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의 황어는 죽고 섬진강의 황어는 산다

2016.06.16 |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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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남대천으로 산란을 위해 돌아온 황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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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경,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에서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 황어를 만났다. 수백 마리의 황어들이 행렬을 이루어 상류를 향해 헤엄쳐가는 모습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힘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렬을 막는 것이 있었다. 강을 가로지르며 물고기의 이동을 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보’이다. 황어는 강에서 태어나 일생을 바다에서 살다가, 다시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황어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사람이 만든 ‘보’가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보 때문에 물길이 좁아져 수압과 유속이 너무 강해졌고, 이 때문에 황어가 물길을 거슬러 오르기 힘들게 되었다. 세찬 물살 때문에 황어가 자꾸만 미끄러진다. 하지만 황어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상류로 가려고 시도한다.

물이 흐르는 이 곳(우안)의 반대쪽(좌안)에는 어도가 있었지만, 녹색연합이 확인한 결과 어도를 이용하는 황어는 발견되지 않았다. 황어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추측된다. 물이 흐르는 곳으로 모여 보를 오르기 위해 한참을 뛰어오르고 또 뛰어오르던 황어는 결국 이곳에 알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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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때문에 상류로 올라가지 못한 황어가 낳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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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남대천으로 올라온 황어와 달리, 섬진강의 황어는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다. 지난 4월 녹색연합은 황어 모니터링을 통해 섬진강으로 돌아온 황어를 확인했다. 바다에서 살다가 하구와 강을 거쳐 올라온 황어를 계곡에서 발견했다. 황어가 올라오는 길에 하굿둑이나 보, 댐과 같은 인위적인 횡단구조물이 없어 가능한 일이다.

황어가 서식하는 남해로 흐르는 강 가운데는 낙동강도 있지만, 하굿둑도 있고 보도 너무 많아 황어가 올라오기 어렵다. 옛날에는 낙동강에서도 황어의 회귀를 볼 수 있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남긴 시에서 낙동강 황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봄바람에 눈이 녹아 낙동강 물이 넘치는데 황어는 펄펄 뛰고 어부들은 바쁘게 그물을 친다. 황어가 많이 올라오면 그 해는 가문다는 속설을 그대로 믿는다면 하나는 배부를지 모르나 만백성은 굶주림을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남대천 비극, 보나 댐 있는 대부분 하천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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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섬진강을 거쳐 금천계곡까지, 산란을 위해 돌아온 섬진강 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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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16개의 보가 세워진 4대강을 비롯하여 보나 댐이 있는 대부분의 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 섬진강의 황어가 자유로이 이동하던 4월, 금강에서는 물고기들이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에 막혀 이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주보 앞 하얀 물보라를 찾아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온 것이다. 물은 자연의 섭리대로 흐르니까, 물고기 또한 그 섭리대로 물줄기를 따라 이동하려고 모인 것이다. 그러나 콘크리트 보는 물고기들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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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공주보.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온 물고기. 하지만 보로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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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했듯이, 강에 설치되는 횡단 구조물은 물고기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다. 일반적으로 보와 댐 같은 횡단 구조물은 상·하류 간의 생태적 단절 현상을 야기하며, 상류부터 하류까지 길게 이어진 하천 유역의 야생생물 서식처를 파편화시킨다. 또한 어류나 수서곤충 등의 수생생물의 이동을 차단한다. 이렇게 생태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보가 현재 한국의 강과 지류, 지천 곳곳에 3만3842개나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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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 <대한민국 하천에 보 33,842개, 이중 상당수는 철거 대상으로 확인돼> 2016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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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고기는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방해할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 인간이 물 관리를 위해 설치한 구조물로 인해 장어나 연어를 비롯해 생존을 위한 이동이 필수적인 어종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물고기 이동은 인간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강과 물고기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간다. 우리나라에서도 4대강 사업 이후 어민들이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인간의 물 경제는 자연의 물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고기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진 ‘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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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백제보. 보 때문에 이동이 단절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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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이후로, 많은 보에 어도가 설치되고 있다.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고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어도가 보편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생태계 단절’에 대한 고민이 함께 사라졌다.

하천의 횡단구조물이 상, 하류간 어류 이동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이유로 댐이나 보의 건설은 충분한 고민과 논의, 대책 수립이 필요한 ‘큰 일’로 여겨졌으나 어도 설치가 보편화되며 이러한 고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어도를 설치했으니 물고기 이동에 대한 책임은 다했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도는 물고기가 이용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당장 인터넷에 ‘4대강 어도’라는 단어만 검색해봐도, 물고기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녹색연합이 물고기 이동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확인한 결과, 어도를 이용하는 물고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현재 마련된 어도 설치 기준은 각 유역의 수생태계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와, 국내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이동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도를 설치하기 시작한 역사가 짧아,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어도를 물고기가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편이다. 이렇게 물고기가 이용하기 힘든 어도를 설치하고 그 보를 ‘친환경 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보를 허무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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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앞에 모여든 물고기. 하지만 어도에는 물고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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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동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리 정책은 매우 인간적인 시각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생명 중심 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불친절한 어도만 내어주고 자연을 위한 일은 끝났다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는 사라져야 한다.

문제는 ‘보’와 ‘댐’이다. 하천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이미 수생생물의 삶과 강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전 세계적으로 보를 허무는 추세다. 유럽의 하천 복원 사례와 미국, 일본의 댐 철거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일찍이 수자원 관리를 위해 댐을 설치했던 많은 국가들이 수생태계 건강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을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고기 이동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5월 21일은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 World Fish Migration Day’이였다. 하천 구조물의 증가로 물고기의 이동이 위협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물고기가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강을 만들자는 취지의 날이다. 5월 21일, 녹색연합의 물고기 이동의 날 캠페인을 포함해 총 400여 개의 행사가 전 세계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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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녹색연합의 <세계물고기이동의날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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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본적인 진리는 이웃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뿐 아니라 온갖 형태의 생명이 포함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편의나 이익을 위해 남을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배해서는 안된다.’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가운데 한 구절이다. 모든 생명은 그 본래의 방식과 습성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수생생물의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수문을 열고 보를 허물어야 한다. 물고기 이동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 : 평화생태팀 이다솜
사진 : 평화생태팀 이재구
영상 : 정책팀 한만형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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