중보가 설치 되면서 강물에 실려오던 모래가 막혀버렸고 강기슭의 양쪽 콘크리트 제방에 갇혀 수심이 깊어지게 되면서 그 이후로 모래가 쌓일 수도 더 이상 볼 수 도 없었습니다.

시멘트에 있는 한강은 저에게는 자연스러웠지만 본래 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한강 모래톱에서의 일광욕을 하고 물놀이를 하며 모래밭에서 씨름을 하고 여름이면 미역을 감으며 피서를 했다는것은 어른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나 흑백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내성천을 알고 나서야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 살아가는 이곳이 내성천이 실어다 준 모래톱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어릴때 놀이터에서 부드러운 모래를 손으로 만지며 놀았던 추억도 이젠 딱딱한 폐타이어 바닥이 대신하고 있고 강에서 고운 모래를 만지며 놀 수 있었던 내성천 역시 사라져갑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자연환경, 놀이조차 없이 집안에서만 놀 수밖에 없는 지금의 환경. 자연의 본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옵니다.

흐르던 강은 저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런운 일이었습니다. 이젠 4대강과 하천 곳곳에 아스팔트 댐과 보가 설치되어 있는 흐르지 않는 강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래에 아이들에게 이런 강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 되어 버릴까 겁이 납니다. 제게 한강의 시멘트 제방과 흐르지 않는 검푸른 물이 당연했던 것처럼….

편리와 이익만 위해 살아온 우리가 눈이 멀어 이렇게 만든 건 아닌지 하는 생각 듭니다. 자연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자연의 본 모습인지 조차 모르고 자랄것입니다.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흐르는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연의 본 모습을 보고 자라 그들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존중해 주고 아껴주며 서로 같이 살아가는걸 배울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물속의 생태계는 독립된 것이 아니기에 물 밖의 생태계와 연결되며 생물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역시 그 일부 입니다. 생물들이 사라져 간다면 생태계는 크게 변화 할 것이고 결국 그 폐해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강은 단순히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변의 생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흘러갑니다. 우리에게 삶을 주고 모래톱 위의 터전을 주며 인간과 역사를 함께 흘러온 내성천을 살아서 흐르게 해야 합니다. 내성천이 저에게 살아갈 수 있는 땅을 주었듯이 저 역시 그 땅위에 발 딛고 사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아이들이 흐르는 강과 자연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도록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기억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내성천 백로&사람 발자국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

어머니 강, 내성천

멀지만 가까이

우리 역시 그 위에 발 딛고 서있습니다.

 

글 : 바이오블리츠 내성천 길잡이 이주현

진 : 바이오블리츠 내성천 길잡이 이주현, 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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