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가 환경을 죽이고 있다

2009.06.29 | 4대강

6월 항쟁 22주년을 맞은 지난 6월 10일,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15만 시민들이 외쳤던 함성 속에는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숱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온 민주주의 꽃은 아직 완전히 피어나진 않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지금에 와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장이 경찰차벽으로 둘러쌓이고, 주요 방송과 신문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각종 법과 제도가 기득권을 위한 장식품이 되고 나서야 우리는 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지, 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정부가 중요한지를 깨닫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는 비단 정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국정운영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사회갈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4대강 죽이기 사업 등 불필요한 사업에 쏟아 붓는 수십조원의 예산은 서민들의 어려운 삶을 돌볼 수 있는 정책을 펼 여유조차 잃게 만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만년동안 한반도를 지켜왔던 소중한 자연환경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국토 개조론’을 들고 나오며 신과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실상은 한반도 대운하를 능가하는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한반도 주요 강과 하천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국민들의 생명줄인 식수원을 심각하게 망칠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4대강에 16개의 보를 막아 물을 가두면 강물이 썩을 것이고, 5.7억m³나 되는 엄청난 양의 모래와 자갈을 파내면 4대강을 따라 잘 발달되어 있는 습지가 파괴되고 그 곳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이 죽임을 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도 이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은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각종 환경규제를 없애버림으로써 삶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대대손손 보존하여야 할 국립공원조차 개발세력의 입김에 밀려 케이블카 같은 각종 시설이 놓일 위험에 처한 것도 민주주의 가치가 심각히 훼손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환경단체들은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시국모임’을 구성하여 언론악법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실천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당면한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지난 6월 9일부터 서울 조계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시국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400여개 시민단체 및 주요 야당, 종교계와 힘을 합쳐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과 생명들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민주주의와 생명을 지키는 일은 둘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수레바퀴와 같음을 짧은 역사의 퇴행 속에서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민주주의와 환경을 지키는 일에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더 큰 연대와 힘 있는 활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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