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따뜻한 바람’난 사람들 -태양열 온풍기 제작 워크숍 후기

2012.12.26 | 재생에너지

햇빛과 ‘따뜻한 바람’난 사람들
체온으로 뜨끈해진 이불속에서 방안에 도는 찬 공기를 음미하는 것이 큰 낙인 한겨울이다. 지난 12월 15일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 혜화동에 위치한 녹색교육센터에 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을 뒤로하고 모여든 사람들이 있었다.
난방비용 걱정,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자급자족의 꿈 등 제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태양열을 이용한 온풍기를 직접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반가움이 가득했다.



농촌 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도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원이 한정된 도시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하기 위함이 아닌, 사용량을 줄이고 더 필요한 부분을 자연을 빌려 조금씩 채워가기 위한 재생에너지는 가능하다.
이에 녹색연합은 도시의 주택에서 스스로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적용이 가능한 ‘태양열 온풍기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참가자들 손으로 직접 조이고 끼우며 태양열 온풍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공유하고, 그 의미를 확산하기 위해서 교육·워크숍용, 적정기술용, 판매용 세 가지 온풍기로 나누어 제작했다.
참가자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낸 교육·워크숍용, 적정기술용 온풍기는 공동이용시설에 한해서 ‘유세’를 진행하고 ‘경향성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성대골 절전소와 대안학교 하호분교가 ‘수상’했다. 물론,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태양열 온풍기의 효과와 고민들을 함께 풀어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발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열혈 참가자 중 한분이었던 ‘금자’님의 후기로 그날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 느껴보시기를!


 



햇빛으로 작동하는 따순바람 솔솔~ 온풍기    -작성: 금자(여성환경연대 활동가)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콩으로 만든 재료 ‘소이왁스’를 녹여 크리스마스 초를 만들었다. 참으로 모순되지만, 나처럼 낭만 없는 것은 크리스마스 날 콩초를 켜 놓고 분위기 잡는 것보다 불 지핀 아궁이처럼 뜨거운 찜질방에서 얼굴 벌개져서 뒹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아 뜨거! 하며 살펴보면 장판이 열에 늘어 붙어 있는 시츄에이션, 생각만해도 따숴~)


집 밖도, 집 안도 춥다규!
집안에서 내복과 잠바를 껴입고 손장갑을 끼고 이불로 둘둘 싸매고 있어도 밖으로 나온 코가 시려우니 이 겨울 레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입김처럼 불어오는 따순 바람. 그래서 녹색연합에서 ‘태양열 온풍기 워크숍’의 메일이 오자마자 토요일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를 온종일 바쳐야하는 부담되는 일정에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혜화동 녹색교육센터까지 행차하고 말았도다. (인.간.승.리!)



‘고마워요, 에코맘’을 쓰신 신근정 활동가의 대안에너지 강의가 첫 순서. 해수열, 지열, 풍력, 태양열, 태양광, 압력 등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고 해서 자원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패널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지고 풍력발전소 한번 고장나면 외국에서 전문가가 왕림하사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복잡한 프로펠러를 손봐야 한다. 대안에너지 설비시설을 짓는데도 세상만물에 해당되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적용되고 설비수명도 제한적이다. 특히 대안에너지를 대규모로, 중앙집중적으로 생산해 저 먼 곳까지 보내려면  현재의 송전탑도 그대로 유지되고 새로운 수송관이 어마어마하게 건설돼야 하고 대안에너지가 들어서는 장소에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환경단체들이 서해안에 예정된 대규모 조력발전소, 유럽이 사하라 사막에 대규모에 건설하려는 태양광 시설, 몽골에 태양광시설 짓겠다는 MB의 약속에 결단코 반대하는 이유다. 대안에너지의 기본은 우리동네 에너지 우리동네에서 지역분산형으로 만들고, 한 톨의 불편함이나 절전의 노력 없이 대안에너지로 지금의 생활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한 태양광 온풍기 워크숍! 눈들이 반짝반짝!!
만도기계 연구실에 계시다가 거기서 나와 태양광 온풍기를 국내서 처음 상용화한 (주)팜텍에서 교육을 맡아주셨다. 3팀으로 나눠 ‘적정기술용’, ‘교육 워크숍용’, ‘상용화된 실제 모델’ 만들기에 나섰다.


