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으로 돈을 버는 두메산골

2009.07.08 | 재생에너지

농촌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지은 시설물이 많다. 인구와 소득이 줄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 실정에 대한 고려 없이 지은 농산물 창고, 토산품 판매장, 관광체험 시설이 방치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시설은 지었는데, 막상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 대책이 없는 경우도 다수이다.  

그렇다면 농촌에서 ‘전기’를 생산해 마을 운영비를 벌어들이는 방법은 어떨까?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높은 가격에 구매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십분 활용해서 농촌지역에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을 마을 운영기금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풍력발전기를 세워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사람들은 마을발전지원금을 ‘태양광발전기’에 투자했다. 두메산골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 끝에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마을발전기금 7억에 은행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담보로 20억을 대출받았다. 그렇게 27억을 투자했다.

주민들은 ‘남전1리주민협의회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마을에서 볕이 잘 곳에 태양광발전기 300kW를 남향으로 설치했다. 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9월 26일 공사를 마무리하고 같은 달 30일부터 한전에 전기를 팔기 시작했다. 태양이 만든 전기는 1㎾h당 677.38원에 판매한다. 볕이 좋은 날은 하루 최대 2500kWh까지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남전리 주민들은 이렇게 전기를 판매해 월 2,400~3,0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제 농촌에서 농산물만 생산해 파는 것이 아니라 전기도 생산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전기를 팔아서 남긴 수익은 우선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쓴다. 또 수익금을 주민들끼리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일에 앞장서서 일을 한 사람들의 인건비로 지급한다. 전기를 팔아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수익은 마을을 위한 일에 사용한다. 남전마을 사람들에겐 태양광발전기가 ‘보물단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태양광발전을 관리하게 된다. 보통 보조금 지원으로 설치한 태양광발전기가 잘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산골마을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에 투자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마을 이장과 지도자들이 한림대학교와 인제군에서 실시한 ‘마을리더’ 교육에 참여해 에너지와 환경교육을 받으면서 태양광발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면 주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에 직접 투자하고, 스스로 운영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면, 화석연료 사용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으니 ‘지구’에게도 좋은 일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렇게 농촌에서 에너지 농사를 지어서 에너지를 자립하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에서 ‘먹을거리’와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인프라로 활용하자. 2012년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더욱더 확대해서 농민들이 중심이 된 ‘에너지협동조합’이나 ‘시민발전’, ‘에너지영농법인’의 싹을 틔워보자.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매경 이코노미 1514호 2009년 7월 15일자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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