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설치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는 거짓말

2009.07.20 | 4대강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낙동강은 사라지고 대신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11개의 초대형 ‘죽음의 호수’만 남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김좌관 교수(환경공학과)가 정부 계획대로 낙동강에 보가 설치될 경우 바뀔 유속 등을 시뮬레이션해서 얻은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정부가 계획하는 낙동강의 보 11개가 건설되면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낙동강 상류(영강)에서 하류(하굿둑)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이 총 185.8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가 없는 현재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인 18.3일(갈수기)보다 무려 약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11개 보 사이에서 물이 체류하는 시간은 최저 11일에서 최장 39일에 달해 국내외 기준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호수나 다름없다.

이렇게 낙동강이 호수로 변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조류번식으로 인한 수질오염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수심이 7미터 이상이 되면 물의 상층과 하층이 섞이지 않은 성층 현상이 나타난다. 조류 번식, 성층 현상 등을 염두에 두면 낙동강의 수질 악화는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게 김좌관 교수의 결론이다.

정부 주장대로 보 설치에 따른 유량 증가에 따라 ‘수질 오염물질의 희석 효과’가 나타나긴 하지만, 물의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조류 성장률 증대 효과’가 더욱 강력해져 수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환경부가 “지난 5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모의 실험한 2012년 수질 예측치에도 유속 변화가 반영됐다”면서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에 4대강 사업의 보 설치에 따른 강물의 유속 변화 수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정부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사업임이 구체적 실험으로 증명된 셈이다. 정부는 보 설치와 준설 중심의 4대강 정비 사업으로 강을 살린다는 이데올로기 확산에만 몰입하지 말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영향조사 전체 자료를 공개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의 우려 섞인 의견도 시종일관 무시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또 어떠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쪼록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여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해명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온갖 거짓으로 점철된 사업을 억지로 강행하는 것은 이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가속시킬 뿐이다. 또한 국민들의 혈세 30조원을 쏟아 부어 놓고, 수질을 악화시킨 뒤 4대강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수질 문제는 곧 국민의 식수원 문제이다. 4대강 사업의 준설과 보 설치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와 관련한 거짓과 은폐사실이 드러난다면, 수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와 국민의 생명수 오염을 담보로 대규모 토목사업에만 혈안이 된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심판 받아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