1. 적정기술용














알루미늄 통이나 금속캔을 연결해 태양열을 모으고 모터는 2개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돌린다. 알루미늄 길이가 길수록 더 많은 공기를 데울 수 있다. 나무 상자에 알루미늄 통을 채우고 강화유리나 폴리카보네이트 판으로 뚜껑을 닫아주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완성! 빛을 잘 모으려면 알루미늄 통을 검정색으로 칠해주고 나무 상자의 틈새에 실리콘을 발라 단열을 잘해줘야 한다.



2. 교육워크숍용 









태양열을 모으는 판을 나무상자에 끼우고 유리나 아크릴판으로 커버를 덮는다. 쉽게 만들 수 있고 크기가 작어 (그래도 작은 냉장고만 하지만!)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모델이다.


 


3. 상용화된 태양열 온풍기 모델









스탠딩 에어컨보다 살짝 큰데, 이 모델을 건물 외벽 해가 잘 드는 곳에 달아두면 온풍기 기능을 한다.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태양열 모으는 판넬을 알루미늄 판에 끼우고 실리콘으로 단열을 잘 한 다음, 강화유리로 뚜껑을 덮고 따뜻한 바람을 뿜어낼 모터와 태양광 패널을 연결하면 된다.
여자들이 공구를 들고 온풍기를 만들고 있자니 을매나 늠름해보이던지, 보기에 아주 좋지 아니한가.
이 온풍기는 3~5평 정도를 따뜻하게 할 수 있고 온풍기를 설치한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은 다른 난방장치를 돌리지 않고도 -3도 정도의 날씨에 실내온도가 16도 정도 되었다.
그리고! 고현정이 무뤂팍 도사에 나와 일갈하였듯 그녀는 피부 미용을 위해 한겨울에도 자동차에서 온풍기를 안 튼다고 했다. 온풍기를 틀면 실내공기가 탁해지고 수분이 말라 피부가 푸석푸석 건조해지고 땡긴다. 하지만 태양열 온풍기는 작동하는 자체만으로도 외부의 공기를 계속 실내로 들여와 자연환기시키기 때문에 오래 쐬어도 머리도 안 띵하고 텁텁한 감도 없고 정전기도 안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사용 중인 성대골 관장님 왈~)



다들 궁금해 하는 것 알지롱~
그래서 얼마냐고요?
설치비 및 운반비 등 모두 포함해 정가는 190만원이라네요. 태양열 온풍기 무게는 약 50kg이구요. 직접 설치하면 더 저렴해지고요. 특히 실내는 으슬으슬하고 추운데 오히려 밖은 햇빛이 들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봄, 가을에 좋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학교, 관공서 등 햇빛 쬐는 낮에 온풍기를 이용하는 시설은 어여 빨리 태양열 온풍기로 바꾸면 좋겠다.
아무래도 가정집에서는 그래도 방바닥 따순 보일러를 선호하니까.:-)


대망의 마무리는 만든 태양열 온풍기를 뉘규가 획득하는가!! 두둥!!!
나는, 이 날 환경단체에서도 서바이벌 오디션이 시행되는 것을 목도하였다. 5개의 단체가 접전을 치룬 결과, 성대골 도서관과 1,000만원의 전기세를 호소하던 대안학교 하호분교에 태양열 온풍기가 돌아갔다.
(아니 이런! 여성환경연대에서 나간 영란샘과 나는 꼴에 오디션이라고 말춤도 추었단 말이다!! 규탄한다!!)








2013년 2월에 태양열 오븐기, 조리기 등 대안에너지 워크숍이 세트로 있으니 그 때는 꼭 획득하고 말리라, 라는 생각과 원전이 하나라도 줄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런 기술은 날로 날로 발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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