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09.06.29 | 4대강

지난 6월 8일 정부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말이 있은 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운하는 안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은 필요하다면서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 발표한 지 반년만의 일입니다. 단 반년 간의 준비로 국토의 젖줄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22조, 많게는 30~40조를 쏟아붓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 지금 시작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강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일까요?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목적은 홍수와 가뭄을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죽은 강을 다시 살려내고 홍수도, 가뭄도 대비하기 위해 강에 대대적인 토목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며 성공사례로 서울의 양재천, 울산의 태화강 같은 곳을 들고 있습니다. 산줄기에서 시작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장강들을 어떻게 양재천, 태화강과 단순 비교할 수 있는지… 4대강이 정말 죽어있었다면, 애초 그 강에 기대에 살았던 우리의 삶도 불가능했을텐데, 어쨌든 정부는 재해도 막고 죽은(?) 강도 되살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마스터플랜은 본사업과 직접연계사업, 연계사업으로 구성됩니다. 총사업비 22.2조원 중 16.9조원이 4대강 본류에 시행되는 본사업에 쓰이며 핵심 내용은 보설치와 하도준설 즉 강바닥을 파내는 일입니다. 5.3조원이 쓰이는 직접연계사업은 본사업에서 제외된 섬진강과 지류에 준설과 보설치(1개소), 제방보강 등의 공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현재 ‘4대강 살리기’ 홍보물 속에서 주로 등장하는 4대강 강변의 다양한 문화시설 같은 인프라는 연계사업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부처에 따라 연차적으로 추진된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라 전체 사업의 예산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번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는 1조 5천억원을 들여 16개 보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중 8개가 낙동강에 집중되었고 한강과 금강에 3개, 영산강에 2개가 설치됩니다. 보는 흐르는 물을 막아 가두는 관개시설로 작은 규모의 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낙동강에 설치되는 8개의 보는 높이 10m 이상으로 낙동강 물을 9구역으로 나누어 가두는 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설치되는 보는 모두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로 운하 계획과 닮은꼴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터 플랜 며칠 뒤 보가 20개로 22개로 다시 늘어나네요.)

한강을 제외한 4대강 본류 전 구간에 걸쳐 진행되는 준설작업은 약 5조 1천억원을 들여 5.7억m³ 규모로 파낼 계획입니다. 이 양은 420km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에 6미터 높이로 흙더미를 쌓은 양과 맞먹으며, 150년 세월을 흘러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 양과 같다고 합니다. 낙동강에서만 4.4억m³를 파내는데 낙동강 323km 구간에 걸쳐 135m 폭에 평균 10m 깊이로 파내게 됩니다. 보설치와 준설의 기본 목적은 물부족 극복이라고 하지만 강바닥을 파서 물그릇을 키우고 보를 설치해서 흐르는 물을 가두어 두겠다는 것입니다. 물이 흐르지 않는 거대한 욕조로 만들어 4대강을 죽이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규모 준설작업과 보설치로 하천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본사업에는 생태하천 537km 건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하천이 진정한 생태하천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생태나 녹색 같은 말들이 정부의 사업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청계천 복원을 두고 생태하천이라 일컫는 이들이 계획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 새로운 홍수대처법으로 인정받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도 치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하며 도입하려했던 강변저류지나 홍수조절지 확보 계획은 5개소에 불과합니다.

그냥 살짝만 들여다보아도 문제점 투성이인 4대강 살리기, 아니 4대강 죽이기 계획.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해서는 안되는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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